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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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어느 종교관...

몰러 0 2,505 2005.06.20 15:09
어느 종교관...    
  
 
 
작성일: 2001/12/12
작성자: 몰러




어느 종교관

어젯밤 갑자기 진해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잠시 옷 갈아입으려 집에 들어왔다가 그저께 저녁에 제가 저질러 놓은 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수사냥님과 KTY님에 대하여, 그리고 두 분의 분쟁에 대하여 저 스스로 에고이즘의 장막에 갇혀 X지랄을 떨었습니다. 자책과 울적함이 출장 가고 돌아오는 내내 저를 감쌌습니다. 그러면서 또한 내가 왜 두 사람의 싸움에 주제넘게 나섰던가 후회도 하고, 지금의 참담함을 준 두 분을 원망하기도 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와 며칠 전에 입력해 놓았던 공리주의에 대한 글을 화풀이성으로 자게에 올렸습니다. 지금 보니 또 괜한 소리를 서두에 주저리 했군요. 하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읽으셨을테니 지워봤자 의미도 없고 해서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내용 중에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았더군요. “두 분이 수용하든 말든”이라고요.

밤샘 출장이어서 오늘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낮에 푹 자고는 오후에 소사신부님과 낮술 한잔 걸쳤습니다. 화두를 던졌습니다.

몰: 신부님. 왜 종교가 분쟁을 가져오죠? 교리 탓입니까? 인간의 에고이즘 탓입니까? 아니면 시스템과 패러다임에 대한 적응의 차이 때문입니까?

신: 뭔 일 있어요?

몰: 그냥요. 아프간사태를 봐도 그렇고, 팔레스타인을 봐도 그렇고, 아프리카 몇몇 나라의 내전을 봐도 그렇고... 게다가 제 주변에서도 그렇고요.

신: 자세한 건 들어봐야겠지만 뭔 일이 있긴 있네요.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 자! 한잔 받아요.

몰: 증말~ 도대체 신부가 맞긴 맞아요?

신: 성당에서 주문 외우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던 소사는 누구게~요? 하하하...

몰: 저... 심각해요. 신부님.

신: 미안... 종교가 분쟁을 가져오는 이유는 곰패이(술자리에서는 저를 그렇게 부르라고 했습니다. 386은 아는 병영개그 “동작 그만”에 나옵니다)씨가 말한 것 말고도 이유가 많아요. 그건 아시죠?

몰: 네

신: 그 많은 이유, 원인들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난 어떡해에~?

몰: 아니... 전 궁극적 원인이나 해결방향을 여쭤본 건데요.

신: 세 번째가 가장 비슷한 답이예요. 패러다임...

(이하 세부적인 대화내용 생략하고 소사신부 말씀의 요점만... 중간에 괄호 친 것은 몰러의 촉새)

과학과 기술의 발전, 인문학의 퇴조는 고등종교의 가르침의 권위랄까, 신용이랄까 뭐 그런 것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보고 있었고 이미 그런 세상이 되었죠. 그런데, 종교가 그런 것들의 비인간적 요소에 의한 효과들을 정화할 수 있을까? 종교가 인간의 정신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하여간 과학기술은 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종교가 답을 줄 수 있다고 봐요. 다만 어떤 종교가 답을 줄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고등종교와 하등종교로 크게 나눠보죠.

(잠깐만요. 메모해도 되죠? 머리가 나빠서리...)

네. 메모하세요. 하하하... 고등종교란 인간의 궁극적이고 정신적인 실체와 직접 교류하도록 하려는 것이고, 하등종교란 비인간적인 자연 또는 집단적인 인간권력을 통해서 인간이 간접적으로 정신적인 실체와 교류하도록 하려는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대속자를 내세웠으니 하등종교네요.)

가만 있어봐요. 요점은 그게 아니니까... 인간이 종교를 가지게 되는 것은 개인적인 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체성의 혼란, 소외감, 생사의 문제, 사후에 대한 불안 등등... 그런데 개인적인 위기는 피할 수 없어요. 죽기 전에 위기를 겪지 않고 생애를 마친 사람은 없다고 봐야죠.

(마치 키에르케고르적인 말씀이네요)

아뇨. 키에르케고르는 자신의 운명을 영원성에 이르도록 하기 위한 과정과 도구로서 위기를 취급했죠. 하여간 그건 아니고... 종교나 그 가르침... 교리라고 해도 좋구요. 이것은 당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음... 그리고 지리적, 기술적 등등 갖가지 조건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그리고 종교의 독트린은 과학으로는 대답할 수 없는 의문에 대한 해답입니다. 종교의 가르침, 또는 교리는 과학이 아닌 신화적인 언어로 표현해요. 그건... 그러니까 신화적인 언어는 영원한 것이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 신부님 말씀은 마치 오캄의 윌리엄 수사와 같은 견해로 보이네요)

이성과 믿음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말이죠?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종교는 어느 시대나 장소에 따라 각기 독특한 언어와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언더스탠? 그런데, 현대의 종교는 현대에 맞는 언어나 형식을 갖추지 못했어요. 낡고 케케묵은 말만 하고 있어요. 물론 우리 기독교를 예로 든다면 사랑은 선이고, 자기중심적인 마음 - 에고이즘을 버리고 사랑의 정신을 따르라고 말하죠. 그리고 영원한 진리에 대해 말하죠. 그런데, 현대인에게는 그리 설득력이 높지 않아요.

(개신교인들이 사랑에 대해 떠드는 걸 보면, 꽤 설득력이 높아 보이는데요? 기독교인의 수가 엄청나다는 걸 모르세요? 울나라 국민의 4분의 1이라는데...)

하하하... 그건 수박 겉핥기라고 할 수 있죠. 곰패이씨가 안티활동하는 이유가 그것 아닙니까? 진리를 빙자한 협잡과 이것이 협잡인지도 모르는 무식한 교인을 혐오하고 계신 것 아니예요? 한번만 더 말 끊으면 폭탄주 마시게 할겁니다. 농담이고... 아까 말했다시피 종교는 그 시대나 장소에 따라 개별적인 언어와 형식을 갖고 있다고 했죠? 이것을 바꿔 말하면 종교는 진화해야지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됩니다. 성직자들이나 교인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원한 진리나 가르침... 아! 그것을 긍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정하는 사람도 있죠. 영원한 진리나 가르침은 현재 낡은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어요. 우리는 영원한 진리와 교의를 현대적인 형식으로 고칠 필요가 있어요. 현대적 형식으로 고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 곰패이씨가 질문했던 분쟁도 생기고, 오해도 생기고 하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엔 교리자체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기독교의 교리는 당시에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선이었다구요. 그렇지만 현대에는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우리는 옷을 갈아입을 때가 지났어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종교도 현대에 맞는 교의를 찾아내고 표방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했던 말을 또 하자면, 종교는 영원한 진리나 선, 사랑 따위에 대해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른 표현을 해야 합니다. 즉, 나라마다, 민족마다, 아니 개개인마저도 다른 표현을 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바티칸은 이 점을 천명했습니다. 전에 제가 어떤 일로 형제에게 했던 말이 있죠? 그것이 형제에게 그렇게 중요하게 다가왔냐구 했었죠?

(네. 그런 적이 있었죠. 오늘 신부님이 새롭게 보이네요. 정말 대단한 공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100% 받아들일 것이란 생각은 않으시죠?)

하하하. 그래요. 개개인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게 논지와 맞는 답변인가 헷갈리네... 그리고, 고백하건데... 이제까지 했던 말은 제 머리에서 나온게 아닙니다. 어떤 사상가가 가진 종교관이죠.

(그게 누구죠?)

아놀드 토인비입니다.

(어쩐지 데자뷔 현상이 오더라니... 뒤적뒤적... 그런데 영원한 진리를 현대적인 형식으로 고친다... 영원한 진리도 수정될 수 있는 거예요?)

도대체 메모를 어떻게 한 거유? 낡은 방법에 의한 표현이나 형식을 고쳐야 한다고 했지 누가 진리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했소?

(에궁... 다시 뒤적뒤적... 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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