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떼거리들과의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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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병실에서 떼거리들과의 한판

몰러 0 2,824 2005.06.20 16:17
병실에서 떼거리들과의 한판    
  
 
 
작성일: 2002/03/04
작성자: 몰러





딸래미가 아파서 3일째 입원중입니다.

오늘(에겅 3월 3일은 어제구나) 오후에 한무리의 신자들이 옆침대 기독교신자 환자를 문병왔습니다. 한 20여명 정도 되었는데, 흐미 가뜩이나 좁은 병실에 우루루 들어와 앉아서 기도부터 한판 쎄리고, 찬송가를 그중에서도 제일 길게 느껴지는 것을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 한마디씩 환자에게 한마디씩 합니다. 대부분 하나님의 돌보심으로 쾌차하기를 기원한다, 은혜를 받으사 빨리 병상을 박차고 나오기 바란다... 뭐 이런 종류였는데...

내용이야 제가 그렇게 거북살이나 닭살스럽게 느끼지 않는데, 너무 병실이 돗데기가 되는것 같아서 가만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옆의 다른 환자들도 짜증난 얼굴이고, 복도로 쫓겨난 환자가족들의 얼굴은 장난아니더군요.
평소에 이럴때(개독들이 시끄러울때) 함 써먹으려구 외웠던 적당한 경귀가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한 사람에게 잠깐 바이블을 빌려주기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열씨미 찾았죠. 예레미야 애가에 있었는데... 한 2분만에 필요한 것을 찾았습니다. 바이블을 들고 외쳤습니다.

"사람이 여호와의 구원을 바라고 잠/잠/히/ 기다림이 좋도다!!! 예레미야 애가 3장 26절!!!"

모두 뒤돌아 봅니다. 바이블을 돌려주면서 덧붙였습니다.

"병실에서는 좀 조용히 합시다. 잠잠하자구요."

한 아짐이 나섭니다.

"아이가 아픈 모양인데, 예수님 믿고 치유 받으세요."

같잖다는 얼굴을 하고 비아냥대었습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은 바쁘십니다.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이 생기게 하시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의사는 인간이라는 한계가 있으니 이렇게 병실에서 시끄럽게 굴면 의사의 치유효과는 그만큼 늦어집니다. 조용히 합시다"

다른 아짐이 앞의 아짐을 거들면서 나섭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고 무엇이든 보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치유받으셔야죠."

곧바로 반격했습니다.(여성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만...)

"그럼 저분은 병원에 뭐하러 입원했습니까? 그냥 교회에 눕혀두고 기도나 하실 일이지. 모든 것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다 고쳐주실텐데... 그리고, 아주머니. 여자는 일절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는 말씀도 모르십니까? 어딜 감히 남자를 가르치려 드십니까?"

잠깐 뜨끔하는 것 같더니

"그건, 성도들끼리 해당되는 말입니다. 성경공부를 하시긴 했지만 성경은 믿지 않으시는 분 같은데..."

말허리를 잘랐습니다.

"성도들끼리만 해당한다는 증거를 찾아보시죠. 성경에 어디 그런 말이 있는지 찾아보시란 말입니다. 비신자를 상종하지 말라는 말은 있을테지만 남자를 가르쳐도 좋다는 말은 어디 있는지 찾아보란 말입니다."

"......."

모두 돌아간 뒤에, 아무래도 찝찝해서 병실을 옮겼습니다. 1인실로요... 하루에 4만원씩하는 병실입니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 2인실 요금과의 차액을 제외하고는 다 내주니까 뭐 크게 신경쓸거 있겠습니까?
간호사에게는 절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말라고 신신당부에 협박(?)까지 했습니다. 소개팅 물건너 갈줄 알라고 하면서요.(쯧3님과는 해당없습니다.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몇시간 뒤 아까 봤던 몇몇 아짐과 함께 아자씨 둘이 저를 찾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재수없게 1층 로비에서 마주쳤는데, 아까 말했던 부분에 대한 간접적인 비유로서의 증거를 찾아냈다면서 이야기 좀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엘리베이터로 도망가서는 Close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다른 층에 내려서는 계단으로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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