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쳑교회 목사의 한숨

어느 개쳑교회 목사의 한숨

한님 0 3,107 2011.08.30 18:59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는 특수한 사람들만이 가입하고 활동할수 있는 까페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개척교회 목사의 한숨
 
모두들 잘 나간다는 서울시 강남의 한 모퉁이. 6년 전 건물 지하 한 켠을 임대해 교회를 개척했다.
처음에는 목회의 부푼 꿈을 안고 사명감에 불탔던 것도 사실이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사명'을 부르짖을 형편이 못 된다.
솔직히 말하면 '생존'에 허덕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6년 동안 겨우 교인 20명의 교회로 자리잡았다.
초창기 멤버가 8명이었으니 겨우 12명이 더 늘어난 셈이다.
이는 도시 개척 교회 전체를 두고 볼 때 꽤 괜찮은 편이다.
근처에 있는 어느 교회 목사는 4년째 사모와 두 자녀만을 놓고 주일예배, 저녁예배,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나마 새벽예배는 목회자와 사모 둘의 몫이다.
 
그 교회 목사는 이미 오래 전에 설교 준비를 포기했다고 한다.
설교 준비를 하기가 싫어졌다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더 이상 목회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교인 20명이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예산은 늘지 않고, 목회자 생활비는 쥐꼬리만 한데, 늦게 목회를 시작한 탓에
자식들은 곧 대학엘 가게 됐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해 겨우 4천만 원 결산을 봤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목회자 생활비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요즘 같아서는 하루하루 사는 것 자체가 힘들다.
 
택시를 안 탄 지는 이미 오래다.
택시 요금이 올라갈 때마다 심장이 뛰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런데 잘 나가는 교회는 왜 이리도 많은지‥‥‥‥
어느 교회는 60억 원으로 방배동에 땅을 샀고, 어느 교회는 수 백억 원을 투자해 전국에 교회를 개척한다고 한다.
부흥하는 교회들은 재정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한다고 하는데‥‥‥‥
상대적인 빈곤감이 더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아는 친구 목사가 결국 교회를 처분하기로 했다.
3년 전에 다른 목사가 목회 하던 교회를 인수받은 경우인데, 도저히 버티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전임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후임자 구함'이라는 신문광고를 냈다.
그리고 친척,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를 인수할 후임자가 언제 와서 볼지 모르기 때문이다.
작은 임대 교회들이 팔리거나 문을 닫는 사례는 수시로 발생한다.
그래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단단히 쳐서 받아야 한다.
그것이 장땡이다.
주변의 사람을 끌어 모으는 이유는 후임자에게 안심을 주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권리금을 더 받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두당 100만원의 권리금이 현재 통용되고 있다.
40명을 끌어 모아 앉혀 놓으면 4천만 원이 떨어지지 않는가.
이 목사는 전임자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 그러니까 가짜 교인들을 모아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자신은 교인이 30명인 줄 알고 인수를 했는데, 와 보니 한 명도 없더라는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주변에는 능력 있는 개척 교회 목회자도 있다.
교회를 단시일 내에 급성장시킨 목회자가 있기는 하지만. 100개 교회 가운데 한 교회나 될까?
거의 대부분은 현상유지 아니면 문 닫지 않을 만큼 근근히 먹고사는 실정이다.
여기서 능력 있는 목회자란 후원을 많이 받는 목사다.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지방회의 교회 개척자금 5천만 원을 무상으로 받아 건물을 임대하더니,
비싼 소나타까지 몰고 다닌다.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부분이다.
도시 지하 개척 교회 목사의 경우 봉고차 하나 구입하면 경사에 속한다.
한 달에 유지비가 최소 3, 40만 원씩 드는 승용차 운영을 어디 꿈엔들 생각할 수 있겠는가?
알고 보니 그 교회를 후원하는 교회가 8개나 되는 것이었다.
5만 원 또는 10만 원씩, 많은 곳은 20만 원씩 후원을 받다보니 한 달에 받는 후원금이 1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막말로 해서 후원금으로 먹고사는 것이다.
자연히 목회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고 돈에 더 신경을 쓰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이를 능력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직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아직 그렇게까지 목회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돈이 궁하니 아쉬움이 적지 않다. 어디 복권이라도 살까?
 
올해도 목사 후보생들이 전국 신학대학, 대학원에서 1만2천여 명 정도가 배출된다고 하는데,
다들 어디로 갈지 막막하다.
교회는 과부하 상태고, 개척은 정말 힘들고, 멋모르는 후배들이 현실은 외면한 채
무작정 개척에 뛰어들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도시락 싸 들고 말리고 싶다.
이제는 정말 도심에서 개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00미터마다 하나씩 교회가 있는데, 도대체 어디에다 교회를 더 세운단 말인가?
 
그래서일까?
유명하다는 부흥강사들도 연수원에 들어온 목사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남의 교회 교인 뺏어 올 각오 없으면 교회 개척하지 말라"고 한다고 하니, 큰일이다.
교인 쟁탈전!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
교회는 진화론을 거부하지만, 도심에서의 개척 교회 목회는 꼭 적자생존의 진화론을 체험하는 것 같다.
 
도심에서의 개척은 맨바닥에 헤딩하는 꼴이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밑바닥부터라도 어느 정도 애쓰면 희망이 보여야 하는데, 솔직히 아무런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깊은 터널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작은 빛도 보이지 않는 긴 터널 한 복판. 그 심정으로 하루 하루를 산다.
 
처음 교회를 개척할 당시가 생각난다.
아껴주시던 목사님에게 교회를 개척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무척 놀라워하셨다.
그 어려운 일을 왜 하냐는 듯이. 그 때는 그 놀라워하는 의미를 몰랐는데, 이제는 정말 알 것 같다.
개척하지 말고 자기 밑에 와서 일하라는 목사님도 있었다.
그때는 내 길을 가겠노라고 장담을 했었는데, 사명감에 불탔는데, 솔직히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이제 와서 누가 불러주기를 바라는 것이 사치일까?
지금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 최근에 큰 교회에서 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해 봤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을 많이 배우고, 느끼는 바도 많았다.
정말 뭔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교회에 와서 적용해 보려고 하면 답답해진다.
우리 교회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큰 교회는 많은 성도들과 청년들의 헌신으로, 그야말로 잘 굴러간다.
그렇지만 지하 개척 교회는 무슨 일을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
일꾼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니 아예 없다.
목사가 청소에서 예배 준비까지, 사모가 피아노 반주에서 간식 준비까지 다 해야 하는 형편이니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성공한 목회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영혼의 맛난 먹거리를 마련해 놓고.
성도들의 헌신을 이끌어 내라고 하는데, 우리는 성도들에게 희생을 얘기할 수가 없다.
그나마 몇 명 안 되는 성도 다 떨어뜨릴 각오가 없으면‥‥
 
개척 교회는 토탈 서비스, 전폭적인 봉사로 교인들을 섬기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다.
그래서 늘 교인들 눈치를 봐야 하고 피곤함은 더해진다.
얼마나 좋은 교회가 많고, 설교 잘하는 목사들이 많은가?
굳이 지하 축축한 냄새나는 교회에 들어와 맥없이 찬송을 부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교인들, 그래서 교인들이 무섭다.
오늘 열심히 봉사한다고 해서 내일도 그러리라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개척 교회 목사들의 고달픔이다.
개척 교회는 교인 하나가 소중하다.
그래서 교인 한 명이 떠나면 충격도 크다.
연쇄반응이 걱정되고, 당장 헌금 줄어들 생각에 더더욱 '생존'을 들먹이게 된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안 그러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은 교인들이 헌금으로 보인다.
교인이 몇 명이라고 하면 곧바로 1년 예산이 나오고, 교인 몇 명이 나가면 얼마만큼의 손실이 있겠구나
하는 계산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현실이 두렵다.
 
최근 교회 주변에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큰 교회에 있다가 나온 훌륭한 목사님이 주변 큰 교회 목회자로 부임한 것이다.
교계 전체에 소문이 났다.
교인들도 많이 모이고 최근 교인이 더 늘어난 모양이다.
잔뜩 긴장이 된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옆 교회는 벌써 젊은 청년 몇 명이 교회를 옮겼다고 한다.
당장 우리 교회에서도 그 교회로 갈 만한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는데‥‥‥
 
분당에 최근 큰 교회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작은 개척 교회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고 들었다.
그 소문이 남 얘기로 들리지 않으니 큰일이다.
재벌의 엄청난 자금력과 문어발 식 투자로 중소기업들이 다 망하듯이,
도심 개척 교회들의 설자리가 점점 없어져 간다.
무한 경쟁시대에 작은 개척 교회들은 어떻게 살아남을지 암담하다.
작은 중형 교회들이 자기가 맡은 지역에서 건강하게 자리 잡아야 한국 교회 전체가 건강해지지 않을까?
 
질문을 던져본다.
개척 교회 목회자 개인의 무능력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너무 얽히고 설켜 있다.
한국 교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고쳐가야 할 대목이 얼마나 많은지.
큰 교회들은 정말 주변의 작은 교회의 존재를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지방회나 노회 임원들은 능력보다는 연줄에 따란 개척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는 않은지,
신학교는 돈을 벌기 위해 무능력한 목사 후보생을 아무 대책 없이 마구 배출하고 있지는 않은지,
교회간의 일정거리 유지 같은 기본적인 윤리 의식도 없이 한 건물에 4-5개씩 교회를 세우도록 방치한
각 교단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아무 대책 없이 교회만 세우고 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드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는 하고 있는지.
끝없이 생각나는 무대책의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
 
촌 교회 후원 얘기도 많이 나오고, 목회자 최저생계비 지원 얘기도 자주 거론되지만,
도심에 있는 지하 개척 교회 목회자들의 삶은 여전히 심각하다.
가장 소외 받고 가장 방치돼 있고 가장 어려움을 겪는 교회가 도심에 있는 지하 개척 교회가 아닐는지‥‥
요즘 다 때려치우고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짓고 살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Comments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119 명
  • 오늘 방문자 2,329 명
  • 어제 방문자 4,805 명
  • 최대 방문자 5,411 명
  • 전체 방문자 1,533,628 명
  • 전체 게시물 14,416 개
  • 전체 댓글수 38,042 개
  • 전체 회원수 1,66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