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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세 탄생 신화의 원조<?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모세 역시 아브라함과 마찬가지로 신화적 인물로 추측되고 있다. 앞부분의 '허구의 구약사'에서 지적했듯이 유대민족의 출애굽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더욱이 모세의 출생신화는 주변국 신화에 영향 받은 흔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아카드(Akkad)의 사르곤(Sargon)출생 신화이다. 조지 스미스가 발표한 아카드왕 사르곤 1세(BC 24세기)의 전기를 담은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나는 사르곤이다. 강력한 왕이자 아카드의 군주이다. 나의 어머니는 출생이 미천하였다. 나는 아버지를 모른다. 아버지의 형제는 산에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도시 이즈피라스는 유프라테스 강둑에 있다. 미천한 어머니는 몰래 나를 잉태하고 낳았다. 그리고 갈대 광주리를 만들고 역청을 발라서 새지 않도록 하였다. 어머니는 나를 광주리에 담아 강에 놓았으나 강이 나를 삼키지 않았다. 강은 나를 싣고 떠내려가서 관개를 담당하는 자인 아키에게로 갔다. 아키는 나를 강에서 들어 올려 자신의 아들로 키웠다. 내가 정원사였을 때 이쉬타르가 나를 사랑하였다."
아카드어로는 샤루킨(Sharru-kin)이라고도 불리는 사르곤(BC 2350∼2295 추정)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셈계 통일 왕국인 아카드왕조(BC 2360~2180 추정)의 건국자이다. 사르곤은 아마도 영웅적인 출생과 어린 시절을 가진 것으로 이야기되었던 첫 번째 바빌로니아 왕이었을 것이다. 사르곤 1세의 아버지 형제가 산 사람이었다는 것은 그가 산신(山神)의 아들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성경에서 모세가 신의 계시를 받은 곳도 산(山)이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사르곤의 어머니는 아이를 갈대로 만든 바구니에 넣고 강물에 떠내려 보냈다. 물을 담당하는 아키가 그 광주리를 발견하고 사르곤을 자식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를 양육한 것은 이쉬타르 여신이었다고 한다. 후일 사르곤이 성인이 되자 여신 이쉬타르는 그를 애인으로 삼음과 동시에 제사장(임금) 자리에 오르게 했다.
또, 다른 전승에 따르면 사르곤의 어머니는 이쉬타르 신전의 무녀(巫女)였으나 잘못해서 임신을 했고, 신의 벌이 두려워 낳은 아이를 유프라테스강에 버렸다고 한다. 이 전설에서는 물을 길러 나왔던 여인이 아이를 구하여 키운 것으로 되어 있다.
사르곤의 경우에는 실존인물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탄생신화는 이집트의 호루스 탄생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이 분명하다. 호루스의 어머니 이시스는 세트의 손길을 피해 광주리에 아이를 담아 강에 떠내려 보낸다. 오시리스-이시스-호루스 신화는 너무 오래되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가늠조차 힘들다. 이렇게 실존인물과 신화가 뒤섞여 버린 사르곤의 전기는 인간인 왕이 신의 혜택을 입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동안에 인정과 힘을 얻는 수단이었고, 이는 종종 죽음 이후에 후손들에게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사르곤은 그의 통치 영역을 넓혀 메소포타미역 전 지역을 통치했으며 시리아 지역을 통치하고, 남쪽 아라비아와 소아시아 지역까지 원정했다고까지 알려졌다. 그에 대해 쓰여진 전쟁의 왕 이라는 서사시는 수세기에 걸쳐서 유포되고 읽혀지고 복사되어 앗시리아, 소아시아, 이집트, 남쪽 아라비아, 소아시아 지역까지 퍼져나갔다. 바빌론 유수 때, 또는 그 이전부터 떠돌아 다닌 사르곤의 모티브를 유대인들이 모세에게 차용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G. Ernest Wright / Biblical Archaeology / P. 33~34]. 로마의 건국신화인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 형제 이야기도 사르곤의 전기와 같은 모티브를 지니고 있다. 전쟁의 신 마르스(Mars)와 무녀인 레아 실비아(Rhea Silvia)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가 태어나게 되었다. 마르스는 부적절한 관계에서 태어난 이 아이들을 바구니에 넣어 테베르 강으로 떠내려 보냈고, 늑대 한 마리가 아이들을 발견해 젖을 먹여 키웠다고 한다. 로마의 건국신화는 시기상으로 다소 늦게 등장했기에 사르곤이나 호루스 탄생신화를 모티브로 삼았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모세의 출생이 신화라는 근거는 또 있다. 그것은 이집트의 풍속을 완전히 모르는듯한 공주의 목욕에 언급이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청결 문제에 세심한 배려를 했다. 이집트의 왕족이나 귀족들은 우물물이나 모래에 거른 물을 채운 개인 수영장에서 목욕을 했다. 왕족인 공주가 진흙투성이의 나일 강가에서 목욕을 했다는 점부터가 이집트를 잘 모르는 후대의 히브리인에 의해 기록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는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내었음이라." [출애굽기 2장 10절]에서 유래되었다는 모세의 이름에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히브리어에서 '모스케'에 가장 가까운 '마케(mache)'는 '끌어내다'를 의미하는 '마카(macha)'동사의 1인칭 과거 형태이다. 그러면 '모스케'는 '물에서 끌어내어진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닌 '물에서 다른 사람을 끌어 낸 사람'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건 그렇다고 해도, 이집트 공주가 어째서 노예들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알고 히브리어로 이름을 지어 주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여기에 한가지 단서가 있다.히브리어로'모스케(Mosche)라고 불리는 모세의 이름이 고대 이집트어 였다는 설이다.이집트의 문법형태에서'메스(mes)'혹은'메수(mesou)'는 '아이'를 의미하며 이것은 수많은 이집트 이름들 속에서 발견 된다. 예를 들어 투트메스 혹은 투트모세(투트의 아이), 아메스(아의아이), 라메스 혹은 람세스(라의아이), 아몬메스(아몬의 아이)등이 그러하다. 모세라는 이름은 직접적인 혈연 관계를 지칭하던 이집트의 접두어가 떨어져 나간 것은 아닐까?
또, 강변 갈대 숲의 물위에 왕골로 엮은 요람을 발견한 이집트공주가 한번에 히브리 아이인 것을 알았다는 것도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할례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할례의 기원은 이집트이며, 아피루인들(유대민족의 시조)이 이집트에 노예로 있을당시 습득한 풍속이었고, 그 당시 거의 모든 이집트 아이들도 할례를 받았다. 이 때문에 혹자는 모세가 이집트공주와 아피루 노예사이에 태어난 사람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쨌든 모세가 실존했는가 허구의 인물인가는 규정짓기 힘들지만, 아피루들의 대이동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와 비슷한 출생신화를 가진 더 오래된 사르곤왕의 출생신화로 미루어 볼 때 성경속의 모세의 출생비화는 신화적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