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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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4

마린다레베로공작 0 3,836 2006.03.12 21:58
이불을 발로 차면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이렇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빛이 통하지 않는 어두컴컴한 밀폐된 방안의 관 속에서 빛이 나오면 잠에 들고 어둠이 시작되는 동시에 일어나는 나한테는 ‘이불’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의미는 색다른 것이었다.
나는 앉으면서 내 두 손을 이불 속으로 넣었다.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흡혈귀이었던 나의 몸은 얼음같이 차가웠다.
만약 이 온기가 나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매우 기쁘다고 해야 할 지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두 손을 이불 속에서 뺀 다음에 손바닥을 보았다. 점 차 나의 미소는 밝아졌다. 이 온기. 그래. 이 온기는 내 몸에서 나는 것이었어.

‘똑똑’

문 쪽에서 누군가가 두들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문쪽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성질이 두개 합하면 약해진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문밖에 있는 사람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김정현이 살아온 기억에 의하면 이 자취방의 주인이었다.

“네에~”

라고 답한 나는 문쪽으로 걸어가서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었다. 눈부신 햇살이 내 얼굴에 비추었다. 정말 오랜만에 비춘 햇빛이었다.

“어머나? 색시는 누고?”

갑작스런 미모의 여성의 등장에 놀란 집주인의 말이었다. 물론 그렇겠지. 자신이 생각하기엔 총각 하나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웬 아가씨가 나왔다. 충분히 놀라고 당황할만한 일이었다.

“아. 저 여자친구 인데요?”

이럴 땐 이런 답변이 적절하다. 내가 바로 ‘김정현’이었다는 말을 해봤자 상대방이 믿을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내가 이 말을 하니 그 아줌마의 얼굴은 점 점 더 황당하다는 빛이 역력해졌다.

“아따, 그 젊은 총각이 이렇게 예쁜 색시랑 살고 있었다니. 역시 얌전한 고양이가 일찍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 참말이었구나~”

“그런데 아주머니. 이런 아침에 무슨 일이신가요?”

놀라운 건 나중의 일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왜 이런 아침에 왔는지 이다.

“아따, 내 정신 좀 보셔. 그래 예쁜 처자. 정현 학생 어디있어?”

“에..? 지금은 없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아 정현 학생 오면 월세 낼 때 됐다고 전해줘잉. 알겠제?”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혀”

라는 말을 남기고 주인은 걸어갔다. 난 문을 닫고 문에 기대었다. 나의 몸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오른손이 무의식으로 가슴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숨이 가빠졌다.
그래-. 나는 지금 흥분하고 있다. 오랜만에 처음 만끽한 아침 햇살. 보통 인간한테는 지겨울 정도이겠지만 어둠 속에서 태어났고 다시 어둠 속에서 잠드는 나한테는 ‘빛’이란 것은 ‘죽음’보다도 경험하기가 위험하고 힘든 존재였다. 오직 마리아만이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을 내가 누리니깐 매우 행복하고 흥분되었다.

“하아- 하아-”

나의 숨은 점 점 가빠지기 시작하였다. 안돼. 이런 상태로는 흥분된 채로 밖을 돌아다닐 수는 없어. 그렇다고 밤에만 활동할 수도 없고.
우선 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서 뚜껑을 열고 마셨다. 차가운 물이 나의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가슴 속으로 들어갔다. 차갑게 식혀주고 있는 물.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뜨거움. 물론 우리도 ‘뜨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건 외적인 뜨거움이었다. 불에 달구어진 쇠말뚝! 그리고 죽어가는 동료가 말한 축복받은 은십자가로 만든 탄환. 무섭도록 뜨겁다고 하더군. 그리고 손으로 느껴지는 인간 육체의 뜨거움. 인간보다 상대적으로 체온이 낮은 우리한테는 그들보다 온도에 대한 느낌이 더 심했다. 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상대방의 피도 참 따뜻했다. 그리고 그때 느껴지는 쾌감. 뜨거운 피가 나의 몸 속으로 녹아 들어갈 때의 그 느낌. 그래서 우리는 그걸 위해 피를 마시는 건가? 피가 우리를 마시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내 몸에서 열기가 난다. 보통 인간의 체온하고 같아진 것이다. 뭐 마음 한쪽에선 아쉬워하는 것이 있었다. 흡혈의 쾌락을 다시는 못 느끼는 것일까?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그런지 흡혈을 해도 잘 모르겠다. 지금 나한테 있어서 흡혈은 필수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이다.
인간의 몸을 기초로 부활을 해서 그런지 나의 몸에서 ‘꼬르륵’ 이라는 소리가 났다. 이거 마리아였을 때엔 잘 느껴지는 것이었는데 스테이시아로 되면서 상실한 것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려보았다. 전기 밥솥이 있었고 선반에는 스팸햄이 있었다. 우선 배고픈 관계로 밥솥을 열고 주걱으로 펀 다음에 밥그릇에 넣었다. 그리고 작은 탁자에 놓고 물 한컵을 따른 다음에 스팸햄의 뚜껑을 연 다음에 젓가락으로 햄을 일부 도려낸 다음에 입에 넣고 밥을 한 숟가락 펀 다음에 입에 넣고 씹었다.
내 두 눈에 흐르는 것은 눈물이었다. 스테이시아로 된 후에 이렇게 ‘아침밥’을 먹는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나는 눈물을 딱았다. 아예 오른팔을 두눈에 대고 울었다.

“흑..흑.. 아앙”

두 눈에 나오는 눈물이 옷에 묻었다. 나는 팔을 두 눈에서 땐 다음에 밥상을 봤다. 비록 급한 마음에 챙긴 밥상였지만 상당히 맛있었다. ‘아침밥’이란 건 정말 맛있었다.
다시 숟가락으로 밥을 펀 다음에 먹고 햄도 먹었다. 치아가 그걸 분쇄하면서 느껴지는 감촉. 인간의 피만큼 맛있었다. 아- 이것이 인간의 특권이란 말인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군이 ‘요리사’ 인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인간은 미각을 느낄 수 있는 존재였다.
밥을 다 먹은 나는 두 팔을 뒤에 있는 방바닥을 지탱한 후에 반쯤 누웠다.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나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좀 쉬다가 슬슬 복수를 해야겠네?”

복수를 하려면 우선 무언가가 필요한 지 생각해보았다. 우선 ‘무기’가 중요하다. 내 손가락 지문이 김정현의 것인지 아님 마리아의 것인지는 모른다. 마리아라면 여기에 데이터가 없어서 상관 없지만 김정현 것이라면 여러가지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 김정현의 기억 속에 있는 정보에 보면 대부분 계획적인 범죄자들은 ‘장갑’을 끼고 하더라. 그래- 장갑을 끼고 칼로 해치우면 되겠어. 이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무리 체격과 체력이 강한 남자라도 흡혈귀인 나한테는 상대가 안되었다. 지금 난 나만의 특기인 ‘오오라’도 쓸 수 있다. 오오라로 상대방을 공격하면 상대하기가 쉬워진다.
우선 칼을 구해야하는데 여기에는 칼이 없었다. 그 흔한 식칼도 없다니.
어쩔 수 없이 구입하려 가야했다. 지갑을 열어보니 3만원정도 있었다. 이 돈으로 칼을 구할 수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해야한다. 장갑은 잘 모르겠다. 우선 저렴한 것으로 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 생각 난 것이 있다. 나는 일어나서 서랍을 뒤졌다.
거기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면장갑이 있었다. 보통 노동을 할 때 착용하는 장갑인데 칼을 다루기에는 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뭐 있는데로 사용해야했다.
이걸로 복수극은 점 점 그 막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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