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에 내려와 봤더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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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지사에 내려와 봤더니(6)

몰러 0 2,395 2005.06.17 20:21

지사에 내려와 봤더니(6)    
작성일: 2001/02/05 21:59:50
작성자: 몰러
   

일단은~ 축하해 주세요. 근데 한편으로는 축하 받을 일이 아니군요.
다른 분(선배 과장)과 자리바꾸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 분이 저를 본사로 올리고 대신 내려오기로 하셨는데... 이유는 아직 모릅니다.
선배님께 여쭤봐도,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도 그냥 반갑고 축하한다는 말 밖엔 없구, 근데 그 분이 여기(지사)가 고향인 것도 아니구......
이거 이래도 되는 건지..... 후우~
독일 납품건만 끝나면 올라갑니다. 하여간 개인적으로는 기쁩니다.

오늘 공장장과 일전을 치루었습니다. 이긴 건지, 진 건지도 모르겠고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서글픔만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제 양심을 팔았고, 상사를 모독했고, 사람을 기만했는데, 그런데 전혀 미안하지가 않았다는 것이 서글픈 겁니다. 언제 철이 들려누...

공장장 : 몰과장!
몰과장 : 네?
공장장 : 이럴 수가 있소?
몰과장 : ????
공장장 : 당신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을 이렇게 감쪽 같이 속이다니...
몰과장 :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장장 : 몰과장 본인이 잘 알 것 아니오?
몰과장 : 제가 무슨 실수라도...?
공장장 : 자신이 성도라고 하셨죠?
몰과장 : ...... 그랬던 적이 없군요. 제 기억에는...
공장장 : 교회에 다닌다고 하지 않았소?
몰과장 : 아뇨, 전 교회에 나간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공장장 : 분명히 주일에 교회에 갈 꺼라고 하지 않았소?
몰과장 : 아뇨, 가볼까 한다고 말씀드렸죠. 간다고 확정적으로 말하진 않았습니다.
공장장 : 말을 이렇게 바꿀 꺼요?
몰과장 : 공장장님, 무슨 말씀인지 알고, 또 제가 오해를 살 말을 한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제가 교회를 가든 말든 왜 상관을 하십니까?
공장장 : 난 몰과장이 다니던 교회를 가려는 줄 알고 그렇게 하도록 시간을 넉넉하게 배려했던 것이요.
몰과장 : 그랬다면 죄송합니다만, 제가 교회를 간다고 먼저 말씀드리지 않은 것 같은데요.
공장장 : ???
몰과장 : 전 생각지도 않았는데 공장장님이 먼저 휴가를 주셨고, 전 고맙게 받아들였고, 뒤에 다짜고짜 교회에 다니냐고 물으셨죠?
공장장 : 그건...
몰과장 : 전 솔직히 말씀드려서 공장장님이 휴가를 도로 취소하실까봐 교회에 가볼까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교회안까지 갔었구요.
공장장 : 그러니까 몰과장은 나를 편협한 인간으로 봤다는 말인가요?
몰과장 :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 공장장님을 편협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공장장 : 좋소, 그러니까 몰과장은 교인이 아니란 말이죠?
몰과장 : 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한때는 교인이었습니다마는 지금은 아닙니다.
공장장 : 왜, 생명의 길을 버리셨나요?
.......
몰과장 : 그건 말씀드릴 수 없군요.
공장장 : 왜요?
몰과장 : 기독교가 생명의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기독교를, 교회를 떠난 이유는 말씀드릴 수도 있지만, 생명의 길을
왜 버렸느냐고 물으신다면 전 생명의 길을 버리지 않았고, 아니 아직 보지도 못했으니 답변을 할 수가 없습니다.
공장장 : 어떻게 그런 말을.....
몰과장 : 저도 공장장님만큼 성경을 공부했더랬습니다. 문제는 제가 너무 이성적이라는 것입니다.
공장장 : 몰과장의 말은 그러니까 내가 비이성적이라는 거요?
몰과장 : 아뇨.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가 너무! 너무나 이성적이라는 것이죠.
공장장 : 좋습니다. 그럼 다시 질문하죠. 왜 교회를 떠났습니까?
몰과장 :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공장장 : 아까 말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소? 나는 양보해서 질문했는데...
몰과장 : 말씀드릴 수도 있다고 했었죠. 말씀드리겠다고는 안 했습니다. 제가 왜 제 사생활을 공장장님께 말씀드려야 하나요?
공장장 : 지금 말장난하는 거요?
몰과장 : 공장장님부터 먼저 남의 사생활에 간섭을 삼가해 주시죠. 전 공장장님을 직장상사로서 아직 존경하고 있지만
종교에 대해선 존경하기가 힘들군요.
공장장 : 지금 내가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이오?
몰과장 : 잘못된 믿음인지, 참된 믿음인지는 제가 말할 바가 아니죠. 다만 제가 종교적으로 존경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공장장 : 이제 보니 몰과장 형편없구만, 상사에게 말장난이나 하다니...
몰과장 : (건방지게)죄송합니다! 그렇게 비쳤다면...
(혼잣말)'하지만 공장장님도 형편없군요. 이렇게 비논리적이라면 관리자로서는 영~...'
공장장 : 에잉~ (휙~)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 있다니...
미소띤 조과장, 그리고 마치 체증이 내려간 것 같은 표정의 직원들... 박수라도 칠 분위기...

하지만 저도 금방 표정을 흐리고 돌아섰습니다. 따져 보면 틀린게 없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고의적으로 공장장을 기만한 것은 사실이니까...
순진한 교인을 이렇게 속이다니... 무엇보다 인생의 선배이고, 직장의 상사인데...
하지만 종교를 강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한 것 같습니다.

이때 이대리로부터 넘겨받은 전화로 본사로부터의 희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달말까지 하고 올라갈 겁니다.
그리고 본사에서는 공장장에 대해 다 아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종교로 인해 회사에 피해를 끼친 점이 없어서 인사조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제가 보기엔 더 발전하면 심각할 것 같은데... 일개 과장한테도 헛점을 보이는데 사기꾼이 접근하면 말할 것도 없죠.
그런 일이 없도록 공장장의 하나님이 보우하시길... 그래야만 회사가 무사할 것이고, 나도 무사할 것이니...

"Fight Fire With Fire" 애매함으로 무장하는 성경적 방법으로 공장장과 설전을 했는데, 잘 먹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좋은 게 아니군요.
결국 또 이런 갈등을 겪어야 하다니. 아직도 "아는 티"의 작태를 못 벗어났군... 이제 지사 시리즈는 그만 하렵니다. 건전한 비판만 하죠.


2001/02/05  108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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