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내기 분석(신학적이 아닌 논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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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파스칼의 내기 분석(신학적이 아닌 논리적)

몰러 0 2,787 2005.06.17 20:07

Re: 파스칼의 내기 분석(신학적이 아닌 논리적)    
작성일: 2001/01/02 16:34:48
수정일: 2001/01/03
작성자: 아는 티
   

우와, 이렇게 많이! 그리구 이렇게 빨리!
정답은 하나가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이 정답을 각각 한 두개씩 맞추셨군요. 모두 저보다 머리가 좋은
분들입니다.('머리 좋다'는 표현은 질이 조금 떨어지는데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군요) 저는 며칠씩
걸렸는데, 불과 이 짧은 시간에 정답이 다 나왔습니다.
신학적으로 유신론, 무신론 둘다 올바른 증명을 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신이라는 존재 자체는 증명을
하거나 할 수 있는 소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증명이라 하면 어디까지나 객관적이고 재현성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누차 강조하듯이 구원(종교, 신, 기적)은 이성이 아니라 믿음에서 오는 것이며
실존증명을 할 수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믿음이 없다면 굳이 존재나 부존재나 증명하려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파스칼은 믿음에서 비롯된 말을 한 것이니 안티 여러분 시비 걸지 마시길... 역으로 믿는 이들도
억지증명을 하려고 들지 마시길... 다시 말씀드리지만 믿음과 이성은 별개인 것입니다.

여기서도 저는 파스칼의 내기 자체에 대한 논리적 분석을 하는 것이지 그의 말이 맞던 틀리던 신의 실존
여부는 변동이 없습니다. 이점을 명심하고 다음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자! 살펴봅시다.

"신을 믿었는데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판명된 경우에는 아무것도 잃지 않지만, 신을 믿지 않았는데 그게
잘못되었다고 판명되면 지옥에 가게 된다. 따라서 무신론자가 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여기서 함정이 있습니다. 신을 믿었는데 신이 없었다 또는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신이 있었다는 식이 아니라
잘못되었다(틀렸다)라고 표현한 점이 문제입니다. 제가 프랑스어를 몰라서 영어로 말하자면 exist가 아닌
wrong / right을 사용한 점입니다. 이 점을 안고서 분석합니다.

첫째로 이것은 어떤 신을 믿어야 할지 정의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개중에는 유일신교, 다신교도 있습니다. 서로 보합적인 종교(신)도 있고, 상호 배타적인 종교(신)도
있고, 하나를 따르면 다른 것은 모순이 되는 종교도 있습니다. 결국 파스칼의 내기는 `틀린 지옥 피하기'가
되어버립니다. 어떤 사람이 한 종교(신)를 따르면 결국 다른 종교(신)의 지옥(징벌)을 맞이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신이 있다고 쳐도 이 내기에 나오는 신이 유일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신을
믿어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밝혀야 했으며, 밝히지 않으면 모든 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때는 어떤
천국(보상)과 지옥(징벌)을 믿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승향님 정답!!!)

둘째는, 이승향님이 법학도답게 비슷하게 맞추신 것인데 "신을 믿었지만 결국 잘못되었다면 아무 것도 잃지
않는다"라는 주장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입니다. 여기서 잘못되었다고 했지 신이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승향님은 신을 믿었지만 신이 없었다는 뜻으로 파악하신 듯.... 마지막에 "무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는 말 때문에 신의 실존여부를 가리는 문제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유신, 무신의
문제를 떠나서 살펴봅시다. 그러니까 잘못된 신을 믿었다고 합시다.

맞는(올바른) 신이 당신의 어리석음을 벌할 수가 있겠죠. 이건 분명히 잃은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잃은 것이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맞을 수도 있는데 그것은 '벌(죄)을 얻었지 보상을 잃은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목사가 있었습니다. 벌을 받은 게 무엇을 잃은 것은 아니다? 후후~

그럼 당신이 잘못된 신을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맞는 신이 매우 선하신 신이라 아무런 징벌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때도 잃은 것이 없을까요? 이때는 이승향님과 지기님의 답이 맞지 않습니까? 그 동안 잘못된 신에게
바친 공경, 정력, 재산 등등은 잃은 것이죠.

여기까지는 기독교인(구교, 신교 할 것 없이)의 논리가 아직은 유효할 수 있습니다. 맞는(바른)신이 야훼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 유효함은 두 가지 경우의 가능성이 동일하거나 최소한 비교적 비슷하다고 하는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만약 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면 이 내기는 설득력을 잃습니다. 무신론적인 입장
에서는 이 내기는 하나마나한 내기입니다. 그런데도 파스칼은 무신론은 어리석다고 말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앞의 두 경우로  무신론이 유리하도록 해 놓구선 말입니다.

다음은 일반론적 분석을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파스칼 내기의 처음 의도대로 잘못된 신, 바른 신 문제가 아닌
신의 실존여부를 따지는 문제 말입니다. 여기서는 일단 긴 명제는 가능한 범위에서 분리합니다. 먼저 파스칼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내기의 동기가 된 신의 실존여부를 1번으로 합니다.

    1.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2. 신이 있는데 신을 믿지 않는 것은 영원(?)한 영혼을 위해 나쁘다
    3. 신이 없는데 신을 믿는 것은 아무런 결과도 없다.
    4. 고로 신을 믿는 것이 이익이다

여기서 1과 2를 모두 가정으로 본다면 문제는 가정 2가 기본적으로 기독교의 입장을 진술하는 가정이 됩니다.
기독교인만이 그 가정에 동의할 것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2번 가정을 주장으로 바꾸면 "당신이 만약 기독교인
이라면 당신에게는 신을 믿는 것이 이익이 된다"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파스칼이 의도했던 의미의 주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신의 존재유무를 모른다면 여러 가지 가정 중에 왜 하필 가정 2를 취해야 합니까?
마찬가지로 신은 개인적 이익 즉, 남이야 죽건 말건 자신(영혼포함)의 안위만을 바라고 믿기로 한 사람들에
대해 진노할 수 있지 않습니까?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그는 누가 진짜로 믿는지 알 것이고 그가 사람들이 그를
순수하게 믿기를 원할 것이므로 거짓믿음을 쫓아낼 것입니다.

3번 가정은 이미 답이 나왔으니 생략하겠습니다.

4번은 결론인데 엄밀한 논리로는 무조건 틀렸다고 하면 안됩니다. 최소한 파스칼의 내기 범위내에서 틀렸다
라고 해야 합니다. 교인이든 안티든 무조건적인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진정한 과학자, 진정한 토론자는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조건부 만족의 결론을 냅니다. 만약 조건이 맞지 않았을 때는 결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새로운 조건이나 가설이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적인 예는 뉴튼역학이 생활
에서는 비교적 잘 맞지만, 극한을 취하면 오차가 생긴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비용(투자) 대 이익의 문제로 결론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가정들을 합리화합니다. 뭔 말이냐
하면 이미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KTY님과 지기님의 덧달기 중 신이 있는데 믿지 않아서 지옥간다는 것에 대한 반론은 제가 실수
했군요. 지옥(천국포함)의 실존여부와 형벌로서 지옥의 목적은 파스칼이 내기를 말하기 전 토론과정에서
선행조건이 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그걸 빠뜨렸으니 지옥에 대해 님들이 반론을 제기할 수 밖에 없군요.

이론 물리학에서는 논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면 이론은 가설의 상태에서
머물다가 폐기되고 맙니다. 하지만 종교는 논리적인 부분보다는 믿음(기독교는 종말과 구원에 대한 믿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creationism은 논리보다는 믿음의 기반에 서 있습니다. 문제는 논리와
과학으로 포장한 창조과학(creationscience)입니다. 진정한 과학자는 진화론이 무조건 맞다고 하지 않습니다.
진화론자 내에서도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며 각자 증명하기 위해 연구와 탐사를 거듭합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가설과 맞지 않는 증거가 나오면 과감하게 자신의 가설을 버립니다. 반면 창조과학자는 진화론의
약점(미싱 링크 같은 것)을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창조론에 반하는 증거가 나오면 변명하거나
성경으로 우기거나 아니면 침묵합니다. 하지만 저는 무신론자는 아니기에(심지어 여호와의 존재도 아직은
완전히 부정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의 교리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거부하는 것입니다. 물론 기독교인은
부정과 거부를 같은 맥락으로 보기에 저를 불쌍한 놈으로 보겠지만 하여간 저는 말로만 공의의 하나님인
여호와를 거부합니다. 조금 더 타당하고 더 선하며 더 알고 더 할수 있는 신을 바랍니다. 지금 세상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직은 전지전능한(보편타당한) 신은 없습니다.

비과학 비판칼럼은 논란만 만들 것 같아 그만두겠습니다. 아직 증거가 없는 부분은 논리적(이론적) 가설만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만인이 공감하지 못하므로 논란과 혼란만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P.S 오늘은 부장님께 제가 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밤에 못나올 것 같아 업무중인데도 지금 글 올립니다.
이러다 나도 누구처럼 날라리 직딩이 되는 건 아닌지... 글쿠 어제는 정말 맛있게 얻어 먹었습니다. 견적이
거의 150만원(둘이서!) 나왔는데 오늘은 부장님이 등심이 먹고 싶다고 하시네요. 어제의 10%만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고마운 부장님... 열분 부럽죠? 그리고 뜻하지 않게 직장을 그만두신 분들께는 사과말씀 드립니다.


2001/01/03  66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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