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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정6

인드라 0 2,721 2004.12.29 15:16
생전 막걸리라는것을 처음 먹어보았다.

처음에는 어깨가 무거워오더니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진다.

몽롱한것이 힘이 빠진다. 아버지의 매몰찬 욕지기도 오빠의 가느다란 손목도 친구들의 따돌림도 모두가 한덩이가 되어 빙빙돌기만 한다. 헤헤거리고 웃기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한다.

예진이가 내어민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것을 함껏 빨아들인 순간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나의 기침과 쏫아지는 눈물을 바라보던 예진이의 재미있다는듯한 표정..

백열등의 광선이 눈을 따끔거릴때 주위의 사물이 한곳으로 모아졌다.

주변이 뿌여진다.... 그리고 잠시 서성였을까?

 

정신이 겨우들만할때 세달은 녀석들과 나이트란 곳에 있었다. 예진이와 진석이가 부축을 하고있었다. 세달은 잠시 친구라는것에 대해 생각했다. 같은 또래 비슷한 고민 약간의 일탈이 서로를 묶어주는것....세달은 푹신한 소파에 몸을 던졌다. 녀석들도 우루루 몰려앉았다. 생전처음 생일파티란 것을 경험하는 세달이였다. 세달의 생일일때면 언제나 올라오는 조개를 잘게 썰어 끓인 미역국과 팥냄새나는 밥이 고작이었다. 그리곤 그것들을 먹어치운 가족들이 쭈빗거리며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세달은 생일을 기다렸다. 항상 세달의 생일을 잊지않고 세달이 하교할때 오빠는 마중을 나왔다. 그리고 다정하게 던지는 한마디 우리이쁜 세달이 생일축하해...오빠가 손에 쥐어준 장미꽃한송이를 들고 동래의 낮은 담을 돌아 가파른 계단을 오를때면 더없이 커진 달빛이 세달과 원일을 비추고 있었다. 높은 곳에서 오빠와 도시의밤을 바라볼때면 남몰래 붉어진 눈으로 다짐하곤 하였다. 이 지긋지긋한 달동래를 벗어나고야 말꺼야 그래서 보란듯이 사는거야 ....그때도 오빠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석은 촛불을감싸고 있는 등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하얗게 달여입은 셔츠가 헐렁해 보이는 웨이터가 바지가랑이를 펄럭이며 달려왔다. 진석과 시끄러운지 귀에대고 뭐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나 앰프가 찟어져라 울리는 음악은 그들의 대화를 한줌씩 집어 삼키고 있었다. 웨이터는 명함이란것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바다>라고 적혀있었고 영어 이니셜이 붙어있었다.

Q 아마도 질문이라는 영어를 이니셜한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조명이 번쩍였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티비에서 보았던 끊어졌다가 연결되었다가 하는게 여간 신기한게 아니었다. 플로어에는 젊음이 출렁거렸다. 아니 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여자들의 가슴이 출렁거렸다. 뱀처럼 허리를 꼬는 여자들이 손을 들어 올렸다가 한숨쉬듯 내리고는 또 다리가 벌어졌다 좁아졌다하며 교차하는것이었다. 무척세련된 춤이었다. 마치 쇼프로에서 이벤트걸들이 흔드는 그런 모양이었다. 세달은 가슴이 콩딱거렸다. 저정도라면 자신이있었던 것이다.

 

플로어로 우루루 몰려간 녀석들은 세달을 제촉했다. 그러나 세달은 Q라는 녀석이 거창하게들고온 과일중에서 새꼼한 파인애플을 씹으며 그냥 멋적게 웃어보였다. 과연 예진이는 아주 익숙한듯 세련된 춤을 구사했다. 예진이는 여학생들사이에서 대모격을 통하는 아이였다. 예진이가 첨 학교에 모습을 들어냈을때 선생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경악했다. 교복은 입지도 않았으며 머리는 초록물을 들인채로 배꼽을 드러낸 바지를 입고있었다. 교무실에 끌려가던 예진이는 복도에 침을 뱉었다. 세달은 예진이의 눈이 참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예진은 각반의 짱이라는 아이들과 어디론가 쏘다녔다. 소문에 의하면 예진이가 짱들에게 몸을 주어 아무도 예진이에게 딴지를 걸수없게 되었다는것이었다. 돌아가며 잠을 잔다는것이었다. 물론 소문을 내던 계집아이들은 화장실에 끌려가 초죽음이 되고야 풀려났다. 세달은 예진을 첨보던 순간부터 예진이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했었다. 세달을 무척이나 미워했던것은 다름아닌 예진이었다. 그럼에도 가끔 세달을 도와주는 예진을 세달은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었다.

세달은 <캐리>라는 영화를 생각했다. 영능력을 가진 캐리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영화 혹시 자신의 지금의 모습이 놀림을 당하기전의 캐리의 모습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어색하게 웃던 주근깨투성이의 캐리의 얼굴이 자신의 모습과 뇌리에서 교차했다. 속에서 욕지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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