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겪은 환자들.
카빙나이프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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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7 12:52
안녕하세요,,현재 치과의사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현재 종교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구요,,,우연히 이 곳에 와보고 잠시 글을 남깁니다.
약 6년전에 시골(면단위)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변에 딱 하나 있는 병원이라서 병원 안은 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5분만 김밥 먹고 계속 일해야 되는 고된 시간들이엇습니다. 물론 기다리는 환자분들도 무척 따분하고 지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루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대기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책상에 쌓이는 차트들,,,
드디어 마지막 환자...윽 시계를 보니 무려 3시간이나 기다리신 분이였습니다. 시골사람들이 순박하긴 하지만, 거친면이 있기 때문에 입에서 욕이 나오기 시작하면 걷자을 수가 없는 경우도 간혹 잇습니다. 잔뜩 쫄아가지고 심호흡 한번하고, 간호사님께 마지막분 들어오시라고 했습니다...한쪽 귀 막을 준비하고..ㅜㅜ..점심도 제대로 못먹어서 몸은 지치고 짜증은 나고,,뭔 말을 하든 내가 참자...다짐하고..
"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
제 귀에 들리는 인자하고 다정한 음성,,,스님이 한분 서계시네요..^^
순간, 저는 꾸벅~ 허리굽혀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먼저 드리고 상태를 살폈습니다.
치아에 오름이 많이 잡혀서 잇몸은 다 부었고, 몸에 열이 있고, 통증이 심한 경우였습니다. 마취 후에 고름 짜주고 약을 드렸는데,,,스님은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만 하시네요 ㅜㅜ
제가 미안하죠...오래 기다리게 해서...미리 많이 아프다고 귀뜸이라도 하셨으면, 응급으로라도 순서 바꿔줬을텐데..
보험카드가 없으셔서, 진료비가 꽤 나왔습니다. 간단하게만 받고 제가 좀 메꿔드릴려고 햇는데, 진료비 다내시고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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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근무를 마치고 동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숙소가 시내라서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데,,,왠 인자하게 생기신 노신사분이 제게 접근 + 말걸기 = 어디 사느냐, 무슨일 하느냐,,,등등
인상이 좋아서 솔직히 다 말씀드렷습니다. 요 ㅇㅍ 병원에서 잠시 근무중이라고,.,..
윽,,,목사님이라네요. 한바탕 포교에 걸렸습니다...버스도 왔는데, 절 안놔주시네요..다음에 꼭 찾아온다는 말이 뒤통수에 꽂히기가 무섭게 도망쳤습니다.
며칠 후, 헉,,,진짜 찾아오셨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교회에 나오라고 설득을 하십니다. 여기서 병원을 할려면 교회에 나와야 한다고, 그래야 환자가 더 온다고,,,,,,,,,
암튼 인사치레는 하고 단호히 거부하고 보냈습니다.
또 며칠 후, 부서진 틀니를 가져오셨습니다. 수선 좀 해달라고...
시내로 보내야 하니 며칠 걸린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교회의 막중한 책임을 맡은 사람이니 임시틀니라도 해달라"고 합니다. 임시틀니는 더 시간이 걸리니 할 수가 없으니 그냥 수선을 기다리는게 빠르다고 말씀드렷으나,,,자꾸 같은 말만 반복을 하시네요..."막중한 책임....",,,순서 어기고 들어와서 막무가내로 조르는게 화가나서 약간 언성을 높여서 언짢다는 표현을 넌지시 던졌는데,,,"막중한 책임..."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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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다니시는 분들은 약간 부담스럽습니다. 남과 대화할 적에는 그런 종교포교는 안할 수 없나요?
친한 친구 녀석은 학교다닐때부터 저 교회다니게 한다고 제게 포교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부담을 전혀 못느낍니다. 제가 싫다는 말 한마디하면 2년은 교회 얘긴 입밖에도 안냅니다^^. 그러다 제게 힘든일이 있으면 얘기를 풀어나가면서 하느님께 귀의하는게 어떠냐고 충고를 합니다. 그럴때는 참 공감이 갑니다.
교회의 십일조를 한번도 어기지 않는 독실한 신자 친구지만, 분위기 파악 못하고 포교 안해서 참 좋은 친구입ㄴ다.
죽은 사람 조문 갈 일 잇으면 저에게 꼭 전화합니다. 같이 좀 가달라구요. 전 씨~익 웃고 오케이합니다.
기독교인은 엎드려서 절을 안하더군요. 그게 유족들에게 미안해서 절데려가는 것이더군요. 전 엎드려 절하고, 그친구는 옆에서 묵념만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많을 것 같은 교인들이 이상하게도 남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고쳐졌으면 합니다.
스님중 많이 깨달으신 분들은 주위사람에게도 평화로움을 선물하시더군요. 일도 일이지만 건강도 챙기면서 사세요 ^^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구여...오프에서 함 뵈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