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series 20 : 10억짜리 신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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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series 20 : 10억짜리 신랑감

(ㅡ.ㅡ) 0 2,971 2003.10.07 16:38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6월22일(수) 21시58분49초 KDT
  제 목(Title): 의대 series 20 : 10억짜리 신랑감


나뭇가지 아래,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시집, 그리고 그대...

                      - 오마르 카이얌, '루바이야트'에서



본과 2학년 때였다. 부산에서 서둘러 올라오신 어머니께서 갑자기 선을 보라는

거다. 아니, 이 젊은 나이에 무슨... 하며 펄쩍 뛰는 staire에게 이모들까지

합세해서...

사연인즉, 어느 집에서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와 딸 둘,

이렇게 여자들 셋만 남았는데 남자가 하나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하필 저를?"

"하필이라니... 잘 아는 집이니까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사실 그 나이 때의 젊은 애들 치고 맞선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staire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긴 하다.)

그런데 나중에 듣기로는 거기엔 14억이라는 돈이 걸려 있었던 거다. 돌아가신 분은

유산을 동산으로만 14억을 남기신 거다. 부동산은 빼고... 그리고 유언장이 참 단순

했다. 큰딸과 결혼하는 사위에게(큰딸에게...가 아니다) 10억과 부동산 전부를,

작은 사위에겐 4억을 남기신 거다. 물론 어머니를 모시는 건 맏사위.


이제는 단순히 맞선에 대한 거부감의 차원이 아니다. 도대체 이런 조건으로 사위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도 당혹스러운데 왜 staire가...?

어쨌든 맞선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내가 과연 억대 신랑감인가 하는 의문을
 
덮어둔 채 약속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제가 언제 큰딸하고 결혼한댔어요?"

"왜? 큰딸도 너하고 같은 나이잖아... "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기왕 만나는 거 둘다 만나야지 왜 큰딸 쪽으로 몰고

가시는 거냐구요."

"그랬나? 하여간 일단 큰딸부터 만나보고..."


이건 뭔가 잘못된거야. 10억이 얼마나 큰 돈인지 모르지만... 어머니께선 그냥

들어온 혼담이니까... 하시는 정도였지만 이모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예민했다.

무조건 큰딸을 택해야 한다는거다. 4억도 큰돈이지만 4억을 갖고 3년을 기다려봐라.

10억이 되나. 여자 나이 3년 차이는 3년 지나면 그게 그거야... 이모들의 말씀을

듣고서야 자매의 나이 차가 3년이라는 걸 알았다.


친구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야, 네가 설마 돈 몇억에 아쉬운 인생이겠냐. 젊은 여자를 택하는 게 백번 나아.

나이를 어떻게 돈 주고 사냐?"

이런... 결국 그게 그거다. 도대체 돈 몇억과 여자의 젊음... 이런 게 만나보기도
 
전에 단정지을 수 있는 대단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맞선'은 결국 맞선이 아닌 미팅처럼 돼버렸다. staire가 끝까지 고집을

부려 언니와 동생을 한꺼번에 만난 거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어른들께서

자리를 피하셨다...


"죄송해요. 제가 좀 서툴러서... 사실 전 이런 자리에 나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러시겠죠. 우리도 그런 걸요."

언니는 대학 4학년. 동생은 1학년. 둘다 맞선 같은 걸 보고 다니기엔 젊다.

14억...이란 요소를 배제하고 보면 상냥하고 소박해보이는, 사실 누구와 결혼해도

후회할 것같지 않은 좋은 아가씨들이었다. 세 사람은 점차 편안하게 어울리기 시작

했고 아가씨들의 어머니께서 주문해 둔 와인을 맛보며 실속없는(?) 음악과 시, 연극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정말 우리 둘 중 하나와 결혼하실 생각이 있는 거에요?"

언니 쪽에서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한 얘기를 꺼냈다.

"글쎄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얘기할 만한 게 아닌 것같죠?"

"그래요... 우리도 사실 오늘 저녁, 즐겁게 보낼 생각 뿐이지 어른들처럼 신랑감을

보러 온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하... 그리고 둘 중 한 분을 택하기로 하면 나머지 한 분께 미안해서

어떡합니까. 남도 아니고..."


"혹시 10억과 4억에 대한 얘기 들으셨어요?"

"예... 재미있는 얘기더군요."

"우리도 그래요. 남의 일처럼 재미있기만 해요."

"전 10억이든 4억이든 생기면 의대 당장 그만두고 하고싶은 거 할 생각입니다. 아마

어른들께서 이런 생각을 아시면 혼담이고 뭐고 다 끝나는 거겠죠. 제가 의대생이

아니었으면 이런 얘기가 나오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맞아요. 어머닌 그돈으로 병원이나 하나 짓고... 그렇게 생각하시거든요."

"그럼 어머니께 그렇게 전해주시겠습니까? staire는 뭘로 먹고 살 지 모르지만

적어도 의사가 되지는 않을 거라구요..."

"그럴께요. 다시 만나더라도 이런 자리에서는 아니었으면 해요."


그 자매들과는 그 후로도 가끔 만났고 꽤 오래 사귀었다. 물론 늘 셋이서... 혼담은

당연히 깨어졌고 이모들의 실망은 컸다. 어머니는 '그럴 줄 알았어...'하고 웃으며

넘어가셨지만...

이제 그 자매는 10억과 4억의 주인을 만났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돈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지만... 좀더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만났으면 뭔가 이루어질 듯도 한 멋진

아가씨들이었는데...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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