한 모태신앙인의 간증(?)
마르스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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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0 03:32
저는 모태신앙인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매우 열렬한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기독교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눈물로 아버지를 위해서 십수년동안 기도했고, 결국은 기독교를 믿지 않으면
이혼할꺼라고 아버지께 선언을 했습니다. 그 결과 아버지까지 열렬한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집안의 영향속에서 저는 나름대로 교회 열씨미 다녔습니다.
교회에서 봉사도 하고, 기도도 드리고, 예배 참석하고....
하지만 하나님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겨울, 성령대망회에서 방언 세례를 받고 하나님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살았지만 아버지 직장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때 부산으로 이사를 갔고,
중학교 3학년때 서울로 다시 이사를 오면서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때 신유의 기적을 보여주는 조용기 목사님의 능력과 권세있는 말씀은 제게 큰 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용기 목사와 어머니때문에 신앙을 잃게 되었죠.
어머니는 안그래도 부족한 용돈 떼어서 십일조하라고 닦달하고,
졸린데 억지로 새벽에 깨워서 새벽기도회에 데리고 가고, 아침마다 가정예배드리는데 좀만이라도 늦게 오면
저희 자매(제가 장녀예요)를 구타하고, 기도안한다, 성경안읽는다, 온갖 스트레스를 다 주며
저희 자매에게 온갖 욕을 퍼부었습니다.
저는 괴로웠습니다. 하나님이 계시고, 당연히 정의를 위해 계시는 하나님이라면 왜 저런 엄마의 만행을
가만두지 않고 계시는 걸까?
물론 엄마가 헌금도 잘 내고 십일조도 철저히 지키고 기도도 하루에 2시간 이상씩 하면서 신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것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면서 신앙을 키우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 해도,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 기독교인이라면서 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괴로웠어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때 까지는 그냥 평범한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하지만 고2때부터 기독교에 회의를 느낀 것까지는 아니고 기독교의 여러가지 모순들을 발견하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큰 영향중 하나는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서 동양과 서양의 윤리 사상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불교 철학에 매우 매료되었습니다.
개인의 수양과 중생을 구제하려는, 그리고 너와 나의 구별을 하지 않으려는
불교 사상은(물론 우리나라 샤머니즘적 불교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관련 서적들을 뒤적이기 시작했고(엄마가 억지로 공부하라고 집어넣은 스파르타식 독서실에서
공부가 하기 싫었던 저는 소설, 철학, 사회 관련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었고
이때부터 사상이 좀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책들을 읽으면서 기독교의 배타적 절대성에 조금씩 회의를
느꼈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성장하면서 당연히 품을 의문중 하나들 있잖아요.
예수믿으면 천당간다는데 그럼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지 100년정도밖에 안 됐는데
그럼 그 전에 우리 조상들은 다 지옥에 간걸까?
인간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창조된 존재라는데 그럼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지식과 학문 등
여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 지옥가겠네? 그럼 왜 그런 사람들은 창조했을까?
하나님 기분만 더 나쁘고 훨씬 비효율적이니깐 차라리 그럼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훨씬 효율적이었을텐데....그럼 인간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창조되었다는 말도 더 잘 들어맞을테고.
이런 것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 조용기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우선 <순복음 스크린>. 조목사가 해외 성회를 다녀와서 찍은 스크린을 예배시간에 보여주는데요,
그런 스크린을 보면 신도들은 당연히 압도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스크린을 보면서 점점 교회에 대한 반감이 쌓여갔습니다.
그런 방송을 찍을때마다 (상당히 한 교회의 방송치고는 뛰어난 수준입니다. 편집 등이...)
몇천만원정도의 돈이 들텐데 이 사회에 소외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차라리 그 돈으로
그런 사람들을 돕지 왜 저런 선전용 방송에 돈을 낭비하는 것일까 하고 반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대부분이 서민인 성도들이 헌금한 돈인데 말예요....
그리고 예배시간때마다 작정헌금 봉투를 들고 여기 헌금액수를 작정하라고 하면서 쓴분들 봉투 들어보라고
하면서 쓴 사람들만 복받을 것이라고 은근히 신앙심을 이용한 강요를 하는 목사들의 태도는 역겨웠습니다.
조목사는 언제나 예수안에만 구원이 있다면서 다른 모든 것들은 마귀가 주는 것이라고 설교합니다.
그리고 조목사는 언제나 설교를 하면서 미국을 신의 나라로 생각하고 친미 사상을 신도들에게 설파했습니다.
저는 미국을 싫어했기 때문에 그 사실에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목사님과 나의 관점차이일뿐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관점의 차이'는 셀수없이 많이 쌓이게 되었고 저는 그 사실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일찍이 파스칼은 이렇게 말한적 있습니다.
인간은 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고, 신이 있을 확률과 없을 확률 모두 반반이라고.
하지만 신이 있다고 생각해 믿으면 천국에 갈 것이고 없다고 생각하면 지옥에 갈 것이기에
있다는 데에 도박을 거는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저의 믿음도 그런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독교의 세뇌교육, 생각보다 더욱 철저합니다.
그들은 남의 말을 들을줄 모릅니다.
얼마전 북한 응원단이 <위대한 수령님>의 사진을 훼손시키면 큰일난다고 받은 세뇌교육대로
김정일과 김대중이 악수하는 사진이 있는 환영현수막이 비에 젖는다고 울면서 떼어간 적이 있었죠.
기독교인들의 생각은 그것과 진배없습니다.
저도 세뇌를 받아봐서 압니다. 모든 행동들을 할때, 하나님에 모두 보고 계시고
모든 것을 심판한다는 세뇌교육때문에 늘 움츠러든 삶을 살았습니다.
사회생활하면 당연히 술자리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바울이 술취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길래 그 말을 이야기하면서 기독교의 목사들은
술마시는 것을 큰 죄악으로 이야기합니다.
어쩔 수 없는 술자리에서 술마시면서까지 (그것도 맥주 조금정도) 죄의식을 느껴야 했으니, 얼마나 비참한 삶입니까?
그럼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 벌거벗고 잔 것을 아들 함이 그 하체를 바라보아서 저주받았다는 사건에서
'의인' 노아도 취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무엇이지? 하고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지요.
엄마는 대학가서 술을 누가 권하면 난 예수믿기때문에 안마신다고 단호히 거절하라고 하더군요...
그럼 다들 아시겠지만 흥겨운 술자리의 분위기는 급랭하게 되죠....
그럼 전세계의 수많은 술을 마시는 사람들, 모두 죄인입니까?
제가 자연계열 공부를 해서 아는 과학적 상식들은 모두 마귀입니까?
그럼, 이 세계의 '윤리'가 모두 사탄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는 것입니까?
아니면 처음부터 기독교가 경직성을 띠고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제는 조금 더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적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하나님이 세계와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셨는데 그 세계에 기독교가 적응해야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닙니까?
이 기독교의 일관성 없음, 저는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저의 믿음은 그랬어요....'뭔가 많이' 이상하지만 지옥가기는 두려우니깐 믿는, 파스칼이 지적한, 바로 그것.
저는 어릴때부터 공부를 쫌 하고 똘똘한 편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언제나 제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결국 (자랑하는 것은 결코아닙니다) 삼수해서 올해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전 삼수하는 생활동안 정말 자살하고 싶을정도로 부모님의 핍박에 시달렸습니다.
고3때 떨어지고, 재수때 떨어지고, 삼수때 (추가합격으로 붙었거든요) 떨어질 줄 알았을때마다
너의 신앙심이 약했다는둥, 마귀가 씌였다는 둥,
자식에게 마귀라고 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저는 점점 더 어이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아버지는 더 심했습니다.
저는 피어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렸을때부터 만화그리는 것이 취미라 고등학교때 만화반에서 옷에 피가 묻은 광녀의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를 그린 적이 있습니다.
이 사실과 제가 입시에 실패했던 사실이 부모님의 울화를 돋구어
머리가죽이 팅팅 부어오르고 손가락가죽이 찢겨(매를 막다가) 피가 날 정도로
과장않고 100대는 넘게 철사 옷걸이로 아버지께 구타를 당했습니다.
(물론 전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저희 부모님 너무 욕하지 마세요....엉터리 교회의 가르침에
희생당하는 우매한 민중일 뿐이죠.....)
저는 그 만화 일러스트를 찢어버리라는 아버지의 강요에 저항하다가 살이 찢겨 피가 날 정도로 맞았습니다.
목사님 말씀대로 좋은 것만 바라보고, 바라보는 것에 따라서 마음과 인생과 삶이 결정된다는데
왜 저런 귀신(제 일러스트를 말하죠)를 바라보고 있느냐, 왜 안 찢어버리냐, 저 귀신이 그렇게 좋냐?
하면서 맞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그 난리 중에서도 일러스트를 사수했고
결국 아빠는 저에게 욕을 하며 가족들과 교회로 떠났습니다(일요일 아침이었어요)
연필과 펜 그림만 그리던 제가 처음으로 시도한 수채화 칼라 일러스트였고,
첫 전시회에 낸 그림이기 때문에 저는 결코 그 일러스트를 제 손으로 찢을 수 없었어요....
지금도 제방 장롱 뒤에 숨겨져 있답니다.
나름대로 기독교 안팎의 책을 많이 읽어서 관용적으로 생각하고, 역지사지의 입장 속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주장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배타적이었습니다.
얼마전 틱낫한 스님이 오셨을때(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엄마는 사탄이라고 했고 정말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희 외할아버지는 충청도 시골 선비스타일로 토정비결과 사주명리학 주역 같은 류의 책을 심도있게
공부하신 분이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강조하는 교리중 하나가, 조상의 저주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 사실 때문에 늘 기도합니다........'사탄이 씌인' 외할아버지를 위해......
너무 슬픈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점점 회의를 품었지만 끝내 세뇌교육때문에 기독교를 거부하는 마음속의 울림을 누르고
'자유주의 신학관' 정도로만 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호수에 던진 돌멩이의 파문이 점점 크게 퍼지듯이, 제가 신을 버리게 되려는 것은
필연적일수밖에 없더군요. 마음속의 깨달음의 파문은 점차 커졌습니다.
그중 외부적으로 제게 큰 영향을 준 요소들은,
오강남씨의 <예수는 없다>라는 책과,
이 사이트,
그리고 요가 수련을 하며 자유를 추구하는 성향의 제 친구와의 여러 달의 대화였죠.
특히 최근에 읽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빼놓을 수 없죠.
드디어 저는 기독교를 버리게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이상이 저의 간증(?)입니다.
니체는 말했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세단계로 변화한다고.
첫번째가 낙타인데, 더없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자신의 오만함에 상처를 주기 위해 자신을 낮추며,
사막을 향해 서둘러 달려간다고.
우리 기독교인들이 모두 이 '낙타'일 것입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사자'가 되면, 그는 자유를 쟁취하여 자신이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그가 섬겨온 주인인 용ㅡ그의 이름은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입니다ㅡ에 대항해 싸운다구요.
그 용은 가치는 이미 모두 창조되었고, 창조된 일체의 가치가 바로 자신이라고.
하지만 사자가 자유를 쟁취하고 나면 세번째로는 '어린아이'가 된답니다.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인 어린아이루요.
저는 이제는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사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신을 버린, 진정한 저의 자유를 얻고 나 자신의 주인이 된 저를 축하해 주세요.
이젠 더이상 신은 나의 주인이 아닙니다.
p.s. 하지만 진정 해방되진 않았습니다. 너무나 강압적인 부모님 때문에 일요일에 억지로 교회가서
앉아있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십일조 절대 안냅니다. 헌금 절대 안냅니다. 가끔 100원짜리 하나 넣어주는데
그것도 정말 아깝습니다....-_-;
* 오디세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9-14 16:01)
좋은 착한 딸로서 한국의 상장적 종교갈등을 보게되어 안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들이 영적이라 하지만 다소 즉흥적, 맹종적 신앙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책을 여러권 읽다 보면 당양한생각들에 관대해 집니다.
다만, 재안드리고 싶은 것은 부모님과 그다지 심하게 다투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놀고 땡깡피는 영화 속 부모님이 아니시기 때문.
여러 의사충돌에는 타협과 조정이 필요해요.
후배님은 그 과정을 슬기롭게 다스리길 바래요.
화이팅 !
다양함으로 공존하는 당산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
Taekyu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