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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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님의 칼럼입니다

낙타 무릎

쥐뿔! 0 5,410 2003.08.31 01:32
어느 목사가 낙타무릎 신앙을 야그하는 걸 보고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낙타 무릎은 꿇고 일어서는 일이 다반사이니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라도 무릎으로 일어나는게 무슨 큰 비유가 되겠습니까만, 농부의 일하는 손도 굳은 살이 박혀서 웬만한 일에는 물집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이땅의 비유를 놓고도 저 먼 사막의 사람도 아닌 낙타의 무릎에서 모티브를 따오는 자의 정신 마당은 벌써 이땅의 정서가 아닙니다.

아라비아 사막 가운데서 방목하는 낙타를 본적이 있습니다. 등에 짐도 없이 그냥 사막에 내버려두는데, 앞다리에는 발목에 느슨한 줄매듭을 놓았습니다. 말하자면 느슨한 줄수갑을 앞발목에 매면 천천히 보폭을 줄여서 걸어갈 수는 있어도 뛰고 도망가지를 못합니다.

낙타의 무릎은 무릎꿇고 기도하는 자의 무릎이 아닙니다. 낙타에게 짐지우는 주인도 낙타가 견뎌낼 수 있는 양을 지운다고 합니다만, 그게 무슨 하늘의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는 인고와 고통의 짐과도 비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게 욥의 고통과 고난처럼 인간의 슬픔의 최대치를 항상 견디는 인간도 실제로는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낙타무릎의 부드러운 덧살을 보고 배운다는게 겨우 그것이란 말입니까? 우리는 언제나 우리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무게를 감내하고, 그앞에 무릎꿇고 기도하는 자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구요? 그렇게 당신들의 하나님은 인생에게 고통과 짐을 주기를 즐겨한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니들이 감내할 만큼의 짐만 준다는 자비로운 은혜를 찬양하는가요?

욥이 자신의 온 가족이 다 죽어가는 희롱속에서도 하나님 하나만 원망치 않았다는게 당신들의 신앙본보기가 되는 인간입니까? 욥이란 놈이 그게 제대로 된 인간입니까? 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아야 되죠? 그게 진솔한 당신들의 신앙의 본보기가 됩니까?

열살도 안된 어린 자식들을 놓고 가버린 우리 삼촌을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슴도 감내할 수 없는 인고입니까? 꼭 그걸 보고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서 그걸 감내했다고 봅니까? 문열고 먼산 바라보던 할머니는 용케도 안죽고 그걸 견뎌냈다는 겁니까? 그 어린 사촌들은 지금 10몇년이 지나고 아직도 살아있고 아버지가 세상뜬 것이 점점 멀어져가서 그걸 감내할 수가 있었다고 봅니까?

당신들의 하나님은 그토록 원망이 불경입니까? 진솔한 인간의 감정조차 불경한 범주에 넣어놓은 그것이 단신들의 신관이라면 차라리 못죽은 인생들의 모질은 삶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낙타무릎은 결코 찬양이나 모범적 신앙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하나님은 인생에게 감내할 수 있는 짐만 지워주신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합니다. 세상의 삶들이 다 그렇게 감내되는 일이겠습니다.....당신네들에게만은.....참으로 대단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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