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

나의 할머니

이힝 6 1,739 2006.02.25 19:08
저희 할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십니다.
큰어머니, 작은 어머니 역시 독실한 신자이십니다.(작은 엄마는 저희 가족이 된지 얼마 안 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 아버지, 어머니는 아무 종교도 안 갖고 계시지요.

그런덕에 특히 저희 어머니는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주말에 할머니 큰어머니는 모두 교회에 나갔기에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교회에 살죠)
저희 어머니께는 뱃속에 저를 가진 상태로 사촌형도 돌보면서 집안일도 죽어라 해야 했습니다.

이런 것이야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예정일을 한달 앞두고, 김장을 하는시기에도 어김없이 할머니, 큰엄마도 교회를 갔지요.
그덕턱에 일요일날 혼자 김장준비로 저희 어머니는 고생하시다가 양수터져서 저는 한달 먼저 태어나게 됐지요.(11월 말)

저희 어머니 친정에서 2달정도 몸조리하면서 계시다가 할머니가 또 불렀습니다.
왜냐구요? 주말이든 평일이든 교회를 가야되는데 집도 비고, 늦게 집에 오면 할아버지가 싫어하시니깐 그냥 집만 지켜라 이거였지요.
그런데 집만 지켰을까요? 할머니는 교회에서 사는데 당연히 저희 어머니가 집안일 다 하셨지요.

그때당시 구정이 다가왔기에 집에 식혜를 많이 해놨다고 합니다.
저희 어머니 힘드시니깐 목이 말라서 식혜를 벌컥벌컥 자주 들이켜셨다는데, 그것 때문에 젖이 줄어서 저는 젖 못 먹고 자랐답니다.
식혜먹으면 젖이 준다는 것을 모르셨다고 하시더군요.
게다가 제가 우유먹으면 바로 토해내고 배탈나고 해서 생후3달도 안 된 애기인 저는 죽먹고 자랐습니다

여기까지는 얼마전에 어머니가 해주신 이야기이고, 저는 기억도 안 나는 얘기입니다.

어찌어찌 하다가 분가를 하고서 저희 어머니 그나마 편해 지셨습니다. 뭐 그래도 주말엔 교회나가시는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집에 가야했지요.
그렇지만 할머니는 언제나 어머니께 교회가라고 강요하셨고, 애들 교회 안 보낸다고 욕먹으셨습니다.
어려서는 제가 어리다는 핑계로 교회를 피할 수 있었지만, 유치원도 들어가게 되는 나이가 됐을때는 주말에 어쩔수 없이 교회에 갔습니다.
저는 교회가기 싫다고 울고불며 했지만, 어머니는 보내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보내셨을텐데, 그때 당시에는 그것을 몰랐지요.

저는 교회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매일 하는 얘기라고는 지옥얘기만 잔뜩하고, 말도 안되는 사람이 물위를 걸어간다는 둥하다가
기도한다고 하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미친듯이 울면서 이상한 말(나중에 알았는데 방언이랍니다.)을 하고, 저에겐 교회가 지옥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좀 먹으면 애들 맘데로 통제가 됩니까? 저 물론 안 갔습니다. 아마 어머니 할머니에게 엄청 혼나고, 욕들으셨을 겁니다.

제동생과 저 이렇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갔습니다.
둘다 운 좋게도 대한민국 최고학벌 3손가락에 드는 대학에 둘다 갔지요.

명절날 모여서 기도할때면 할머니 하느님이 어쩌구 하면서 기도해서 저희가 대학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것은 저희 어머니한테만
애들 대학 잘 가서 좋으냐? 너희 교회안 가는데 애들 잘 될줄 아냐? 두고봐라.. 이런 말 하셨답니다.
축하는 못할 망정 악담, 저주에 속하는 말을 하신겁니다.

그런 할머니 요즘 몸이 좀 편찮으십니다. 예수를 그렇게 믿는 분이 죽는거 엄청 무서워 하시더군요.
죽으면 지옥갈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저는 할머니 아프던 말던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제가 나쁜 놈이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예전 키우던 개 촐랑이 죽을 때의 슬픈 감정 반도 못 느낄 것 같습니다.
어려서 할머니가 감싸주고, 먹을 것주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교회안 가는 괴씸죄로 그렇게 대하신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쨋든 저에게는 완전한 타인이지요.

할머니를 통해서 느끼는 기독교는 철저한 이기주의의 종교, 저주의 종교입니다.
맨날 떠드는 사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랑은 몽창 교회에 퍼부으셨지요.

그냥 헛소리 한번 해봤습니다.

Comments

래비 2006.02.27 22:37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데...
우리 신랑이 종교문제로 갈등을 일으키자
교회 권사이신 우리 친정어머니는 나 몰래 우리 신랑에게 조용히 전화를 걸어
서로 마음이 조율될 때까지 교회를 그만 다니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셨는데...
할머니를 미워하지 마세요. 순진한 할머니는 그저 '믿을 뿐'입니다.
정말 잘못된 것은 기독교 자체입니다.
기독교를 없애는 것이 이 문제의 해결책입니다.
그래서 이 곳이 존재합니다.
이힝 2006.02.26 14:02
할머니를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봐도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탔을때의 느낌입니다.
기독교가 문제라는 점 여기 글을 읽어보니 알겠더군요.
보통 남들이 갖는 할머니의 추억(?)을 갖지 못한게 좀 아쉬울뿐입니다.
회색영혼 2006.02.25 22:10
가슴아프군요. 책임과 의무는 비기독교인에게 맡기는 그런 이기심,그러면서 끝까지 신을 빌어 욕하는 인간.
그런데 문제는 그대상이 친척이라는 거죠. 그래서 더 상처가 심해지는듯합니다.
사천왕 2006.02.25 20:43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입니다. 가족과 친척에게라도 억지로 개종을 강요하고 여호와 잡귀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기독교는 큰 문제입니다. 지금 수많은 가정파괴까지 가져오고 있는 것이 기독교로 되었습니다.
토르 2006.02.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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