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고유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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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종교고유의 논리???

몰러 0 4,283 2006.05.12 18:38
종교의 유용성을 주장하는 호교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종교는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으며, 논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종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 있으며, 철학이 논증할 수 없는 신앙을 기반으로 한다"


난 저 말이 "종교는 유용성이 전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종교가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일 수도 있다. 사실 종교들을 살펴보면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결국 종교나 신을 부정할 명백한 근거는 없다. 달라이라마가 칼세이건에게 "윤회를 부정할 증거가 있소?"라는 물음을 던졌을때, 칼 세이건이 사실 과학은 그럴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듯 말이다. 또한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과학의 한 특성인 증거주의는 별다른 설명을 못한다(물론 뇌과학이나 신경정신학, 정신분석 등은 뇌하수체의 작용 등등 어느 정도의 답을 제시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사랑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사랑을 한 결과 발생하는 인체의 반응메커니즘의 설명일 뿐이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까지 종교가 비판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종교적 믿음을 위해 확고한 사실까지 부정하는 것은 자기기만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많은 수의 호교론자들은 "자신의 신앙을 위해 엄연히 증거가 첨부된 사실까지 부정하는 것"을 권장하는 행위는 사이비라고 한다. 이렇게 도마뱀이 자기 꼬리를 자르듯 하지만, "종교는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는 관념까지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도마뱀이 꼬리를 무한정 자르지 못하듯이 말이다.


종교가 논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적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따라서 따로 비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의 유용성 설명의 측면에서는 논증을 필요로 한다. 윤회가 사실이라고 입증하지 못하고, 또한 윤회의 부정도 불가능한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 왜 필요한가", "그것을 왜 믿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종교가 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윤회는 많은 설명이 따르고 있지만, 부활사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한국에서는 윤회가 현생의 업(전생의 업도 마찬가지)에 대한 신상필벌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극히 기복주의적이고 샤머니즘식의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윤회의 논리는 생각보다 복잡하므로 필자는 윤회에 대한 적극적인 비평을 하지 못한다)


"종교는 신앙을 기초로 한다"는 말은 종교가 가진 해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해악이다. 신앙 혹은 믿음을 기초로 한다는 말은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는 자기기만과 결합하여 수많은 종파와 사이비를 양산하는 수단이 되었고, 거의 모든 종교분쟁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신앙을 기반으로 종교가 성립한다면 "무엇에 대한 신앙"인지, "무엇을 위한 신앙"인지에 대한 고찰과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선택이 뒤따라야 하는데, 많은 경우 호교론자들은 선택만 강조할 뿐 "고찰은 불경하고 무식한 행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기독교에 널리 퍼진 말 중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이거 빌어먹을 개소리다.)


과학적, 철학적 논리와 다른 종교 고유의 논리가 있다는 말은 아직까지 그 어떤 호교론자들도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종교고유의 논리랍시고 내세운 것은 고작 "신앙고백" 뿐인데, "난 이렇게 믿으며, 저렇게 알고, 요렇게 보면서, 그렇게 하겠다"의 형태로 되어 있다. 이런 신앙고백은 다음과 같이 변형되기도 한다. 종교는 "무엇"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는 논변 말이다. 난 이런 말을 하는 자들에게, 그 "어떻게"라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객체를 빼버린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혼자 골방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호교론자들은 신앙고백 말고, 다른 "종교의 고유논리"를 제시해 보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대들은, "무조껀 미쑵네다"라고 외치는, 당신들이 보기에도 덜떨어진(신학이 없는) 신앙인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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