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virgo


to virgo

※※※ 0 2,901 2004.07.10 08:59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
날 짜 (Date): 2002년 10월 30일 수요일 오후 05시 45분 26초
제 목(Title): to virgo


싯다르타는 슬픔에 차서 말하였다.

'그러나 친구여, 내가 어찌 그런 아이를, 온화한 마음을 지니지도 못한 아이를

그런 세계 속에 내보낼 수 있겠소? 혹시 그 아이가 음탕하게 되지나 않을까,

향락과 권력에 빠져 버리지나 않을까, 자기 아버지가 겪었던 그 모든 잘못을

되풀이하지나 않을까, 심지어 윤회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오.'


뱃사공은 맑은 미소로 눈을 빛냈다. 그리고 싯다르타의 팔 위에 손을 살며시

얹은 채 말했다.

'그 점에 대해서도 강물에게 물어 보시오. 친구여... 그런 일이라면 강물의

웃음을 들어 보는 것이 좋겠소. 당신은 어리석은 과거의 모든 행실이, 아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행한 것이라고 믿는단 말이오? 그뿐 아니라, 당신은

아들이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어떻게 해서? 교리에

의해서? 기도를 통해서? 경고로써? 친구여, 그렇다면 당신은 그 이야기를 전부

잊어버린 것이오.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가 언젠가 이 자리에서 나에게 이야기

해 준, 그 교훈이 가득한 이야기를 말이오. 대체 누가 사문 싯다르타를 윤회

로부터 보호해 주었는가요? 그의 부친의 신앙, 스승들의 경고, 그 자신의 지식,

그 자신의 탐구조차도 그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요. 그가 스스로의 삶을

살고, 스스로 삶을 더럽히고, 스스로 죄악을 짊어지고, 쓴 약을 마시고,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려고 한 것을... 어떤 어버이가, 어떤 스승이 말릴 수 있겠소?

친구여... 당신은 그러한 도정이 이승의 어떤 사람에게는 면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오? 자기 아들 하나만은, 아마도 자기 아들만은 당신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면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요? 그것은 당신이 그 애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아이에게 그런 고통이나 환멸을 안겨 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오. 그렇지만 심지어 당신이 그 아이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 하더라도

당신은 결코 그 아이의 숙명의 조그만 한 조각도 제거해주지 못할 것이오...'

(헤세, '싯다르타'에서)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Comments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93 명
  • 오늘 방문자 302 명
  • 어제 방문자 4,610 명
  • 최대 방문자 5,411 명
  • 전체 방문자 1,559,366 명
  • 전체 게시물 14,417 개
  • 전체 댓글수 38,042 개
  • 전체 회원수 1,66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