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음. 아빠가 이제 교회를 안다니니까 굳이 제사를 안지낸다고 고집을 부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래. 그리고 너도 교회 안다니기로 했다니까 이번 추석에는 제삿상 차려놓고 조상님께 절할 수 있잖니 ?
아 들 ; (시원한 목소리로)그럼 그렇게 해요. 우리도 제사를 지내죠 뭐. 아닌게 아니라 교회에서 제사 지내지 말라고 할 때는 꼭 우리 조상님 욕하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이제부터 저도 떳떳한 마음으로 조상님께 절할래요
아버지 ; 좋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
사실 애기 아빠는 조금 힘들게 제사 얘기를 꺼냈는데 그렇게 간단명료하게 대답하는 아들이 의외였나 봅니다 모처럼 부자지간이 어깨를 맞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속으로 이거 너무 진행이 빠른 거 아냐?...했지요 게다가 제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어차피 제사 음식 만드는 일은 제 차질테니까요)
그래도 하루종일 마음이 뿌듯해지는 걸 숨길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우리 아들이 이 정도로 깊이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애기 아빠도 듬직한 아들 덕에 어깨 펴고 삽니다 ^^
조상의 음덕이 뭔지나 제대로 알겠습니까...만...
아이는 나름으로 심지가 굳고 책을 많이 읽어 자기 주장이 뚜렷합니다
대신 입이 무겁고 때문에 자기 말을 함부로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죠
그런 아이가 요즘 들어서 조상을 찾고 성묘를 해야하고
제사를 지내야겠다고 자기 아버지랑 의견을 주고 받을 정도라면
그동안 혼자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많은 생각 끝에 자기 스스로 결론을 내린 걸 생각하면 솔직히 기특합니다
절대로 남의 말을 들어 가볍게 자기 생각을 바꾸는 아이가 아니기에
사실 저는 남편 보다 더욱 놀랬습니다
우리 아이는 확실히 앵무새 스타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
래비님은 좋은 부모로서 자녀분이 정말 자랑스럽겠습니다.emoticon_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