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와의 대화

직장동료와의 대화

우산 6 1,793 2006.04.18 11:38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몇년전 제가 처음으로 직장다운 직장을 잡았습니다.
저와 같이 입사한 사람이 한명 있었으니 두명이 입사를 한 셈이죠. 보통 동기들 끼리는 얘기도 많이 하고 공감대를 많이 형성합니다만.. 저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오전 8시 20분 ... 출근
나 : 직장 동료 및 상사와 잡담을 나누고 커피한잔 합니다.
동기 : 잡담을 나누고 있는동안 열심히 성경책을 보고 있습니다.
나 : 담배 한대 피고 들어옵니다.
동기 : 기도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
동기 : 점심시간에 기도를 하고 식사를 합니다.
나 : 뭐 그냥 먹습니다. 게걸스럽게.

퇴근후 회식자리
나 : 소주와 안주를 곁들여 남자 동료들과 먹고 당구도 치고 놉니다.
동기 : 항상 사이다를 드시고 2차 가는거 못봤습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니 좀 답답하더군요. 그때는 한창 단군상의 목이 날아가는 일이 이슈화 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동기에게 물어봤습니다.

나 : 동기님 단군상이 우상입니까? 왜 목을 자르지요?
동기 : 우산씨 단군상은 당연히 우상이지요. 그들은 우상을 내세워 사람들을 현혹하고 세력을 확장 하려고 하는 마귀의 세력이랍니다.
나 : 그렇군요.. 저는 교회도 안다니고( 사실은 청년회장 까지 했었지만..) 잘 몰라서요.
동기 : 예수님 믿으세요. 구원도 받고 좋습니다.
나 : 생각해 보지요.

다음날

나 : 궁금한게 있는데요.. 그럼 조상님께 절 올리는 것도 우상숭배라고 하던데 동기님은 제사를 안지내겠군요?
동기 : 우산씨 제사도 우상이고 절하는 것도 우상이랍니다. 우리집은 제사 안지내고 추모예배를 드리고 헌금을 드린답니다. 참 은혜스러운 일이지요.
나 : 우리집은 제사가 많아서... 그리고 제 조카들이 요즘 절을 안하려고해서( 한창 주일학교 다니던 초등생들) 제가 혼을 냈는데 잘못 한건가요?
동기 : 조카들 믿음이 좋은거예요. 그런 분위기에서 우상숭배를 거절하는 행동은 용기있는 자 이며 축복받을 겁니다.
나 : 아... 그렇군요.

사실 제가 말발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뭐라 반박 할 수 없었습니다. 워낙 말을 잘 하니까 주눅이 들더군요. 퇴근후 밤새도록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물어보아야 할까...

또 다음날

나 : 저번에 보니까 동기씨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데요? ( 우리직장은 매주 월요일 국민의 례 행사를 합니다)
동기 : 왜요?
나 : 단군상이 우상이면 태극기도 우상 아닌가요?
동기 : 태극기가 왜 우상입니까?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잖아요..
나 : 생각해 보세요. 태극기는 음과 양.. 그리고 천지만물을 상징하는 건곤감리가 있잖아요. 이거 유교에서 나온 개념 아닌가요? 점칠때도 사용하잖아요. 당연히 우상아닌가요?
동기 : ....... 글쎄요.
나 : 단군상 목자르려면 우리나라 태극기 다 태워버려야 하는거 아닌가요?
동기 : ........
나 : 제생각은 기독교가 상당히 모순이 있는것 같아요. 단군상 같은 경우 모 단체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기독교 세력에 방해가 되니까 목을 자르잖아요? 태극기도 사실은 우상의 범주에 들어갈텐데 우상숭배라고 경례를 거부하는 종교단체는 여호와의 증인 밖에 없잖아요. 이것도 기독교에서는 이단이라고 하고...
세상일을 기독교의 잣대에 맞추어 제멋대로 이중으로 재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보는데요?
동기 : .. 제가 생각좀 해보고 말씀 드릴께요.

그날 이후 더 이상 종교 관련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동기님의 생활도 변함이 없고 직장내의 기독인들과의 관계도 있고 해서.. 저는 좋은게 좋은거라 서로 껄끄럽게 지내는거 상당히 싫어 하기도 하고요.

얼마전 동기님의 결혼 청첩장 받았습니다. 결혼문구는 당연히 " 하나님의 사랑으로 만나 어쩌고 저쩌고..."
문득 동기님과의 일화가 생각나서 글 올렸습니다.
동기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물론 기독의 환상에서 벗어났으면 더욱 좋겠지만..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Comments

엔키 2006.04.21 12:29
갑자기 엽기범죄인들(유영철같은)
기사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문구가 생각나네요.
'그 사람, 그냥 평소에 보기엔 평범한 이웃이었는데..'
사천왕 2006.04.20 07:34
참으로 그같은 골수 기독교인은 다른 사람을 마귀, 사탄, 악마의 족속, 불신자, 지옥갈 무리 등으로 저주하고 있는 사람에 불과함을 아십시오. 불쌍한 기독교 인이라는 것입니다. 제 집에서나 하든지, 아니면 교회에 가서 하고 말면 될 것이 아닙니까?
단군상이 우상이면 태극기도 우상 아닌가요?

잘 써먹겠습니다...
나시민 2006.04.18 22:54
아뇨, 오히려 기독교의 모순을 계속해서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그래야 한사람이라도 더 구제하는게 되죠. 구제해야죠..불쌍한사람인데.
동기분이 독실하시군요......술까지 마시지 않는걸 보면
근데 확실히 가까운 사람끼리 종교따위의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며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봄니다.
오히려 종교 때문에 인간관계가 서먹서먹해지는건 잘못된 거지요
단, 필요 없는 믿음을 우리에게 강요한다면 다시 생각 해 봐야 겠지만
글을 보면 동기분은 그정도는 아닌것 같군요.
아침햇살 2006.04.18 13:55
ㅎㅎㅎㅎ교회다니는 사람들처럼
세상은 그렇게 속으면서 사는게 편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이치를 다 알려면 너무 벅차니까~
걍~~~교회에서 먹사들이 하는 말을 믿는게 편할지도~
부부는 그런 이상한 사랑으로는 안될텐데...ㅋㅋㅋ
그렇게 믿으면서 사는것도 지 팔자지뭐~~
어차피 별볼일 없는 것들이 신이 어쩌구 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러면서 행복하다고 믿고 살면 되겠지요~~~ㅋㅋㅋ
우물속에 처박혀서 파란하늘이 보이니까 '난 행복해.'하면..
그런거죠 머~~~ㅋㅋㅋ
우리가 보기에 답답하더라도..
그게 그사람들의 팔자얌~~
불쌍한 팔자도 있어야 우리같은 행복한 팔자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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