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독교 경험담
코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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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8 09:39
에피소드 1.
우리집은 원래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는 집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무교라서 휴일은 당연히 놀러가거나 집에서 쉬는 날로 생각하고 살았다. 오직 외할머니 한 분이 교회를 다니셨다.
엄마가 가끔씩 외갓집에 우리 데리고 가면 참 좋았다. 친척분들도 뵙고 사촌동생들이랑도 놀 수도 있었다.
여느 조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우리 강아지들 왔어~~"하시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시고 엄마와 달리
오냐오냐 해주시고 하여간 외할머니네 댁에 가는 게 즐거웠다.
어쩌다 일요일 아침에 외가집에 가게 되면 교회를 갔는데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그냥 어른들이
귀엽다고 해주시고 한 시간 정도 지루한 거 참으면 되니까... 그런데 어느날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됐을 때) 목사님이 "예수 그리스도 믿으면 구원받고 아니면 지옥간다~~"는 내용의 설교를 하셔서 난 궁금해졌다,
정말 그런건지. 그래서 외할머니한테 예수 안 믿으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옥 가지." 하시는 거였다. 그래서 조금 겁먹고 속으로 지금부터 믿자~~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자려고 하는 데 잠이 안 온다. 도저히 이 난생 첨듣는 예수란 사람이 신이란건
못 믿겠고 그렇지만 우리를 그렇게 끔찍이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거짓말을 할리는
없고... 자다가 그만 엉엉 울어버렸는데 엄마가 왜 그러냐고 놀라서 물어보셨다. 엄마한테
여차저차 얘기하자 "안 믿어도 지옥 안 간다."고 하시며 안아주셨다, 그래서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
그 다음날 엄마는 화난 목소리로 외할머니께 전화를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죄송~~~)
에피소드 2.
엄마와 외할머니가 이 문제로 싸울까봐 이젠 잠정적으로 안 믿기로 하고 외할머니 앞에서
믿는 척만 하기로 하였다. 어느 정도 머리가 더 굵은 중학교 1학년쯤 또 외할머니따라
교회에 갔는데 (이 때는 독서도 많이 하고 좀 조숙해졌음) 목사님이 이번엔 왜 기독교를
믿어야 하는지 설명하면서 "기독교 믿는 나라들, 미국, 영국, 유럽, 캐나다, 등등은 다 잘살죠, 반면
불교나 이슬람교 믿는 동남아 같은 나라들은 못 삽니다. 하나님을 믿어야 잘 삽니다, 아멘~~~" 하시는
거였다.
이 때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한 나는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하나님 믿어서 그런게 아니고
식민지를 점령하기 시작해서 잘 살게 된건데 그걸 종교덕으로 돌리다니... 설령 막스 웨버의
프로테스탄트 도덕론을 들이대면서 설명했더라도 그런 어떻게 불교나 이슬람교 믿는 신자들 중
부자가 된 사람들은 어케 설명하냐?? 이때부터 모든 기독교는 개독이란 걸 실감.
외할머니는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교회 가시는 건 나이가 드셔서 맘이 약해지셔서 그런거라고 생각.
에피소드 3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미국 대학교에 들어오자 이런 저런 동아리에서 서로 지네 단체에 들어오라고 난리였다. 홍보물 제작하고 일일히 나눠주고. 물론 별 관심은 없었다.
여기 저기 신입생 환영회와 행사를 다니던 중 한국사람을 한 명 만나게 되었다. 나와 내 친구가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며
지나가자 한국말로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 통성명을 하고 나니 나보다 2년 위고 따로 방을 얻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집에 놀러오면 불고기랑 맛있는 거 해준다고 한다. 차 없이 기숙사에 살고 있던 신입생인 나는 친구도 하나 사귀고 오랜만에 한국음식다운 한국음식도 먹을 수 있어서 좋아했다.
그런데 가니까 분위기가 이상하다. 물론 집이고 음식도 있었지만 뭔가 엄숙한 분위기~~ 오 마이 갓, 바이블 스터디 그룹이다!! 음식은 있지만 기도와 바이블 스터디가 끝나야 밥을 준다. 뭔가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세 가지 에피소드를 겪은 후 나의 기독교에 대한 인상을 굳어졌다. 아주 부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