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1) - (9)


답변 (1) - (9)

※※※ 0 2,357 2003.09.28 10:17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2월01일(목) 04시25분40초 KST
제 목(Title): 답변 (1) - (9)



하야니에게... (1) - (9)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하는 일은 쉽지 않군. 그중엔

내가 평소에 생각 안 하던 부분도 있으니까. 그래서 시간이 걸렸음을 이해하기

바람.


(1) 창세기 1장 1절을 성경 이해의 열쇠로서 이해하고 있는가?

---> 너의 이해와 나의 이해는 분명히 궤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는 게 옳겠지. 나는 '태초'라는 시기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니까.

전에 내가 물었지.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는 네 주장의 근거가

뭐냐고. 아직 답변을 들은 것같지 않아. 대충 짐작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성경에 의존하지 않은 논리로서 설명할 수 있을텐데...


(2) 성경의 여러가지 내용들을 종교적 사상들 내지는 도덕적 훈계로만 보고

있는가?

---> Yes. 기독교 이외의 문화권에서 기독교와 별개로 자라난 도덕률에 비해

더 높은 도덕관을 표상하는 것도 아니고 성경의 모든 부분이 도덕적인 것도

아니지만. 자네는 여기에서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지?


(3)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게 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가?

---> 이 부분의 자네의 질문은 몹시 혼란되어 있기 때문에 질문을 다시 인용하지

않을 수 없군. "성경을 통해서 혹시라도 하나님을 만나게 될 가능성, 즉,

하나님을 찾아보려는 입장에서 성경을 대하셨는지요? (무신론자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말 객관적 시각으로 말이에요.)"

우선 자네의 글에 syntax error가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네.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문계열 학문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모국어는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네. 또한 그 내용을 뜯어본다면 자네는 (a)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될 개연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느냐 (b) 하나님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자로서의 입장에서 성경을 대한 적이 있느냐 (c) 객관적 시각으로 성경을 읽어

보았느냐... 라는 세 가지 질문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군. 이들은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질문이라네.

(a) ---> 성경을 통해서든 다른 방식으로든 초월적인 그 무엇이 나를 찾아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제나 마음을 열고 있네.

(b) ---> 처음 성경을 대할 때의 태도는 분명히 '신을 찾아서'였네. 성경 자체의

물리적인 허점들이 또렷해지고나서는 더 이상 그런 눈으로 성경을 읽지 않지만.

(c) ---> 무엇을 읽든 객관적이고자 한다네. 읽는 과정 뿐아니라 읽을 텍스트를

선택하는 시점에서부터. 편향된 독서의 결과는 전쟁과 살륙이었음을 역사로부터

배웠겠지? 다만 자네가 쓴 '객관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의문이 있지만 이것은

곧 (5)번 질문에 대한 답과 연관되는 것이니 그때 언급하겠네. 또한 객관적이고자

하는 의지가 순수하다고 해서 정말 객관적일 수 있을까 하는 반론이 예상되지만

이것은 (6)번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루기로 하겠네.


(4) 성경을 통해 지성의 한계를 생각해 보았는가.

---> 어찌 성경뿐이겠는가? 자네는 탁자 위에 놓인 흔해빠진 성냥개비로부터

지성의 한계를 절감한 적이 없는가? 우리의 주변에 널린 모든 것들이 성경보다

더 짙은 목소리로 지성에 던지는 경고를 자네는 듣지 못하는가? 성경을 펼쳐야만

그 한계를 발견하는가? 하긴 성경을 읽음으로써만 발견할 수 있는 한계가 있지.

그것은 '성경 집필자와 편집자, 편찬자들의 지성의 한계'라네.


(5) 성경에 대해 진정 열린 마음을 가졌는가? 혹은 미리 생각을 정하고 성경에

접근한 적은 없는가?

---> 내가 생각하는 '열린 마음'은 성경이 초월자의 말씀일지도 모른다는 개연성과

성경이 쓰레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개연성에 대해 동등하게 열린 마음일세.

나는 이 두 가지의 균형을 늘 반성하고 있네. 그렇지만 실제로 인간이 선입견으로

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는 텍스트를 대하는 '객관성'을 그러한

견해 사이의 입장의 균형보다는 끊임없는 반성 여부에 두고 싶네. 그리고 나는

치열한 탐구 없이 '미리 생각을 정하는' 태도를 매우 혐오한다네. 이 부분은

별개의 글로 다루겠네. 이사야 7:14(내가 이 숫자를 암기하고 있는 것은 베이브

루스의 홈런 갯수 때문일세)의 '처녀'에 대한 자네의 참을 수 없는 접근 방식에

대한 얘기라네.


(6) 예수님에 관해서 지적으로 공정한 자세로 연구할 수 있을까? 또한 도덕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면서 예수에 대해 연구할 수 있을까?

---> 두 가지 질문이군. 첫째, 지적으로 공정한 자세로 연구하는 것은 가능하네.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대하거나 타도해야 할 그 무엇으로 보는 이에게는 불가능

하지 않을까 싶지만. 나는 예수의 행장을 흥미의 대상으로 보고 있네. 역사학도의

호기심이랄까.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지적으로 공정한 입장에

가깝다고 생각하네. 둘째, 나는 도덕적 상대주의자인 관계로 (절대 가치를 인정

하지 않음) 도덕적 중립이란 말 자체가 나에겐 의미가 없네. 솔직이 자네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내가 치졸하게나마 짐작한다면 자네의 질문은

'예수를 성인으로 보느냐 사기꾼으로 보느냐'라는 가닥으로 보인다네. 내 입장은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라는 것이지. 그렇다면 나는 중립적인가?

또한, 인간이 어차피 완벽하게 중립적일 수 없는 이상 서로가 '당신은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네. '당신은 자신이 중립적이지 못한 견해를 가질

위험성을 잊고 있다'는 비판은 정당한 것이지만.


(7) 성경보다는 그 이외의 자료에 더 치중한 것은 아닌지?

---> No. 기독교회의 조직적인 박해와 말살로 인해 비기독교적인 자료들은 별로

남아 있지도 않다네. 남아 있다 하더라도 심하게 왜곡되어 있고. 나는 아직도

역사 자료나 랍비 문서, 영지주의 문서, 이슬람 문서, 에세니안 문서, 팔레스타인

지지와 박물지를 다 합친 것보다 교회측 문서와 성경을 더 많이 읽고 있다네.

어느 쪽을 더 깊이 신뢰하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의존'이란 그런 의미도

품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 대체로 비슷하다고 할 밖에. 예를 들어 나는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았다는 복음서의 서술을 요세푸스의 고대사와 비슷한 정도의 신뢰를

갖고 대한다네. 또한 부활한 예수가 하늘을 향해 상승운동을 했다는 복음서의

기술을 석가모니가 어머니의 옆구리를 가르고 태어났다는 기술과 비슷한 정도로

불신한다네.


(8) 성경의 영적 메세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는가? (가령 성경 말씀이 영적인지

아닌지부터 시작해서)

---> 나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한다네. 성경 말씀이 영적이라면 내가

애써 구하든 애써 피하든 내 귀를 울릴 걸세. 영적인 영역의 문제에 대해 지적인

고민으로써 답을 얻는 것이 가능한지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고민에 빠져들고

싶지 않네. '고민'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일세.


(9)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분의 존재를 알게 해달라는 기도를 진정으로 하고서

성경을 대한 일이 있는가? 하나님이 계시더라도 그 존재를 알고 싶지 않은 것이

당신의 마음일 수도 있다.

---> 질문이 모순되어 있네.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 무슨 기도를

하는가? 연극적인 독백이라면 몰라도. 또한 나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알고

싶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네. 존재하는 것이든 가공의 것이든 '알고 싶지

않다'는 자세를 가져본 일은 없네. '논하고 싶지 않다'는 구석은 많지만.

나는 알지 못함을 두려워할망정 아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네. 이 말이

얼마나 싸늘한 선언인지 자네는 알겠지?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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