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날 오후의 사랑

개같은 날 오후의 사랑

가로수 0 2,562 2007.08.04 08:46
글: 김현국(Hitel ID=pctools)
* 개같은 날 오후의 사랑 *

"기차가 역을 지난다고해서 늘 서는 것은 아니지요!!"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가 의자에 몸을 기댄채 중얼 거렸습니다.
막차는 끊겼는지 오지 않았읍니다. 이젠 몇년전 그가 버렸던 사랑도 오지 않을것이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이던 어린 국민학교 시절 내친구 오재촐이가 어제 죽었다고 했습니다.. 불쌍한 녀석....
사랑이 뭐가 개코나 잘난것이라고 엿에 쌍판을 파묻고 죽다니..
어제 그녀석의 죽음을 접하고 슬퍼서 소주를 40 병이나 마셨읍니다.

그래도 기분이 울적해서 10병을 더 시켜서 가볍게 입을 행굴려고 했지만
포장 마차 아주머니가 소주는 사람한테나 파는거라며 얼굴이 노래지길래 더 못마시고 그냥 나왔읍니다.

그 컴퓨터라는 물건은 도대체 뭐하는 물건이길래 그다지도 괴로운 사람이 많은가 .. 빌어먹을 ~~
그녀나 그나 컴퓨터는 개뿔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들은 컴퓨터때문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컴퓨터 미싱 자수를 하는 직물 공장 여공이었고
나는 컴퓨터 드라이 크리닝 세탁소에서 밤낮으로 주름 잡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컴퓨터 세탁소니 컴퓨터 자수니 하는것은 말캉 개발에 편자 같은 소리 였습니다
기계하나에다가 칩하나 끼워서 릴레이 장치를 해놓고 칩이 들어갔으니 무조건 컴퓨터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있던 건물은 여러 사무실이 있던 자그마한 5층 짜리 건물이었는데
그녀는 지하에 있는 수공업을 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었습니다.
 
그날도 열심히 simonn & gafuncol의 "SWEET POTATO OVER TROUBLE THE WATER " ( 험한 세상에 고구마가 되어 ~ ) 라는 팝송을 완벽한 동두천 2사단 발음으로 신명을 살리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도 변함없이 세탁물을 다리고 있었는.,,,, 있었는데 변함없이... 있었는데..언제나 그렇듯이 열심히 다리고 있었는데... 있었는데....
음 ~ 음 ~ 음 ~

(아차.. 아차.. 아차. 이정신좀 봐라...pctools 로고를 빼먹었구나.
이거 요즘 멍하니 살다보니 군기가 빠졌네 .. 다시 처음부터 시작 !!
...
....
......
pctools 의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따라 다니던 사랑도 있었습니다.
 
사랑이 시작 되었지요..
그녀가 그앞에 나타난것은 뜨거운 여름 복날이 가까워져 동내 개들이 모두 모여
"비상시국관계자 대책 회의" 를 하느라 골목 골목 혓바닥 늘어진 개들만이 그늘아래 헉헉 거리고 있을때였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한아름 내밀었습니다.
세탁물이었습니다 무심코 받아들고 이름을 기록하려던 그는 깜짝 놀랐읍니다.
그안에 들은 것은 세탁물이 아니라 운동화들이었습니다.
 
" 아니 ! 세탁소에 운동화를 가져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
" 어머 ! 왜요 ? 이것은 안되나요 ? 요즘 세탁기는 운동화를 빨수가 있잖아요 ."
" 내참 !! 젊은 날의 운동화는 직접 빨아신으세요 "
" 제가 요즘 철야작업을 하느라고 바빠서 그래요. 부탁좀 드릴께요 그 냥 세탁기에 넣고 돌려주면 깨끗이 빨아질것 같아서요. "
" 에고 !! 내참참 ~~ 운동화를 컴퓨터 세탁기에다가 빨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이것은 까만 운동화라 그냥 걸레질만 해도 될것 같은데요 "
" 어머 어머 ! 그 운동화는 처음살때는 하얀색이었어요."
" 윽 ~ 그럼 이운동화는 언제 산것인데요 ? "
" 우리 작은 언니 가출하던 여름이요."
" 작은 언니가 가출한지가 얼마나 되었는데요 ? "
" 큰언니가 소박맞기 두해전이요. "
" 으이그 ~~ 무슨말을 하는겁니까? 큰언니가 소박 맞기 두해전이면 언 제예요 ? "
" 어머 어머 ~~ 가만있자 그때가 언제드라..엄마가 동네 아줌마들 반지 계돈 떼어먹고 야반 도주한 이듬해네요."
" 으으으 ~~ 이거 놀리는 겁니까? 당신 엄마가 반지계돈 떼먹고 토낀지가 얼마나 되었는데요.. "
"어머 ~ 아저씨도 . 참 ~~~ 왜 화를 내고 지랄 이세요 ?
음 ~ 그때가 언제더라 우리 아빠가 은행 강도를 하다가 잡혀서 징역 10년에 보호감호 20년을 언도 받던 해가 맞지..
그럼 올해로 꼭 8년 되었네요. "
" 꺄오 ~ 8년을 운동화를 안빨아 신고 살았어요 ?
어쩐 지 운동화 안창바닥이 꽤나 두껍더라니..
졌다 ! ~ 꽈당 ~"

그녀는 불행한 집안의 막내딸이었습니다.
학교도 제대로 못다니고 집을 나와서 공장을 전전하다가
컴퓨터 자수라는 데는 무엇인가 다를 것 같아서 이 공장에 입사를 하였습니다.

달리 갈곳이 없었기에 이공장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자그마한 이 건물 1층의 세탁소에 급한 일로 세탁물을 맏기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삶에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피곤하고 고달 펐으면 숙녀가 운동화를 제시간에 빨아신지 못할까 안스러웠읍니다.
 
운동화를 받고 그녀가 가고난뒤 세탁소 주인 아저씨가 오기전에 얼른 집어넣고 컴퓨터 세탁기 기계를 돌렸읍니다.
과연 8년을 안빨은 운동화 다웠읍니다.
흑진주 색으로 맑게 빛나는 검댕물이 줄줄 나오는데 같이 넣었던 하얀 브라우스,
하얀 양복들은 저절로 까만 색으로 염색이 되어버렸습니다.

10분을 열심히 돌려가며 운동화를 빨던 기계가 갑자기 삐삐삐 ~~ 경고음을 내며 메세지를 나타내고는 멈추어 버렸습니다.
" 본 기계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분석한 결과 이것은 정체 불명임.
사람신발이라면 이럴수가 없음 !!사이즈 290 mm 가 여자 신발이니 ?
작업 거부 !! "
 
어쩔수 없이 맡은 거는 해야 하겠기에 운동화를 꺼내서 손수 손으로 빨았읍니다..
3박 4일을 빨래비누로 빤 결과 운동화가 겨우 하얗게 되었읍니다.
그러나 너무 박박 문질러서 그런지 그 젊은 날의 운동화는 너덜 너덜 해졌읍니다.
 
이것 참 난감한 일이었읍니다.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운동화를 찾으러 온 그녀는 너덜 너덜 해진 운동화를 보고
그가 직접 손으로 빨았다는 것을 알고 너무 미안하고 감사해 했습니다 ..
 
한건물 의 1층과 지하 는 너무 가까 웠읍니다.
두사람은 처음에는 눈으로만 말을 주고 받았읍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자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잘다려진 하얀 와이셔츠 처럼 곱고 순수했으며 질긴 세무 가죽 잠바처럼 서로를 깊이 깊이 사랑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 사이로 고장 난 다리미 같은 그녀의 공장장하고
구멍난 연탄 보일러 같이 생긴 주인의 못마땅한 눈초리가 있었습니다.
 
사랑은 막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지요, 째려본다고 해서 사랑이 식나요 ?
어쩌다가 보았다고 해서 없던 사랑이 생기나요 ?
 
그들의 사랑은 조그마한 운동화에서 시작 하여 깊어갔습니다.
비록 그들은 가난한 연인 들이었지만 그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알부자 였습니다.
야근할때는 언제나 노란 메추리 알로 저녁을 떼우는 알부자 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알에 지친 부자들이었지요.
삶이 힘들어 버걱 버걱 거리면 야근 일을 마친 그녀와 그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병 시켜놓고
그들이 살아가느라 미처 배우지 못한 철학이나 문학이나 역사를 논했습니다.
 
그녀에게는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 이었습니다.
" 철학을 아는 인간과 모르는 인간 차이는 무엇일까요, 일오씨 ?"
" 빵빵한 여의도 63 빌딩같은데서 근무를 하느냐 ?
아니면 그시간에 그 앞에 있는 한강똥물에서 낙시대나 드리우고 자빠져 자느냐의 차이겠지. "
 
" 프로이트는 경제성에 입각해서 일정한 약의 심적 에너지 배분과 그것의 변화를 통해서,
심적 생활의 적응성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마음현상은 운동하는 것이라고 주장 했다 카데요.
이런 심적 에너지가 <리비도> 이며 이것은 성적 충동 내지 에로스를 발현케 하는 가변량의 힘이다 라고
용산 < 유통정보>란 책에 나와 있데요 ..
꼬이고 여려운 말같지만 가만히 이말을 생각해보면 "에로스" 니 " 심적 생활의 배분성 " 이니 하면서
나발을 떠는것은 다 인간 사랑을 말하는게 아니겠어요!
우리날씨도 더운데 시원하게 키스나 한번 할까요 ?
일오씨 ! "
 
" 가만 가만 ~~ 잠깐만 있어봐,,물오징어 다 삼키면 하자 !!! "
잘못 하면 네입으로 다 넘어가니까 아까워서 안되겠어. "

" 쉘러가 말하기를 인간의 인간인 소이는 동물과 비교해서 그 지능이나 연상 능력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것은 정도의 차이이지 원리의 차이는 아니라고 했어요.
인간과 동물의 양자간의 본질 적인 차이가 되는 인간 고유의 원리는 생명체에는 일반적으로 없는 정신 (GEIST) 라고 하였어요..

그런뜻에서 볼때 키스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정신이며 권리가 아니겠어요.
어때요?
인간만이 가진 권리를 지금 한번 누려보실래요 ?
누가보면 어때요 ? "
" 잠깐.. 잠깐.. 가만 있어봐.. 낙지가 입 천정에 붙었다.
이것좀 삼키고 ~~ ....
야 ~~ 역시 초고추장은 초가 들어가야 맛있어~ 캬~ "
 
" 일오씨 ! 칸트가 말하기를 "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 "이라고 했어요.
이말을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그날 그날 때우기 위한 지친 몸만 이끌고 그럭 저럭 살아지고 있는 거지요.
사는게 아니라 살아 진다는 것은 수동태 이지요.
우리는 능동태가 되어야 해요..

일례를 들어 요즘 제가 주목하고 있는 " 키스하다 "라 는 말도 수동태가 아닌 능동태 이지요.
어때요 ?
우리 지금 힘빠진 수동태를 뜨거운 능동태로 바꾸어 볼까요 ?
지금 여기서 어때요 ? "
 
" 음 ~ 좋지.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 ! 연숙이가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너무 무심 했군..
아저씨 ~~ 여기 동태찌게 한냄비 빨리 끓여주세요.
동태눈깔 빼지 말고요..
한물간 수동태로 끓이지 말고 능동태로 끓여주세요.
에이 ~난 동태찌게에 치즈를 넣으면 어쩐지 맛이 없더라. "
 
그녀와 그는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보다도 더 삶이 버걱 거리는 것은 서일오란 그 청년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힘든 삶이 었습니다.

그녀에게는 견딜 하다고 스스로 자위하며 살았지만
그 <서일오>란 청년에게는 삶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귀찮은 것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술주정 뱅이인 아버지가 있었고 대학에 다니는 여동생이 둘씩이나 있었습니다.
 
며칠후 다시 만났을때 그는 그녀에게 군대를 가게 되었노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플라토닉 한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동물적인것 도 아니었으며
컴퓨터 하는 뒈먹지 못한 인간들중에 pctools 김헌국이란 병신 같은 자식이 젊은 날 했던
넋빠진 하품 나는 사랑도 아니었습니다.
 
그 빙신 같은 대가리에 똥만 든 인간은 아직도 그년이 안잊혀 진대나 뭐래나.
그가 그녀를 만나는 것은 같은 상처를 가진 개끼리 혀로 핧아주는 것 같은 그런 위로 였습니다.

단순한 이야기 상대 외에는 그녀가 하는 행동은 그에게 부담 스러웠습니다.
단지 아픈 상처를 쓰다주면 되었지 뜯어먹는것은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요즘들어 부쩍 그녀는 그에게 어떤 답을 요구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제 영장을 받고 군대에 가야 했으며 그녀는 그를 보면서
안정된 <돼지 우리> 같은 포근한 행복을 꿈꾸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침울하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일오씨 ! 당신은 하늘을 훨훨 날고 싶으신가요 "
" 연숙이 ! 난 모두가 느끼는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자유를 느끼고 싶을 뿐이야 ~ "
 
그에게 현실에서 멀어진 이야기는 고장난 상빈이네 집의 에어컨 리모콘 같이 쓰잘데기 없는 것이었습니다.
"일오씨 !
플라톤은 "진정으로 아름 다운 유대는 자기 자신과 그 결함 되어 있는것을 다시금 하나로 만드는데 있다고 했어요.
여기서 그 " 하나 " 라는 것에 주목 할 필요가 있어요.
어때요 ?
우리 결혼 할까요 ? "
 
" 쳇 ~ 제기랄 ~ 결혼이란 "개똥이 서있는 풍경" 일 뿐이지 !!"
" 일오씨 ! 너무 부정으로 사물을 평가하지 마세요.
헤겔의 " 피히테와 셀링 철학 체계의 차이 " 에 보면 객관이 하나의 절대적 절대적 객관이라면 그것은
한낱 이념적인 대립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게 말인줄 아시기나 하세요 ?
모르지요 ?
그치요 ? 흥 ~
사실은 나도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는 똑 같이 모른다는 것으로도 벌써 철학적 동질감을 느껴야 하지요 .
 한 인간이 모르는 것을 다른 인간이 모른 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것은 절대적인 인연일수도 있어요.
이런 결코 구성적 태도를 취할수 없는 절대적 동일성의 추상을 통하여 발생하는 문제때문에 나는 야외에서 결혼 하고 싶어요. "
 
"소크라 테스인가 세익 스피어 인가 하는 사람이 그랬어.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니 차라리 디스켓이나 사라고 말이야. "
 
그때까지 그를 향한 다정한 눈길을 보내던 그녀가 그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안주로 먹던 산낙지를 확 집어서 그의 뺨을 사정 없이 여덟대나 내리쳤습니다.
"짝 !
짝 ~~ 짝 ~~짜 짜 짜 짜 짝 ~~"
 
개운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산낙지를 들어서 때리기는 한대 때렸을 뿐인데 낙지다리가 여덟개라 그런지
나머지 일곱대는 오토매틱으로 뺨을 때렸습니다.
 
"흑흑 ~ 이 바보같은 남자야 나는 네가 하나도 안 사랑해 ! "
내마음도 모르는 얄미운 웬수 ~~ 급살을 맞은놈아 ~ "
 
그리고 그녀는 일어나서 뛰어가버렸습니다. 일오의 표정은 변하지도 않았습니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가 간뒤에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천둥번개도 요란 한 소리를 내며 때렸습니다.
그러나 일오는 일어 나서 그녀를 쫏아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쫏아가보아야 그녀를 위로해줄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그대로 앉아 서 그녀가 아까 뺨에 때려 붙어 있는 산낙지를 얼굴에서 뜯어내어
초 고추장에 듬뿍 찍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낙지 다리 하나 하나 마다 맛이 오묘하게 달라지는 그 불가사의 한 안주의 세계를 음미하면서...........
세수도 안한 얼굴에 붙어 있던 낙지라 그런지 짭잘하니 간이 딱 맞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되어가는데 비는 더욱 거세지고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내리 쳤습니다.
빗속을 울면서 기숙사도 돌아간 그녀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싸가지가 없는 무정한 남자 서일오를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그를 좋아해서 그와 결혼 할 생각까지 했지만 무정한 그는 자기 삶마저 고달픈것처럼 보였습니다.
세시간이 지났습니다.

두시간동안이나 불꺼진 기숙사방에서 울던 그녀는 벌떡 일어나 우산도 없이 세탁소 근처 일오네 집으로 달렸습니다.
이대로 지난다면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는 영영 떠나 가버릴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오네 집은 세탁소 건너편 길을 건너 오래된 기와 집이 있는 낡은 동네에
정육점을 돌아 마지막 골목 세번째집 이었습니다.
그가 사는 방은 좁은 골목길옆으로 작은창문이 있었습니다.
 
그가 사는 방에 다가 가면서 그전에 그의 창가에 가서 작은 소리로 그를 불러내던 생각을 하고는 가슴이 더욱 아팠습니다.
이대로 그를 보낼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방 창문가에 불빛을 통해 그림자가 어른 거렸습니다.
조금 높아 보이는 창가에 바짝 다가선 그녀는 발돋움을 하여 창문을 가볍게 두드렸습니다.

곧이어 드르륵 하고 창문이 열리자 마자 .....
그녀는 그대로 그의 목을 껴안고 뜨거운 키스를 하였습니다.
 
(~~이대로 당신을 보낼수 없어 ~~이렇듯 사랑인것을...아 ~~! 지금 이대로가 좋아 ~~ 이 기분 캡이예요..~~)
 
그녀는 가슴속 깊이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것을 주체하지 못하며 격렬하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창가로 목을 내민 그는 꽉끌어 안은 그녀에게 옴짝 달짝 하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지기를 바랬습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일오씨와 입을 맟추고 있다면 그 맛있는 개고기도 포기할 용의도 있었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남자가 없이는 이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그를 사랑하든 안하든 그것은 중요한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영화에서 에서 잉글리트 버그만이 키스를 할때
코를 어디다가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던 그런 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키스 할때는 누구나 그런것 처럼 눈을 꼭 감았습니다.

한참을 행복감에 도취되어 그의 목을 꼭 휘어감고 사랑하는 남자를 느끼던 그녀는 갑자기 이상한것을 느꼈습니다.
키스를 하던 그의 입에서 털털한 막걸리 냄새가 나는것이었습니다.
 
그는 조금전까지 소주를 마셨는데...
이상해서 한쪽 눈을 살며시 떠본 순간.. 악 ~!~ 이럴수가..
 
" 옴마 !!옴마 ~~ 웬 처녀가 이리 뽀뽀를 션션 ~(시원 시원)하게 잘한디야 ~~ 이거 오 밤중에 기분 이 째지는 구만..
그란디 처녀는 누구랴 ? 어디서 본것 같구먼 !!
아항 ~~ 요 아래 맹물 다방에 새로온다던 미스 박인감 ? ~~
으헐헐헐헐 ~~~ 거 아주 싸비쓰 가 그만이구먼 ~~
에잉 ~~ 내가 좋으면 좋다고 진작 말을 허지잉 ~~~
아따~~ 서둘지 말고 골목 밖에서 기다리라고잉 ~~~
옷입고 잽싸게 달려갈 팅께 ~ 웜매 ~ 기분 째지능거 ~~. "
 
그녀가 꼭 끌어안고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던 그사람은
그녀의 사랑 일오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들이 늦게 들어오자 궁금해진 그의 술 주정뱅이 아버지가 그의 방에 왔던 것이었습니다.
그시간에 일오는 너무 술을 많이 마셔 포장 마차에서 널부러져 술에 곯아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다음날 부터 일오는 그녀를 볼수가 없었습니다.
더이상 아픔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그가 있는 곳에서 멀어지려 다른 곳에 직장을 얻어
일오가 일하는 같은 건물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곳으로 옮겨 갔습니다.
......................
여름이 거의 다 지나갔습니다.
그녀를 다시 만난것은 그가 영장을 받고 군입대를 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려고 할때였습니다.
그녀는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만 있는 것이 그녀를 위로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기차에서 먹으라고 봉지에 싼 삶은계란 꾸러미를 건네주는 그녀의 손은 가냘프게 떨렸습니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일오는 가만이 서있기만 했습니다..
동그란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 한채 금새라도 떨굴 것 같은 표정을 한
그녀의 조그맣고 예쁜입이 달싹 거리며 조용히 물었습니다.
 
"일오씨 !~ 기차가 지나는 역마다 정거장이 왜 있는줄 아세요?"
그뜻을 아세요 ? "
 
그녀가 그를 향해 안타까운 눈길로 붙잡으려는듯이 물었습니다
기차가 서서히 출발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일오가 홱 돌아 섰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플랫폼을 빠져나가려는 기차에 올라타며 그녀를 향해 절규하듯 외쳤습니다.
" 역이 없으면 내리고 싶을때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서 내려야 하니까 기차역이 있는거잖아아아아 ~~ !! "
 
그리고는 훌쩍 뛰어 기차위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열차 창문 밖으로 목을 내민 그가 외쳤습니다..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마구 흘러 내렸습니다. 젖은 목소리였습니다
 
" 기차가 역을 지난다고 다 서는게 아니라고 ????
너 주윤발 비디오영화보고 대사 흉내내면 가만 안둔다 ~!~ "
..
....
.........
사라지는 기차와 함께 그도 가버렸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보내고는 그는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3년의 군대를 마치고 나온다음에도....
아 ~ ~~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
이젠 영원히 가버린 젊은 날의 슬픈 내사랑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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