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

가로수 0 2,564 2007.06.28 22:44
 
글: 김현국(Hitel ID=pctools)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

그녀에게 그런 증상이 나타난것은 언제부터인지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아마 국민학교 5학년때 아무것도 모르면서
단지 책이 거기 있었기 때문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학교 뒷동산에서 읽다가 부터였습니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 ~~ 가려워 미치겠다"
 
그 책을 읽다가 너무 어려워 머리가 아프다가 갑자기 몸이 가렵기 시작 했는데 그 이후로 어떤 복잡한 문제에만 부딪치면
이상한 증세에 시달리기 시작 했습니다.
온몸이 가려워지는 증세였습니다 .

청결이라면 두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인데도 가려움증이 사라지지 않는것을 보니
이것은 심리상태하고 하고 관계가 있는것 같았습니다.
................
....................
PCTOOLS 의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김진희..
컴퓨터 통신을 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쏭다리> 혹은 <개다리> 라고 불렀습니다.

창문을 부딪치며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그런 경우 가장 보편적인 사고란 무엇일까 ?"
 
몸이 마구 가려웠습니다.
" 이놈의 책은 어쩐지 살때부터 비비 꼬일것 같은 내용이었어.쌍느무 시 x 이트 하드디스크 같은 책 !! "
그녀가 중얼 거렸습니다.
 
가려움증이 또 나타났구나..
어떤 복잡한 수학문제가 수학적으로 풀리지 않고 꼬일때나 돌아도 돌아도 같은 곳을 도는 쳇바퀴 같은 문제를 생각할때마다
그녀에게는 이상하게도 가려움증이 생겨나고 했습니다.
 
마구 긁었습니다. 벅벅 긁었습니다.
넙쩍 다리도 벅벅 긁고.겨드랑이도 벅벅 긁고 뒷통수도 벅벅 긁고 마구 긁었습니다.
진희는 책을 콰당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습니다.
"그래 ! 가려울때는 긁자.그래 그래!! 긁자 긁어..
긁는게 남는거다..
다리도 긁고 옆구리도 긁자 그리고 등뒤도 긁자 ~~
긁다가 외로우면 하늘을 보자.."
 
발바닥도 가려웠습니다.
사정없이 긁었는데도 조금도 시원해지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긁다가 이상해서 보니 실내화 바닥을 벅벅~ 긁고 있었습니다.
 
에구.. 이런 빌어먹을 ~~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 거렸습니다.
철학과를 전공한 그녀에게는 사물은 보는 관점이 남들과 약간 달랐으며
그런 이유로 해서 어떤 생각을 할때는 깊이 빠지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가려움증이 생긴 이후로 그녀는 깊은 사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다가도 물건 값 계산이 어려우면 그녀에게는 가려움증이 나타났습니다.
물건값을 계산하다가 돈을 안내고 온몸을 벅벅 긁으니 이것이 모양새가 별로 였습니다.
 
" 앗 ~~ 아줌마 ~~ 잠깐만요.. 요기좀 시원하게 긁고요..
그러니까 쥬스 두병이면 (긁적 긁적 ~~) 3천 4백원하고
그리고 라면 다섯개이니까 (벅벅 ~~) 8백원하고
커피 한병에 설탕 두봉지 하고 (박박 ~~ )
콜라 다섯병에다가 쏘세지가 3개이면 ..
그러니까 얼마더라(긁적 긁적 벅벅 ~ 박박 ~~ ~~)
아고 ~ 가려워죽겠어요 .. 얼마라고 했지요 ?
여기 만원 짜리 드리니까 계산해주세요.. ~~ 벅벅벅 ~
박박박~~~ "
 
버스를 타도 그녀는 가려웠습니다.
이버스가 파란색 번호였는지 빨간색이었는지를 조금만 생각하다 보면 가려워져서 긁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어떤때는 손이 안가는 등뒤가 너무 가려워 급한 김에 운전사 아저씨에게 긁어 달라고 했더니
그 멍청한 아저씨는 싱글 벙글 하면서 운전대를 놓고 그녀의 등을 긁어주다가 버스가 전봇대를 들이받아
비명횡사를 할뻔하기도 했습니다.
 
왜 생각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온몸이 가려운지 그녀는 도무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알수없는 증상이라는 답변 뿐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머리를 긁기 시작 해서 저녁에 돌아오면 박가락을 긁으면서
잠속으로 빠져드는것이 그녀의 하루 생활이었습니다.
 
그녀에게 모든생활은 가려움증으로 인해서 무의미하고 건조 했으며 남들과 같은 취미생활도 즐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녀는 외로왔습니다.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붉은 저녁 노을이 길게 늘어지는 여의도 광장 아스팔트 한 모퉁이에서..
그녀는 넙쩍 다리를 긁었습니다.

은행 나뭇잎이 노랗게 떨어지는 대학로 벤치에 우수에찬 표정으로 앉아 그녀는 발바닥을 긁었고
안개낀 효창공원의 포플라 나뭇잎 아래서 고독한 표정으로 뒷통수를 긁었습니다.

어느 겨울밤에 진하게 끓인 커피 를 마시면서 우두커니 창가에 기대선채
수은 가로등이 무표정하게 골목길을 비추는것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외롭게 옆구리 를 벅벅 ~긁었으며
늦게 집으로 가는길에 제기동 지하철역에 앉아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과
노란기차표의 검은 숫자 들과 두선으로 길게 나있는 선로를 바라보며 알수없는 막막함에 빠지며
그녀는 옆통수를 벅벅 ~ 긁었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빌딩 사이로 각기 바쁜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어디선가 본것 같은 사람이 스쳐간것 같은 느낌을 받아 뒤를 돌아보니 벌써 어디론가 사라졌을때
힘없이 보도블럭 위로 고개를 떨군채 뒷통수와 발가락을 동시에 긁었습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할때까지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이 외롭게 살았습니다.
그녀에게 산다는 것은 가려운것이었습니다.
 
---이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 ~~ 가려워 미치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녀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 한 직장은 그녀가 전공한 철학과 관련이 깊은 곳이었습니다.

그녀가 100 대 1의 경쟁율을 뚫고 들어간곳은 <노사문제연구소> 란 곳이었는데
이곳은 일반 노동문제를 다루는 연구소가 아니라 "노사연 " 이란 가수와 "사르트르" 와의 음악세계및 문학을
경험론적인 관점에서 연관시켜 연구하는데 별문제가 없는냐를 분석하는 사단법인 기관이었습니다.

약칭으로 <노사문제 연구소> 라고 하였습니다.
그녀의 삶이 그동안의 삶보다 약간 바뀐것은 이곳 직장에 입사선배인 그를 만나고 부터였습니다.
곽뎅수 28세. S대 경제학 박사
노사관계연구소 재직중 스카웃.
 
세상사람들,심지어 가족 조차도 관심이 없었던 그녀가 곽뎅수 대리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접근한것은
그도 그녀와 같은 행동을 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바라만 보다가 6개월이 흘렀습니다.
회사에 적응이 되어가면서 여유가 생기자 그녀는 곽뎅수 대리의 행동을 남몰래 관찰하는것이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핸섬하게 생긴 곽뎅수 대리는 가끔 업무때문에 복잡하게 일이 꼬이면 그자리에서 남의 이목을 안가리고 온몸을 긁어댔습니다.
남자였기에 아주 씩씩하게 긁어댔는데 가끔은 이사님들 앞에서 바지를 걷어내리고 마구 긁어 대는것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멋져보였습니다.
 
어느 토요일 점심에 그녀가 그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을때 그동안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물어보았습니다.
"사르트르에게 있어서 실존 주의란 지난 100여년 동안의 가장 위대한 이데올로기인 마르크스 주의 안에 포함된,
그 근원이 소부르조아적인 한 사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여지는데 그런 이유로 해서 곽대리님이 왜 가려움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그녀의 질문을 받은 곽대리는 밥을 먹던 숫가락을 놓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가렵기 시작 한 모양이었습니다.
 
" 까스통 바슈라르는 그의 시에서 촛불이 잘탄다고 씨부렁 거렸는데
그런 이유로 내가 몸이 가렵기 시작한 이유를 말씀드린다면 (벅벅벅 ~~)
몇년전에 나의 형이 어느컴퓨터(슥슥슥 ~~)
잡지사 여기자를 사랑하다가 실패해서 (긁적 긁적 ~~ )
한강다리에서 자살한 이후로 (북북북 ~~ ) 이런 증세가 생겨났습니다.

나는 형의 아이러니 한 죽음에 대해서 아주 깊이 생각을 했었지요. (으지직 으지직 ~~)
그때부터 이런 증상이 생겨 났습니다.
형의 이름은 곽똥수라고 했어요 .
컴퓨터 회사를 운영 하다가 망했고요. (긁적 우직 ~박박~~ 벅벅 ~~ 직직 ~~)"
 
여기까지 겨우 말을 마친 그는 설렁탕뚝배기 그릇을 뒤집더니 등을 긁기 시작 했습니다.
그녀도 비빔밥을 먹던 숫가락으로 뒷통수를 긁어가면서 그의 표정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가 6개월 동안 신비에 싸여 바라보았던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삶이란 철학에 대해서 깊은 사색을 하는 남자를 생각했지
가족의 죽음 때문에 가려움증이 생겨난 남자를 생각한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그녀의 생활은 출구를 막아버린 감옥처럼 폐쇄적인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직장에서 그녀는 업무상 필요한 말이외에는 하지를 않았습니다.
이제는 곽뎅수 대리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형의 죽음때문에 가려움증이 생겨낫다는것은 뭔 개소리인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습니다.
 
며칠후..
그녀가 버거운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편하게 누워 쇠부러쉬로 가려운데를 긁어가며 독서를 하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강아지가 요란하게 짖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녀는 한적한 연립주택 2층에 전새들어 살고 있었고 집주인 부부는 맞벌이를 하기때문에 새벽에나 들어왔습니다.
오밤중에 웬 잡상인인가 생각을 하고 아까부터 특히 가려운 뒷통수 부분을 이번에는 이쑤시개로 집중 공격을 하는데
아래층의 담벼락 밑에서 낮익은 목소리로 노래가 들렸습니다 .
 
"창문을 열어주오 !
새날이 밝기전에 그대여 ~~
아름다운 나의 짱돌이 그대의 하얀 창문을 박살 내기전에.."

이게 웬 30년대 신파극인가 하면서 그녀가 창문을 열었을때 어두운 골목길 아래 에 어렴풋이 보이는 사람은
같은 직장의 곽뎅수 대리였습니다.
한손에는 노란 장미꽃을 들고서 한손은 높이 들면서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참으로 쉽게 시작 되나 봅니다.
그날 점심 이후로 곽뎅수 대리는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 했던 것이었습니다.
소심한 곽뎅수 대리는 그날이후 그녀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안타까워 하다가 용기를 내어
술을 몇잔 마시고 그녀가 사는 집앞에 와서 그녀에게 30년대 신파조로 사랑을 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OLDIES BUT GOODIES !! 라고 했습니다.
<오래된것이 오히려 좋다는> 말로서 요즘의 찰나적이고 즉흥적인 사랑보다
옛날부터 내려져온 사랑표현이 어필할거라는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습니다.

이말은 곧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과 일맥 상통하는 말이었으며
가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로 대신 쓰여지기도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녀가 멍하니 창가아래를 바라보고 있을때 담벼락에 기대어 뒷통수만 보이는
곽뎅수대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 했습니다.
 
***********************************
"PCTOOLS 라는 놈의 이야기에서 처럼..
어떤 청년이 있었다네 ...
어느날 뚝배기로 등허리를 벅벅 긁다가
문득 앞에 놓여 있는 사랑을 발견 했다네..
그녀는 숫가락으로 뒷통수를 긁고 있었지..
그 우아함을 무엇으로 표현하리요 !
바다보다도 깊어질것 같은 사랑이었지..
그 사랑의 힘은 그를 그녀가 사는 곳까지
실어다.... 윽 윽 ~~~..
(쉿 ~~ 워리~ 워리~ 저리 가라 ~~ 착하지.. 저리 갓 ~~ )
*******************************************
한참 잘나가는데 아까부터 시끄럽게 짖어대던 강아지가 대문옆 개구
멍으로 빠져나왔는지 옆에와서 물어댈듯이 으르렁 대기 시작 했습니다.
************************************************
 
"사랑은 테풍도 아닌데 그청년을
흔들어 놓았다네 ~
(으 ~ 이놈의 똥강아지가 왜 이래... 저리갓 ~~ )
태풍 처럼 밀려온 사랑은
산들 바람처럼 그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었지...~~
(워리 워리 ~~ 쉿 ~~ 제발 저리 가랏 ~~ 으 죽겠네..)
저 쌍놈의 개x 끼 를 ~~ 기냥 ~ 콱 ~~)
그의 나날은 회색빛에서 장미빛으로 바뀌었지..
그에겐 따사로운 봄날 햇빛처럼
사랑이 찾아왔지..~~
벅차오르는 사랑을 느끼면서
그는 외쳤지 ~...
으악 ~~ 이라고 ~~
(으악 ~으악~ 이 쌍놈의 똥강아지 x 끼가 물었다 아이구~아퍼라 )
******************************************************
작지만 사나운 강아지가 그를 물어버리자 곽뎅수 대리는 한참 흥이 오르며 도취해 있다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달빛 아래 창가에서 분위기 잡던 그는 똥개 때문에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고 곽대리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드는 사나운 강아지를 쫏아내며
그녀에게 사랑을 구하는 달빛아래 풍경은 참으로 묘했습니다.
**************************************************
싸늘한 밤안개 같은 희뿌연
사랑이 될지 모르는 것을..
나는 끝까지 사랑할것이외다 ..
그리고 이운명 같았던 사랑의
시작을 나는 이렇게 말할것이외다 ..
으악 ~~ 이라고
(악~악~악 ~ ~ 이 쌍놈의 개x 끼가 또 물었다..
으으으 ~ 바지가 다 뜯어졌네..)
악악악 ~~ 이젠 도저히 못참겠다 ~
너죽고 나죽고 동시패션으로 죽자 ~ 이놈의 개x 끼야 ~
으 ~일단 하던것은 마저 하고... )
**************************************************
곽뎅수 대리는 그 지겨운 개x 끼 때문에 화가 있는대로 났습니다.
***************************************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랑앞에
악마가 나타났지..
그악마는 그에게 사랑을 포기하라고
으름장을 놓았지..
청년은 참을수 없었다네..
신검을 들고 그 악마를 잡으러 떠나간다네..
아직 시작도 안한 사랑을 앞에 놔두고..
으얏 ~~ 악마야 ! 죽어랏 ~
**************************************
여기까지 마친 곽뎅수 대리는 호주머니에서 쓰메끼리인지 손톱 깍기 인가 하는것에 달려있는 칼을 꺼내들어
높이 쳐들고 사나운 똥강아지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사랑의 검을 받으라 ~ 똥의 화신 ! 똥개여 ~ "
 
마음껏 그를 물어뜯고 귀찮게 하던 그 개는 그의 무서운 표정을 보고 혼비백산해서 골목길로 도망을 가기 시작 했습니다.
그 동네 골목을 쫏고 쫏기며 술래잡기하듯 쫏아갔습니다.
분노한 그는 악에 바쳐서 개를 쫏아다녔습니다.
 
잡힐듯 잡힐듯 하다가 안잡히던 개가 그 큰 동네 골목을 50번도 넘게 뱅뱅 돌며 도망 다니다가
큰길가로 접어들면서 수원쪽으로 도망 가기 시작 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사랑하는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저놈의 개때문에 할수가 없었기에
곽뎅수는 필사적으로 쫏아가기 시작 했습니다.
 
그놈의 개가 겁도 없이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렸던 것입니다.
개는 수원을 지나 고속 도로로 접어 들었습니다. 그래도 쫏아갔습니다.
잡히기만 하면 단번에 밟아죽일 생각이었습니다.
..........
다음날 그녀가 출근을 했을때 곽뎅수 대리는 결근을 했습니다.
술을 마셔서 몸이 안좋아 지각을 하려니 했는데 점심 시간이 지나고 퇴근 시간이 되어도 연락도 없이 무단 결근을 하였습니다.
 
그 날 결근을 하던 날에 곽뎅수 대리는 개를 쫏아서 대구 근방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개도 사람도 초인 같은 의지였습니다.
밤새 자지도 않고 여기까지 도망가고 쫏아가고 한것이었습니다.
 
다음날도 곽뎅수 대리는 결근을 했습니다.
그날은 목포 항구 근처를 지나고 있을때 였습니다.
이젠 개도 사람도 걷지도 못하고 엉금 엉금 기어가다 시피 했지만
그래도 그는 그놈의 악마같은 개를 잡아죽여야 겠다는 생각에 포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개가 끝내 그에게 잡히고 만것은 그가 3일째 결근을 하던 날 오후 2시쯤이었습니다.
서울서 수원-대구-목포를 지나 부산 까지 도망을 갔던 개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근방에서
끈질긴 곽뎅수 대리의 손에 결국 붙잡혀 복날 개맞듯이 맞고 즉사 했습니다.
 
" 깨갱깽 ~~ 결국 복날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구나 "
 
슬픈 개울음 소리도 개소리로 여기고 준비 한 몽둥이로 사정없이 잡아 팬 그는
개를 끈에 묶어 질질 끌고 서울까지 걸어서 올라왔습니다.

자그마치 3박 4일을 쫏아간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그녀가 그를 다시본것은 5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무단 결근으로 퇴사 당할뻔하다가 시말서를 쓰고 겨우 모면한
그가 그날 저녁에 다시 그녀의 창가밑 담벼락으로 모습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 아니 ~ 도대체 어딜 갔다가 오신거예요 ?
그날 술드시고 여기 오셨던거 생각나세요 ? "
"여기에 왔었지요.
사랑을 방해한 악마를 잡으러 갔다 왔지요.."
"어머 ~~ 악마라니요 ? 그게 무슨뜻이예요 ?
호호호 !! 그래서 악마를 잡았나요 ?
그런데 지금 입안에 씹고 있는것은 뭐예요 ? "
" 말린 악마고기 이지요 우하하하 ~~ "

드셔 보시겠습니까 ?
아스팔트 열기에 바싹 말라서 아주 고소합니다 "
 
2층을 내려온 그녀가 그를 데리고 동네 근처의 카페로 들어가려할때 마침 귀가하는 집주인 부부를 만났습니다.
주인 부부는 자기네집 개가 며칠째 안보이는데 혹시 어디갔는지 아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그녀는 모른다고 하였고 곽뎅수 대리는 말린 고기를 입안에 밀어넣으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날이후 그녀는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을 같이 느끼는 그와사랑을 시작 하였습니다 .
 
같은 직장에서는 눈치 챌까봐 일상적인 대화밖에 못 나누었지만 퇴근을 하면은 그들 세상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들은 퇴근후에 여의도 고수부지로 놀러가 잔디밭에 누워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을 참아볼만한 존재의 시원함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음 ~~ 그래.. 진희 ~~ 거기를 긁어.. 그쪽 평안도 지방을긁어..
좋아.. 이번에는 조금 아래.. 강원도쪽인 옆구리를 긁어 ~~
에익 ~~ 시원하게좀 긁으란 말이야 .

이번에는 겨드랑이를 긁어.아니 그쪽 말고 오대산 근처..
이번에는 함경도 북청하고 아오지 탄광 근처를 긁어..

응 ? 뭐라고 ? 에이 ~ 뒷통수 말이야 ~~ 좋아..좋아 ~ 마구 긁어 ~~
마구 긁으라구 ~~아무데나 마구 긁어 !!
윽 ~ 윽 ~~ 거기는 아냐 ~ 윽 ~ 윽 ~~
흐흐흐 ~~ 거기는 비무장 지대인데.. 흐흐흐 ~~
군사분계선인데...
역시 데탕트는 좋은거지.. 흐흐흐 ~~ "

가끔가다가 트러블도 있었습니다.
어느날은 그가 타고다니는 <가와사끼 불칸 750> 이란 멋진 오토바이
뒤에 타고 스피드를 즐기면서 달리다가 문득 질문을 던졌습니다.
 
"뎅수씨는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 하시겠어요 ?
스피드 때문에 산다고 하시겠어요 ? "
 
" 뭐라고 ? 왜사느냐고 물어본다면 뭐라 대답하겠느냐고 ?
음 ~ 내가 대답할수 있는 것은.. 뭐랄까 ~~
악 ~ 그거 정말 어려운 질문이닷 !! 왜 그렇게 복잡한 질문을 하는거얏 !! 으으으 ~~ 마구 가려워진다..
으으 ~~ 머리속이 복잡하니 머리가 가려워 . 빨리 머리를 긁어줘!`
빨리...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있어서 그러니 대신 해줘 .""
"앗 ~~ 알았어요.. 미안해요.. 내가 시원하게 긁어줄께요 "
"으으으 ~ 더 시원하게 긁어 줘 ~~ 빨리.. 빨리 ..."
" 보채지 말아욧.. 지금 손톱이 빠질 정도로 긁고 있어요.
이젠 머리통이 시원해요 ? "
 
시속 100 킬로가 넘게 달리던 오토바이 위에서 가려움증 때문에 안절 부절 하던 그는
갑자기 오토바이를 길가옆으로 세우더니 내리자 마자 그녀의 뺨을 철썩 갈겼습니다.
 
" 너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을 이제 처음 겪니 ?
너 초보자니 ? 좀 제대로 알고 긁으란 말이얏 ! "
 
그는 오토바이헬멧을 쓰고 있었습니다. 헬멧위를 디립다 긁었으니 시원할리가 없었습니다.
...................................
그들의 사랑은 깊어져 갔습니다.
사랑의 결실은 그들의 결혼으로 맺어졌습니다 .

워낙 폐쇄적으로 살았기에 몇 안되는 사람들만이 그들의 결혼식장에 왔지만
그날 만큼은 그들에게는 생애 가장 설레이는 날이었습니다.

결혼식을 마친 그들은 서둘러 신혼 여행지인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예약한 호텔에 도착 한 그들은 이제는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그들 뜻대로 할수 있는것을 위해
호텔방문을 꼭 잠그고 서둘러 옷을 벗었습니다.
가려운곳을 긁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음껏 긁어주면서 사랑을 확인 했습니다.
누구의 눈치를 볼필요도 없이 사정없이 긁어주었습니다.
옆방의 다른 신혼부부는 틀림없이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조용하게 잠만 자겠지만
그들에게는 이것이 결혼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은 그들의 철학적인 사랑을 질투했습니다.
신혼 여행 기간 동안 인 3박4일 을 마음껏 긁어주며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던 그 철학적 커플은
4일째 되던날 실오라기 하나 안걸친 모습으로 싸늘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그들의 비비 꼬였던 삶과 달리 의외로 너무나 간단 했습니다.
껍데기가 다 벗겨졌으니까요..

3박 4일을 너무나 뜨겁게 열심히 긁어주다가 그만 껍데기가 홀라당 벗겨져서 안타깝게도 요단강으로
해수욕을 가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슬픈 이야기..
그래.. 긁자 ~~ 긁어 ~~
이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을 떨쳐버리려면 긁자 긁어 ~~
긁다가 외로우면 하늘을 보자...
긁다가 죽은 진희와 뎅수의 넋을 위로하면서...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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