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에 내려와봤더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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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지사에 내려와봤더니(5)

몰러 0 2,245 2005.06.17 20:21

지사에 내려와봤더니(5)    
작성일: 2001/02/02 21:15:27
작성자: 몰러
   

너무 바빠서 여길 들어올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축하해 주세요. 불량율이 8%였습니다. 어떻게 된거냐 하면 8000개 제품을 만들던 중 약 7000여개 만들었을때 정전이
되었었답니다. 그래서 그 이후 제품은 전압이 틀려졌거나 아님 다른 이유로 문제가 생긴 것이죠. 제가 검사를 한 것은 역순으로 했기에
초반에 불량품이 많이 나왔는데 이후(처음에 만든 것들은)는 완벽했습니다. 수정작업이 마무리 단계이고 원래의 납품기일도 맞출 수가
있게 되어 바이어에게 통보했습니다. 그쪽에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연기해 준 기한도 우리가 어길까봐 노심초사한 것 같더군요.

검사를 끝낸 뒤 공장장에게 보고하려고 그의 집무실에 첨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무실이야? 교회야? 아님 점보는 집인가?
하여간 벽이란 벽은 빈틈없이 성경문구를 적은 액자가 빼곡한데 모두 값비싼 표구를 한 것 같습니다.
책상위에는 엄청난 성경공부의 흔적들... 1일 말씀 쪽지, 성경문구를 암송했던 듯한 수 많은 메모지들,  얼핏 봐도 성경을 10번은 정독한 듯...

불과 2초만 본 것이지만 신학대 학생도, 설교 준비하는 목사도 이 만큼은 공부하지 않을 것 같더군요.
일단 모른 척하고 검사결과를 보고하니... 이론~ 기도부터 하시네.

공장장 : 몰과장 수고했어요. 오자마자 고생하셨네요.
몰과장 : 감사합니다. 정말 다행스런 일입니다.
공장장 : 내일은 출근하지 말고 좀 쉬시죠.
몰과장 : (이야호~) 수정작업한 것 확인해야죠.(함 빼보는 소리...)
공장장 : 아니예요. 이대리가 하면 되요. 이대리는 어제 쉬었잖아요.
몰과장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장장님.
(실은 이대리도 몇 시간 못 잤을 것 같은데... 하지만 정말 피곤하다. 인정머리 없고 양심 없는 몰과장!)

공장장 : 앉아서 차좀 들어요.
몰과장 : 감사합니다.(호로록~)
......
공장장 : 몰과장, 오자마자 정신없이 보냈는데... 어때요. 공장에 온 소감은?
몰과장 : 뭐, 모두 열심인 것 같고, 또 오기 전의 걱정들을 불식시키는군요.
공장장 :  본사에만 몇년 있었다고 했죠?
몰과장 : 한 6년 됩니다.
공장장 : 좋게 봐줘서 감사하오.
몰과장 : 저도 이젠 여기 사람이 됐는데 감사하긴요.
공장장 : 본사에서 걱정을 많이 하는것 같던데 본사출신 과장이 그렇게 봐주니 감사하단 말입니다.
둘  다 : 하하하
......
공장장 : 몰과장은 낼 뭐할 생각이오? 일단은 잠을 자겠지만 오래는 아닐 것이고...
몰과장 : 여기에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는데 함 만나볼까 합니다.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내일로 당기죠. 뭐
공장장 : ......
몰과장 : (왜 째려보지? ....  주일에 친구를 만난다구? 등신~ 이런 실수를 하다니...)
공장장 : 기록카드 보니까 종교가 기독교라고 되어 있던데...
몰과장 : (입사할 때 빈칸이 어색해서 그냥 적었던 건데... 에이~)......
공장장 : 몰과장은 교회에 안 다니나요?
몰과장 : 네.(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해야 되지?... 에이 겨울님 충고대로 참자)
공장장 : 왜 안 다니나요?
몰과장 : 꼭 교회에 나가야만 구원을 받는 건 아니잖습니까?
공장장 : 무교회주의자들과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건 이단이예요.
몰과장 : 그게 아니라, 그동안 바빴거든요. 은혜도 못 받았고...
공장장 : 그럼 제가 가는 교회에 가시겠습니까? 은혜로운 교회입니다.
몰과장 : 저~ 올라가서 가족들 만나고 싶습니다.
공장장 : 아! 가족과 함께 교회에 가시게요?
몰과장 : (젠장~ 뭐라고 해야 하나? 에잉~ 어차피 양심에 털난 몰러) 네. 간만에 가볼까 합니다.
공장장 : 그래요. 어느 교회인지는 모르겠지만 딴 예배는 빠지더라도 주일예배만큼은 반드시 참석하셔야죠. 아예 토요일도 출근하지 말고 오늘 저녁 친구분 만난 다음 바로 올라가세요.
몰과장 : (십계명 어기니 공짜휴가가~ 몰과장! 넌 나쁜 놈이야!) 감사합니다. (마저 호로록~) 그만 가보겠습니다. 공장장님 수고하십시오.
공장장 : 잘 다녀와요.

 정말 양심에 털난 짓, 것두 십계명(거짓말 하지말라)을 어기다니...
확실한 건 공장장은 환자가 틀림없습니다. 교회에 무조건 나가야한다구? 글쎄요. 교회 안가도 얼마든지 하나님과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교회에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건 목사들이 세뇌한 결과인 것 같은데. 겨울님 말씀대로 로마황제의
장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일단, 여러 님들의 충고대로 꾹 참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긴 했는데 양심에 찔리지만 뜻 밖의 행운(것두 이틀이나!)을 얻었군요. 하하하
저 나쁜 놈 맞죠?


2001/02/02  77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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