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청년부 회장시절의 마지막 예배



나의 기독교 경험담

교회 청년부 회장시절의 마지막 예배

우산 16 2,870 2006.01.23 00:05
저는 고등학교시절 교회에 꽤 열심이었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교회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CCC에 가입해서 성경공부라는 것도 했고, 매주 교회에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몸만 나갔지 이미 마음은 교회를 떠나 있었죠. 대학에 입학하니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예배 끝나면 술과 담배, 당구를 즐겼습니다. CCC는 두어달 다니다가 때려치고 교회도 점점 나가는 둥 마는둥 했습니다. 그런데 1학년 말 교회 청년부에서 제가 회장이 됐다고 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의 의견도 물어 보지 않고 그저 제가 잘 할것 같아서 뽑았다더군요.
어쩔수 없이 회장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습니다. 사실, 교회 인원도 얼마 안되서 제가 못한다고 하기에는 미안하더군요.
그렇지만 이미 떠나버린 마음이 이러한 저의 이중적인 모습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교회 활동보다는 학교 동아리 활동에 점점 투자를 많이 하기 시작했고 가끔 저녁예배 시간에 주(酒)님을 영접했습니다.
한번은 술먹고 집에 가는데 교회 청년부 회원들이 역전앞에서 전도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회장은 술먹고 회원은 전도하고... 황당했습니다.
이러한 나의 생활은 교회에 퍼지기 시작하여 저에 대한 신도들의 기대가 무너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뭐 썩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책임을 다 하지 못했으니까 할 말이 없더군요.
급기야 목사님이 단단히 결심하고 저에게 "청년회장 집에서 청년부 가정예배를 드리자" 고 제의 했고 저는 수락했습니다.
당시 저는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이 매우 지저분 했습니다. 방바닥에 커다란 재털이가 있고 책들이 이리저리 나뒹구는 아주 허름한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정예배가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린게 실수 였습니다. 토요일 7시 인데 정신없이 그림작업(전공이 서양화)을 하다보니 퍼뜩 생각이 나는 겁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7시 5분이더군요. "아차.. 재털이는 치웠어야 하는데..." 이런생각으로 집을 후다닥 뛰어가니 이미 목사님 이하 회원들이 제 방에 와 있더군요.
이미 물은 엎질러 졌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회원들이 부리나케 청소를 했다고 하더군요. 채털이는 부억에 감추고 목사님은 얼굴이 벌개져서 서계시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 이왕 이렇게 된거 ..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인연을 끊으리라..."
회장이니 예배를 이끌어야 했기에 제가 사회를 보고  예배를 드리는데 이미 저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게 우습게 보이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습니다.

성경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읽는 순서는 고스톱 반대 방향으로 읽겠습니다.

'고스톱?....' 갑자기 왜 이런말이 나왔는지 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갑자기 침묵이 흐르고 목사님은 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더군요. 아마 목사님은 평생 저를 잊지 못하실겁니다. 신성한 예배시간에 고스톱 이라니?
'인연을 끊어야 할 때로다.. 교회는 이제 나하고는 안녕이로구나' 이런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저 대신 교회에 아주 열심이던 분이 남은 임기를 채웠다고 합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그 분이 청년회장을 대신 맡으면서 청년부가 제자리를 찾았다고 하더군요.  저와 절친했던 교회친구 한놈은 저를 따라 교회에서 나와 술친구가 되었고 얼마후에는 CCC에서 같이 세뇌교육을 받는 친구도 저와 술친구가 되었습니다. 물론 술 먹으면서 가장 좋은 안주거리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두 교회에서 탈출한 것을 아주 기뻐하면서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지금도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합니다. " 야 임마. 그래도 고스톱은 심했다.. 고스톱이 뭐냐 ?" 

Comments

세일러문 2006.01.27 19:56
장난 아닌데요 ㅋ
"고스돕 반대 방향"에서 뒤집어짐 ㅋㅋㅋㅋㅋㅋ
이사야 2006.01.26 13:13
이럼안되는데 ..? ㅋㅋㅋㅋㅋㅋ
달나그네 2006.01.24 15:23
쯧삼님의 경쟁자가 나타나셨습니다. ㅎㅎㅎ
20살.. 2006.01.24 13:59
님..앞으로 반기련에서도 그런 재치있는 발언으로 재미를 선사해주세요^^
20살.. 2006.01.24 13:58
푸하하하~
고스톱 반대방향이래~
우기 2006.01.24 13:36
재미나넹..ㅎㅎ..항상 이렇게 분위기 좋은 반기련 됐으면
영월소나무 2006.01.24 01:02
고스돕 반대방향이면 포커 방향 이군요. 그냥 포커방향 이라켔으면 미국거니까 목사님이 화 않네고 좋아했을텐데...
건만도사 2006.01.23 22:27
저의 이력을 들추면 기막힐텐데...ㅋㅋㅋ
94년 전국 청년연합회 xx지방회 연합회장...ㅋㅋㅋㅋ
청년회장 2번, 3남선교회 회장 1번...ㅋㅋㅋㅋ
지금은 성가대 테너...ㅋㅋㅋㅋ
기막히죠?^^;;;
이러고 삽니다....정말 도움 받아야 할 사람은 저인것 같은데...ㅋㅋㅋ
그렇다고 제가 끌려다니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가정의 평화 땜시 어쩔 수 없지만....ㅡㅡ;;;
님 글을 보니, 재미 있네요^^
무궁화 2006.01.23 17:34
이런 유머도 안통하는 삭막한 곳이 교회라는 곳이죠..  ~척,~척,~척 하는 삼척동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교회라는 데죠..ㅎㅎ
래비 2006.01.23 12:32
우산님이 우리 반기련의 우산 중 개독핵비를 막아주는
핵우산이 되어주실 것임을 믿슈미다, 아멘 !!!
사천왕 2006.01.23 10:29
우산님의 반 기독교 정신을 높이 평가합니다. 또 반기련에 가입해서 글을 써 주심을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산님께서 우리 반기련을 위해서 많은 글을 써 주시고 많은 노력을 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한방울 한방울의 빗물이 모여서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게 되듯이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반기련의 깃발아래 뭉쳐서 반드시 개독과 개독먹사들을 줄이고 또 줄여나가야 합니다.

우산님의 큰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회색영혼 2006.01.23 01:26
진짜 유쾌한 분이네요. 고스톱톱톱
kork 2006.01.23 00:28
오! 그랬군요 새로운 상식을 하나 알았습니다. 오늘 큰 소득 있군요 ㅎㅎ
달나그네 2006.01.23 00:25
진짜 크게 웃었습니다. 고스톰 반대방향 ㅎㅎㅎ
아 그리고 아멘이 본래는 이집트의 라와 함께 최고신중의 하나인 아몬에서 유래가 되었다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아멘 아멘 하는 기독교인들을 보면 왜 저럴까 싶죠
표절아닌게 별로 없을겁니다.
멍멍토낑 2006.01.23 00:19
재밌으신 분이네요..
kork 2006.01.23 00:15
마지막에 아멘이 걸리긴 하지만 매우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ㅋㅋ 청년부 회장이셨다니 고생 많이 하셨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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