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저도 최근 죽음이라는 사건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나의 기독교 경험담

[답글] 저도 최근 죽음이라는 사건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땟국물 0 1,911 2003.06.27 16:20
지난 10월에 아주 좋은 여인을 만났습니다. 늦은 나이에 이토록 좋은 여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처음엔 믿어지질 않았죠. 똑똑하고, 예의도 바르고, 남자를 우대해줄 줄도 알고, 지나가면 다른 남자들이 다들 한번씩은 쳐다보는 외모와 170이 훨씬 넘는 키에... 항상 "여자는 여자다와야 한다"며 저의 권위를 살려주려 애를 썼죠.

그녀는 만난지 2달만에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할정도로 저를 사랑했죠. 저도 또한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
혼기가 꽉찬 저희들은 서로 말은 안했지만, 우리들 생에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서로에게 신경쓰며 사랑을 키워 나갔습니다. 가끔씩 서로 다투긴했지만 사랑하는 연인사에서 다투는 그런 흔한 다툼이었죠. 그래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것은 가슴으로 느끼면서 지냈습니다.

그녀는 꽤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주일 예배는 가급적 빼먹지 않고, 가끔 성경공부도 나가곤 했죠.
그녀의 어머니도 최근 친구분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게되었고 집사라는 직책까지 가지게 되고 이름도 "은총" 으로 바꾸었습니다.

저와만나 몇달 되지도 않아서 그녀는 부모님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반대가 심하셨죠. 결사 반대 하셨더랍니다.
반대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가 교회를 안다니는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였을겁니다. 그녀는 어머니께 저와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했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계속 만났습니다.

지난 5월초 어느날 그녀와 저는 꽤 심한 다툼을 했고, 며칠동안 서로 연락을 안하고 지냈습니다. 저도 마음이 불편해 당분간 혼자 있고 싶었구요.
그러던중 신문을 보는데 기절초풍할 기사가 나 있더군요     http://www.koreatimes.com/news/articleView.asp?id=125098

그녀의 어머니께서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셨습니다. 총을 여러번 맞으시고 아주 처참한 죽음을 당하셨죠.
그녀에게 연락을 했는데 저를 아주 차갑게 대하더군요.

그녀는 저와 만남을 끝내는것이 어머니의 유언이라 생각한다며 저와 이별을 원했습니다. 죽은 어머니의 일기장에 당신 딸이 나를 사귀는것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적혀 있었다더군요. 어머니는 죽고 싶다는 표현까기 일기장에 사용했답니다.

저는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엄마의 죽음의 충격이 가라앉을때까지, 그래서 그녀가 다시 제게 돌아올수 있을때 까지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자기도 죽었다 생각하라 말했고, 그후로 우리는 연락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하루종일 그녀만 생각하며 삽니다.

어떤 날은 그녀가 가여워서 가슴이 아프고, 어떤날은 차갑게 변한 그녀가 너무 원망스러워 괴롭습니다.
어떤날은 그녀가 그리워서 하루종일 멍하니 살구요. 어떤날은 그녀와 단둘이 떠난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며 보냅니다.

살인 현장은 제가 매일 출퇴근하는 길옆에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날 저녁에 저는 그길을 따라 운전하며 퇴근을 했고, 그날따라 사건현장 부근에서 경찰차들때문에 길이 많이 막히더군요.. 저는 길이 막히는것에 대해 짜증을 내면서 집에 왔습니다. 저는 당시 거기에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저 빨리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 뿐이었죠. 그러나. 실제로 제가 그곳을 지나갈때 그녀는 거기 근처 어딘가에 주저앉아 죽은 어머니를 목놓아 부르고 있었을 겁니다. 저는 가까이 있었을 그녀를 못보고 그냥 지나간거죠. 나중에 이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저미도록 슬퍼지더군요.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수 있을까요...

참 많은 생각을 요즘 하게됩니다.

그녀는 분명히 죽은 어머니께서 천당에 가 계실거라고 믿겠죠.
그렇다면 그녀는 왜 슬퍼하는걸까요? 살기힘든 이 세상보다 더 좋은곳으로 가셨는데, 그녀는 왜 슬퍼하는걸까요?

그녀의 어머니는 왜 비참한 죽음을 당했어야 할까요? 그렇게 교회를 열심히 다니셨는데, 신이 있다면 왜 그런 비극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구해내지않고 방치했을까요? 아니, 그녀의 어머니께서 교회를 다니시지만 안았어도 살인사건 현장에 가시지도 않았을거고 그렇게 살해당하시지도 않았을텐데...

야훼가 정말 있다면, 이 두 모녀가 믿는 야훼라는 신이 도대체 왜 이들을 이렇게 힘들게 괴롭히는것일까요?
야훼를 믿지않는 나는 이렇게 멀쩡히 잘 살고 있는데, 왜 이들은 이런 큰 고통을 받아야 할까요? 이 따위 신이 정말 있기라도 한다면 저는 죽음을 무릎쓰고서라도 그 신을 없애고 싶군요.

그녀에게 저는 무슨말을 할수 있을까요?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네 엄마는 천국에서 잘 계실거니까 걱정하지마" 라는 식으로 그녀에게 말할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 무신론자 이고 천국 따위는 믿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해도 그것외에 더 좋은 위로는 없는 듯합니다.
저는 인간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죽은 자는 흙으로 돌아가는거죠. 기억이라는거, 내세라는거, 천국이라는거, 다시태어난다는거, 이런거 믿지 않습니다. 죽으면 죽은자의 의식세계는 사라지고, 죽은자의 시체는 무덤속에서 흙으로 변하는거라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그녀에게 그런말을 해줄수는 없지 않습니까? 죽은 네 엄마는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않는다. 천국에 계신것도 아니고, 다시 태어나는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지신거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녀가 너무 슬퍼할테니까요.

그녀를 가장위로할수 있는말은 아마도, "천국에서 행복하게 계실게다" 라고 말하는것 밖에는 없는것 같습니다. 정말 천국이라는게 있어서 그녀의 어머니의 영혼이 그곳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전 압니다.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을. 그냥 가끔 죽은 그녀 어머니의 무덤에 그녀 몰래 하얀 데이지 꽃을 두고 옵니다. 내가 해줄수 있는것은 그거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이 이토록 종교에 쉽게 기대게 되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죽음이 모든것의 끝이라면 산자들은 죽은이를 다시 만날 희망이 없지 않습니까? 사람은 희망을 가지고 싶어하는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와 이별한 제가 이렇게 그녀를 그리며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것을 보면 정녕 그러한가 봅니다.

하지만 종교가 인간에게 이런 희망을 준다는 사실이 그 종교가 참되다는 증명이 되는것은 아니죠.
모든것은 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우연히 일어납니다.
전 우연히 그녀를 만났고, 그녀의 어머니는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나 교회를 나가게 되었고,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우연히 가게된 이유로 그녀의 어머니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 하셨습니다. 그녀는 우연히 엄마가 죽기전에 제 이야기를 해서 엄마의 반대를 목격했죠. 만일 그녀가 이 사건이 일어나기전까지 엄마에게 저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헤어져있지도 않을겁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서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겠죠.

세상 모든일은 우연히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해주는것이 없습니다. 신이 있다면 제 여자친구의 어머니께서 이렇게 죽음을 당했어야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을수 있을까요?

저는 무신론자이지만, 정말 천국이라는것이 있어서 그녀의 어머니께서  천국에서 행복하게 계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생각해서 맘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좋겠습니다.

돌아올지 안돌아올지 모를 사랑하는 그녀를 오랫동안 아무 연락없이 기다려야만 한다는것은 너무 힘듭니다. 하지만 저는 신에게 기대지는 않습니다. 신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존재라는것을 아니까요.

단지 그녀를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을 그녀에게 해주고 싶고, 그녀에게 이글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할수 없습니다. 그녀에겐 지금 저를 본다는것, 저와 이야기를 한다는것 자체가 큰 고통이니까요.










>전 제가 살아오면서 몇해전 사랑하는사람의 죽음을 겪었습니다...물론 그때는 잠도못자고 밥도 못먹을것 같았는데.....이제는 이렇게 비오는 그당시가 되면 가끔 떠오르며, 잠시잠깐 슬픔의 추억만의 스쳐지나가는데요.....이런것을 보면 사람은 참 이기적이란 생각도 듭니다....
>
>그리고 그 사건이후로 주변의 사고소식이나....죽음등의 소식을 들으면 그 죽은당사자는 물론 한번도 본적없는 슬퍼할 그들의 가족들도 마음속에 애처롭게 자리잡는데요....
>
>그만큼 사랑하는사람, 가족, 친구의 죽음은 남은사람에게 있어서 어느것에 못지않은 상처와 아픔을 남기는데요....
>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가......
>제가 정확한 교리는 알지못하지만 지금의 삶은 죽은다음을 위해 준비하는것같은데요....물론 사람이니까...사랑하는사람이 죽은것에는 슬프겠지요....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죽음은 죽음으로서 더이상 볼수없고 삶이 끝났다는것에 슬픈것같습니다....죽어 하늘나라에서 날 지켜준다...내가 죽으면 볼수있을것이라 이런생각은 하지않습니다....
>
>하지만 기독교적인 생각을 보면....죽는것도 그들의 신의 뜻이고, 믿음으로 생활했다면 그들이 말하는 영원한 세상인 천국에 가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것인데요....제가 생각하는것과는 달리 정말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
>전에 대구참사때도(이것도 신의뜻이라고 할까요) 한 목사님부부가 죽은 자식의 사진을 끌어않고 시위를 하고있던데요....순간든 생각이...안타까운생각보다...왜 저사람들은 신의 섭리를 거부하고 부정하는것일까...자신들이 믿는....이렇게 생각해게 되더라구요....천국가서 행복하게살텐데하면서요...
>
>어쩌다 제가 이런생각까지 하게됬을까요...사람의 죽음...정말 슬프고 안타까운일인데요...그러면서 이런사고가 나면 나도모르게....안타까움이 드는데요....일부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모르게...왜 죽은것을 슬퍼해...너네들 말대로 야훼가 데려가서 천국서 행복하게 살텐데....
>
>왜이렇게 꼬인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
>얼마전 일때문에 대구에 잠시 가게되었습니다.....제가 갔던방향은 아니였지만 시간을 내어 그 참사가 일어난곳에가서 국화꽃한송이 놓구왔는데요...벌써 세간의 관심은 사라진것 같더군요.........
>
>맨날 하늘의 뜻 하늘의 뜻....그러지좀 말구....인간답게 사는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랑하는사람을 보내고나서 이 더러운세상에서 벗어나 영원한 천국의 세계에 들어갔다구 덩실덩실 춤추지 못할바에는 우리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듭시다....않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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