雷聲霹靂 - 陸拾肆 벽란황제 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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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雷聲霹靂 - 陸拾肆 벽란황제 三

꽹과리 0 3,060 2005.08.20 11:45

벽란도에 밤이 찾아왔다. 바다위에는 수십 척의 정박한 목선에서 나오는 빛이 월광(月光)가 어우러져 수면의 잔물결에 그대로 비쳐 바다에 보석을 흩뿌려 놓은 것 같은 경치였다.

항구 근처의 화려한 와옥. 입구에 귀빈각(貴賓閣)이라 용사비등(龍蛇飛騰)한 필체로 적힌 현판이 보였다. 작은 정원도 있으며 기와가 모두 좀처럼 보기 어려운 보석기와로 되어 있었다. 귀빈각은 김사월이 직접 기관토목술의 대가를 불러와 거액을 들여서 만들었으며 주로 귀빈접대용으로 사용한다.

귀빈각 내부. 창문 너머로 벽란도 포구의 야경(夜景)을 바라보는 오 인이 있었다. 낮에 벽란도를 방문한 벽안의 색목인들이었다. 원래 김사월은 여간해서 귀빈각을 내어주지 않는데 오늘 건네받은 ‘검어’라는 보검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나보다.


“후쓰리지오 나나카 칸루리 실레리 파타그쿠라 아라히 만지루 기라기리 우울하”
(내 여러 국가의 항구를 돌아다녀봤지만 밤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 항구는 처음이군.)


오인중에 선장인 ‘마라칸 이티스’였다. 그는 창 밖의 야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옆에 앉은 전문통역사 ‘이리칸 수시’를 바라보았다. 이리칸 수시는 지팡이를 창가에 기대어 놓고 책을 펼쳐놓고 ‘중얼중얼’ 대고 있었다.


“수시 아라람 파트라칸타 에이디 무센?”
(수시 낮에 통역마법이 왜 먹히지 않은 거지?)


선장이 묻자 수시는 책을 덮더니 궁금한 듯 묻는 마라칸 이티스를 바라보았다.


“아이파 세이파 라르고르다 파르라칸타 노딩 우하스 히디다”
(글세 지금 생각해도 왜 통역마법이 안먹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이리칸 수시는 말없이 창밖을 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파트라칸타 아하이무 김사월 이하랑제 큐니세키 저세코두스 후타타카도. 이리야라 드라키스트 일룸니 김사월 이젠니키스.”
(통역마법은 김사월의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막에 의해 소멸되었어요. 김사월의 주변에 강한 보호막(保護膜)이 있는 것 같아요.)

“학 이젠니키스 와당카? 할라라 문드라이미 우라센 기어?”
(뭐 보호막을? 그럼 이 그자가 마법을 안단 말이냐?)

“히니미니 호크리 바카데카 어지그랑세”
(현재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라탕 드리드리 코코 마디 로랑다”
(그럼 그 자를 너는 어떻게 보느냐?)


마라칸 이티스의 물음에 이리칸 수시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내 대답하였다.


“하므 김사월 기모기모 이라이카나스 후지포포 고이세키 다르나가시나 도르도리 호호카나미라 요세키 후르닥 다닥케무로 소드피쉬 크릴리스트 봉봉 크라치”
(낮에 김사월의 행동을 봐서는 그는 매우 다혈질의 인간 같아 보입니다. 우리의 계략을 눈치 채지는 못할겁니다. 지금은 검어를 보며 감탄하고 있을겁니다.)

“아다다당 로스 허리마이론 파트라칸타 공갈거사 라이시아 김사월 아니마크라타 고트 내미다티스”
(그렇다면 낮에 우리의 말을 통역한 공갈거사라는 자와 김사월 곁에서 굽실대는 구루는 어떠한가?)

“고트라 차라라프 구러당라 나라크마 이니셔리체 포스 엘니니스 다라이시카나 공갈거사 자그네스 카카 포르리 아만다라느니 크니슈 지지카파스”
(구루는 전형적으로 권력에 아부하는 인간같습니다. 따라서 포섭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공갈거사는 암살자들이 조사해온 결과에 따라서 좀 생각을 해봐야 겠습니다.)

선장 마라칸 이티스는 이리칸 수시의 의견에 조용히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었다.


“할로 에우리데 마장키스트 포프포프 다키?”
(설마 우리의 계획이 틀어지지는 않겠지?)


마라칸 이티스의 질문에 이리칸 수시는 지팡이를 들어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나이루니마 에우리데 뎅뎅 키리카스”
(물론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완벽합니다.)

“호어스 미신기리 허스 운크다드 라운디에리카트 마론다나 벽란도 아도카도 개래자시 히포치포티”
(좋아 작전은 삼일 후에 배가 들어오면 시작한다. 삼일 간 벽란도의 정세를 완벽히 파악해야한다.)


마라칸 이티스는 앞에 조용히 앉아있는 삼인을 바라보았다. 모자를 벗으니 삼인의 머리색이나 홍채의 색이 모두 달랐다. 갈발에 회색홍채, 연홍발에 갈색홍채, 녹발에 청색홍채...


“아라랑 노티랑 그라랑”


마라칸 아티스가 이들을 바라보며 호명을 하자 삼인은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하였다.


“가리니 보쿠 아라랑 이니스 김사월 라인세티 하프치킬 론드”
(지금 아라랑은 김사월과 그의 수족들에 대해 조사를 하라.)


마라칸 이티스의 명령에 갈발에 회색홍채의 아라랑이라는 이국인 남자는 충성의 표시인 듯 손을 이마에 한 번 대고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러더니 입고있는 흑갈색 복식에 좌측흉부에 돌출된 부분을 누르자 신기하게도 얼굴은 흑갈색의 복면으로 덥혔다. 눈 주위마저 모두 빈틈없이 복면이 감쌌다. 단지 눈주위는 조금 더 돌출되어 있을 뿐이었다.


“슬리캄”


순간 아라랑의 모습이 공기 중에 녹아서 사라지듯 희미해지며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할라 노리랑 클 벽란도 아리카나 스티트 벽란도 나이넨 카오 우루츠 불츠 캇”
(노리랑은 벽란도의 여관 등지를 돌며 벽란도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라.)


마라칸 아티스의 명령에 연홍발에 갈색홍채의 노리랑이라는 이국인 남자는 환제국에서 흔히 스는 납작모자를 깊이 눌러 쓰더니 창문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할라 그라랑 벽란도 나이젠크라크 다그마”
(그라랑 너는 벽란도에 병력현황을 살려라)

녹발에 청색홍채의 남자 마라칸 이티스의 명령에 우수를 들어 이마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더니 바람처럼 사라져갔다. 포포국인들이 벽란도에 무역을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오인중에 사라진 삼인은 전문암살자들이었다. 마라칸 이티스를 보좌하는 이리칸 수시는 실은 전문통역사가 아니고 환제국에서 말하는 서역마공을 익힌 마법사였다.

오인의 심중에 무슨 흉계(凶計)가 있는지 아직은 모를 일이었다. 삼인의 암살자들이 사라지고 남은 마라칸 이티스와 이리칸 수시는 계략대로 잘대거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차를 들어 창 너머의 풍광(風光)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도검신비인 김사월이 이들의 생각대로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애초 여각을 두고 귀빈각으로 접대하였으면 김사월에게 꿍꿍이가 있는 것이었다. 지금도 귀빈각의 요소요소엔 수십 명의 특급자객들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방금 전 오간 대화도 모두 기록되고 있었으며 몇몇은 사라진 삼인을 뒤따르고 있었다.


벽란황제 도검신비인 김사월 그는 초옥의 태사의에 기대어 흐뭇한 표정으로 검(劍)을 살펴보고 있었다.


“처음보는 금속으로 만든 검이다. 과연 희세지보(稀世之寶)로다. 꼬리가 검인 검어라... 이거 재미있는 발상이로다. 더구나 어안(魚眼)을 장식한 이 보석은 나 신비인이 볼 때 영묘한 빛을 내는 것이 보통 보석은 아니로다. 내가 볼 때 검날 역시 예리하여 떨어지는 깃털도 능히 베어지리라.”

흡족한 표정을 짓던 김사월은 검에 내력을 주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검신에서 맑은 청광(淸光)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걸 본 김사월은 뭐가 좋은지 연신 웃음을 지으며 검에 감탄하고 있었다. 두 시진 동안 혼자서 그렇게......

그 때였다. 도검신비인 김사월 앞의 공간이 흐릿해지나 싶더니 흑색무복을 입은 복면의 장한이 나타나 부복(仆伏)하였다. 김사월은 검의 감상을 깨서 짜증이 난 듯 한마디 툭 던졌다.


“무슨 일이냐?”


김사월의 질문에 흑색무복 차림의 복면인은 부복을 한 채 고개만 들어 말하기 시작하였다.


“색목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계속 감시 중에 있습니다.”


김사월은 색목인들에게 선물 받은 검어(劍魚)를 정성스럽게 닦다가 부복한 복면인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는 군 계속 감시하고 매 시진마다 보고하라.”

“존명”


복면인은 공간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도검신비인 김사월은 닦던 검을 내려놓으며 나직이 읖조렸다.


“남부에서 혹은 이대륙에서 무슨 짓을 해도 벽란도는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곳임을 가르쳐주겠다. 제 아무리 서역마공(西域魔功)이 강력하다 한들 무림의 일만 년 환무림의 무공만 못하리다. 특히 환무림의 정종(正宗)인 천지무극도(天地無極道)의 무공에는 말이다.”


그렇게 음모(陰謀)와 귀계(歸計)가 시작된 밤이 지나가고 벽란도에 날이 밝았다. 포구의 수평선(水平線)에 아스라이 걸린 찬란한 붉은태양이 벽란도에 아침이 왔음을 광명(光明)으로 말하고 있었다. 아침의 벽란도는 아주 활기찼다. 새벽부터 인부와 선언들이 오가며 화물을 실어 날랐다. 그렇게 많은 배들이 벽란도의 포구를 분주히 드나들었다.

아침이 밝아오자 크지 않은 무역선 한 척이 미끄러지듯이 벽란도의 포구로 들어왔다. 선수(船首)에 다부진 얼굴의 장부가 서서 벽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부의 옆에는 고혹적인 미모를 지닌 여인이 장부의 어깨에 기대어 벽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부두(埠頭)에 다가서고 배에서 좀전의 일남일녀가 내리고 선원들이 말과 마차를 조심스레 내리기 시작하였다.


- 이거 마차가 왜이리 무거운거야

- 이보게들 여기와서 좀 거들어

- 영차 영차


마차의 무게로 인하여 부두의 거중기(擧重機)를 동원하고서야 마차는 배에서 땅으로 안전하게 내려섰다. 마차의 주인으로 보이는 장부(丈夫)는 묘안석(猫眼石) 몇 알을 꺼내어 인부들에게 나눠주었다. 묘안석은 보석으로 인부들의 수고비치곤 엄청난 것이었다. 인부들은 기쁨에 벅차 마차를 타고 멀어지는 일남일녀를 항해 뭐가 좋은지 연신 감사하다며 굽실대었다.

이 때 부두 여기저기서 십여 명 인부들의 눈매가 번뜩였다. 그들은 서로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받더니 하던 일을 놓고 각자 슬그머니 사라졌다. 마차는 얼마가지 않아 초대형 여각을 발견하였다. 팔척가량의 큰 벽옥(碧玉)에 ‘벽란여각(碧瀾旅閣)’을 음각(陰刻)하여 달아놓은 칠층 규모의 호화누각이었다.

김사월은 이 벽란여각을 만들어 상선(商船)이 포구에 들어오면 거의 강제로 화주를 여각에서 묵게 하여 화물을 옮기지 못하게 해서 숙박료나 화물중개료 등을 강제로 징수하였다. 또 벽란도 여기저기에 큰 창고를 만들어 여러 무역품(貿易品)을 확보하여 독점(獨占) 및 위탁판매 등을 겸하여 엄청난 폭리(暴利)를 취하였다.

김사월의 장사수완은 그 뿐이 아니었다. 벽란도는 포구측에서 예성강(禮成江)을 기준으로 좌를 좌벽란(左碧瀾) 우를 우벽란(右碧瀾)이라 하는데 우벽란은 주로 무역선들이 정박하고 좌벽란은 여객선(旅客船)이나 유람선(遊覽船)이 주로 정박하였다. 그는 좌벽란(左碧瀾)에 여객선과 유람선을 수십 척 건조하고 벽란도와 이천리(二千里)에 달하는 예성강의 주변의 명소(名所) 등을 환제국에 널리 알려 매년 엄청난 관광객들을 끌어 모아 유람업과 여객업을 독점하여 해마다 엄청난 돈을 벌고 있었다. 도검신비인 김사월 그는 가히 벽란황제라 불릴 만 하였다.   

마차를 몰던 장부는 벽란여각에 마차를 몰아가자 안에서 점소이(店小伊)로 보이는 자 이인이 튀어나와 친절하게 안내를 하며 마차를 대신 몰았다. 마차의 연인으로 보이는 일남일녀는 다정하게 여각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곧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벽란도 여기저기를 관광하고 다녔다.
   

“정보대로면 그 분은 배를 타기 위해 달포 내로 벽란도에 나타날 것이오. 우리는 그 분이 나타나실 때 까지 벽란도에 머물면 될 것이오.”


헌앙장부(軒仰丈夫)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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