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에 내려와 봤더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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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지사에 내려와 봤더니(4)

몰러 0 2,181 2005.06.17 20:20

지사에 내려와 봤더니(4)    
작성일: 2001/01/30 23:27:07
작성자: 몰러
   

어제는 정신 없이 바빴습니다. 제가 검사담당 과장이라 최종 출고제품을 직접 검사하고 있었는데 소숫점 세자리 이하의 mm도
틀리면 안되는 제품이 무려 0.02mm나 맞지 않아서 모두 인터널 클레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문제는 공장장의 태도입니다. 이제부터 공장장에게 존칭인 "님"을 붙이지 않습니다.
공장장 : 아니 몰과장, 8000개 모두를 그렇게 처리하면 어떡해요? 샘플링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요?
몰과장 : 공장장님, 바이어는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검사합니다.
공장장 : 몰과장, 저거 모두 다시 하려면 2주나 걸립니다. 납품기일을 맞출 수 없어요.
몰과장 : 아뇨, 차라리 납품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이(독일 바이어) 쉽게 속을 것 같습니까?
공장장 : 하지만 본사에는 어떻게 보고하지요?
몰과장 : 그대로 보고해야죠. 그리고 바이어에게 기한연기를 요청하도록 해야죠.
공장장 : 아~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몰과장 : (??? 첫날엔 하늘을 찾으시더니?) 어떡합니까, 그럼? 저는 어쩔수 없습니다. 잘못된 것을 묵과할 순 없습니다.
공장장 : (전용 사무실로 들어가며 고개를 절래, 절래)

저는 샘플링을 취소하고 전 제품을 검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다시 해야 한다면 빨리 시작하는게 좋고, 또 제대로 된 것도 있을 것이고...
과연 약 1500 여개 검사한 결과 73%는 맞고 나머지는 조금씩 틀렸습니다. (27%라는 수치는 사실 최악의 불량율입니다.)
전부 검사하는데는 이틀 걸릴 것이고 이대로만 간다면 27%만 수정하면 되므로 납품기일(10일 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직원들이 2교대로 24시간 작업을 해야겠지만...

3시간 후... 공장장이 제게 던진 희소식(?)은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조과장에게 들은 말에서 받은 느낌대로 공장장은 환자였습니다. 교회 목사와 싸웠다는 것은 그가 너무 광신이었기 때문에
목사가 견제하려던 것이었고, 자진 퇴직한 고과장의 신앙은 공장장의 그것과는 물과 기름이었습니다.

고과장 = C,K,M 님이나 겨울님 ------ 공장장 = 호산나 넷에 글올리는 수 많은 눈먼 독사들

공장장 : 몰과장! 서둘지 않아도 되겠어요. 바이어가 말하길 우리가 솔직했기 때문에 다른 한국인들과 다르다면서 기한연기를 승인했어요.
그것두 무려 3주나...
몰과장 : (어느새 독일에 전화를?) 와~~ 정말 잘 되었군요.
공장장 : 이게 다 제가 하나님께 통성기도를 드린 덕분입니다. 주님께서 바이어의 마음을 움직여 주셨습니다.
몰과장 : (띠융~ 이런 띠바...) 공장장님 그래도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3주도 많은 시간이 아닙니다. 빨리 수정작업에 들어가죠.
공장장 : 네, 몰과장~ 직원들 모이라고 하세요

10여분 후

공장장 : 에~ 그러니까 "여러분들의 실수"를 "하늘"이 돌보셔서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을 하사받았습니다. 모두 다른 작업을 중단하고
몰과장의 지도로 수정작업을 시작합시다. (이번엔 "하늘"?)

지금도 직원들은 작업중입니다. 저도 어제 철야작업하고 오늘 오후 조금 자고 밤 12시 출근전에 잠깐 PC방에 들렀습니다.

공장장의 하늘과 하나님의 혼용은 왜?, 조과장의 앞뒤 안맞는 말은?
직원들의 트윈픽스 또는 X-file 분위기는?

공장장이 예전에는 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종교를 강요(자신은 권유라고 하지만)했었습니다. 고과장이 딴죽을 걸었습니다.
공장장이 고과장과 다투다 그를 핍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과장은 본사에 투서를 보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참았습니다.
결국 고과장은 목사에게 상담했습니다. 목사는 공장장에게 충고를 했겠죠? 하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공장장은 목사에게 엄청 대들었습니다. "목사님은 아직 영성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
감히 일개 신도(그는 집사였으며, 재정과 예배준비도 했었습니다)가 목회자의 영성을 들먹이다니...

조과장은 철저한 무신론자였습니다. 부인이 점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서류를 부인 눈앞에 들먹일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공장장과 충돌이 있었고... 직원들이 모르는 엄청난 보복을 당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장장이 없는 자리에서 욕을 많이 했는데 순진한 직원중 하나가 내용도 모르면서 공장장에게 조과장을 고자질했고...
결국 또다시 보복을...(LG가 일방적으로 납품거래건을 무효화 한 것을 조과장의 잘못으로 돌렸죠. 감봉 3달... 실은 본사직원의 잘못인데...)
공장장은 "이사"이므로 해고 이외에는 본사의 승인없이 직원들에 대한 모든 징계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후 조과장은 몸사리고 있습니다.

어느 날, 고과장이 조회시간에 공장장에게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여긴 회사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다."
공장장은 "난 종교를 강요한 적이 없소. 참된 진리를 전한 것 뿐이요. 고과장 당신이야 말로 직원들을 혹세무민하고 있잖소."

하지만 직원들은 거의 모두 고과장 편을 들었습니다. 직원들이 공장장을 둘러싸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그날 오전은 작업이 완전히 중단되었답니다.
고과장은 직원들을 말리며 공장장에게 "앞으로 십계명대로 하나님을 헛되이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시오."
공장장은 굴복하긴 했습니다만... 고과장은 한달도 못가서 사표를 썼습니다. 그 한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여간 그날 이후로 공장장은 직원들 앞에서 기독교의 냄새를 풍기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애처러울 정도로...

이상은 새벽에 한 생산직원이 제게 들려준 스토리입니다. 왜 아무도 본사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그 직원은
증거가 없고, 그리고 겨우 그딴 일(다시 보니까 그렇게 보였다고 하는군요)로 공장장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제게 반문하더군요.

공장장의 사고는 충분히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피지기면 못할 것 없으니 간접적으로 공장장을 해꼬지 해야겠습니다.
(어감이 영 아니군요. 정의구현이 맞지)

뭐 그렇다고 "아는 티" 시절처럼 하진 않을 겁니다. 공장장의 신앙을 근본적으로 건드릴 생각은 없고 그가 건전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나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제 출근해야겠군요.


2001/01/30  85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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