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칼라 (hell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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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님의 칼럼입니다

지옥칼라 (hell grey)

쥐뿔! 0 2,609 2003.01.04 14:39
서부 아프리카 출신 흑인이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6년전 파리 무역박람회에서 만난 친구인데...... 몸이 뚱뚱한 흑인이다.

이 업체에서 주문하는 지정칼라가 바로 "hell grey (지옥빛 회색)"이다. 지옥을 연상시키는 색깔은 뭘까? 암흑의 칼러일까? 빛으로서의 암흑은 아무것도 없다. 눈을 감으나 뜨나 한결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암흙의 빛이다.

색깔로는 완벽한 까망? 아니다. 그건 신사 정장에 어울리는 권위있는 색이다. 법관이나 결혼식 예복은 완전 까망이다. 까망은 권위있을지언정 지저분한 톤도 아니고 아무나 입어도 어울리는 천한 칼라도 아니다.

지옥의 인상에서 처음에는 붉은 갈색이 깃든 톤을 생각해냈었다. 화염과 그을음과의 지옥 칼라는 차라리 시뻘건 톤이 맞는데...... 왜 기독교 문명의 심장부이자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색깔을 하필 hell grey라는 회색을 말할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지옥회색이 바로 그 북부 아프리카 친구의 피부색이다. 짙은 까망이 아니고... 진한 회색이 hell grey 이다. 자신의 피부색에 hell이라는 말을 쓰는 그는 지옥의 의미를 실제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 칼라로 전자제품을 만들어 자신의 고향인 서부 아프리카인에게 판다. 그들의 피부색은 그들에게 친근한 어필을 하는 모양이다.

이 색깔을 어디에서 볼수 있느냐 하면, 바로 노틀담 성당이다. 노틀담 성당 옆벽에는 마귀상이 입을 벌리고 밖을 향해 머리와 가슴이 돌출되어 있다. 우리가 만화에서 나오는 마귀상의 연원이 거기이고, 베트맨 영화의 짙은 회색톤이 그렇고, 박쥐의 몸색깔이 바로 hell grey이다. 처음에는 대리석이라 하얀 빛이었겠지만.......공해에 삭아들고 찌들어 끝으로 갈수록 진한 회색으로 물들고 있다.

흰옷을 입으면 회색으로 때를 타고, 검은 옷을 입어도 회색화되어 때를 탄다. 회색 옷을 입으면 조금 더 까맣게 때가타면서 더 지나면 반짝반작 기름때가 가미된다.

진짜 때색깔을 찾으면 옷장사는 끝내줄게다.
살아가는 때가 바로 그 hell-grey 이다.
지옥은 살아가는 틈바구니에 있겠지 먼하늘의 아래편에 있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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