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헤로디아... 과연 미화가 가능한가?


[R] 헤로디아... 과연 미화가 가능한가?

※※※ 0 2,342 2003.09.27 20:57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11월01일(수) 04시29분36초 KST
제 목(Title): [R] 헤로디아... 과연 미화가 가능한가?



신천옹님의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같은 길은 아니지만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이 있어 반갑군요.

:)

* '개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고대사는 서점에

 있습니다. 얼마 전에 완역본도 출간되었지요. *


우선, 야사라는 것이 뿌리 없이 생기는 것이 아님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뿌리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헤롯 왕가는 유대의 대중에게 미움을 받고 있었습니다. 에돔인의 피를 받았으며

마카비를 말살시켰고 로마제국의 앞잡이 노릇을 했으니 당연하지요.

따라서 헤로디아건 살로메건 안티파스건 야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야사는 원래 민중의 극단적인 감정에 취약한 것 아닙니까?


헤로디아의 사랑은 과연 부도덕한가요? 사랑 일반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해할 만하다고 봅니다. 최소한 다윗이나 솔로몬에

비해 더 호색적이었다고 비난할 수는 없겠지요. 니케아 종교회의를 개최하도록

하여 삼위일체설을 정립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성녀' 브루케리아에

비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브루케리아는 암살과 불륜과 근친상간을 일삼으면서도

스스로 처녀를 자처했지요. 가톨릭 교회는 그녀를 성녀라고 선포했지만....)

말살된 가문의 찌꺼기로서 일찌감치 근친혼에 희생된 그녀에게 무엇이 도덕적이고

무엇이 부도덕했을까요? 제게는 뻘밭에서 핀 연꽃으로 보입니다.


오해해서는 안 될 것 한 가지... 헤로디아가 과연 이세벨만큼 많은 생명을

해쳤습니까? 세례 요한의 죽음은 다분히 정치적입니다. 카트리느 드 메디치가

프랑스의 위그노 교도를 말살한 것(성 바르톨로뮤의 일요일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살인귀 모세나 캘빈이 핏물 속을 헤엄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지요. (하나님은 모세나 캘빈이 죽인 시체를 태우는 향기를 진심으로

'흠향'하셨을까요?)

요한을 죽인 것을 두고 잘 했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당시의 팔레스타인

지역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서 볼 때 요한의 죽음은 대단한 사건이 아닙니다.

(이러한 평가가 노태우의 '5.18은 아무것도 아니다'와 전혀 의미가 다르다는 것은

굳이 상술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당시의 모습을 전하는 역사 기록은 대단히 섬소합니다. 그리고 저는 요세푸스를

신뢰합니다. 요세푸스에 대한 활발한 비판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욕을 먹는다...

그것은 욕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성경을 불신하는 것은 반대로 공식적인

(교회 내부에서의) 비판의 통로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헤로디아의 마지막 모습, 유배지로 묵묵히 남편을 따라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숭고함'을 느낀 것은 저의 사견입니다. 물질적인 풍요와 무절제한

정욕의 추구에 젖은 당시의 귀족들 사이에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단연 빛나는

한 장면입니다. 카리귤라가 그녀에게 보장해준 모든 것을 떨치고 나서는

그녀의 사랑은 출발이야 어찌됐든 '부활'의 네프류도프 백작의 뒷모습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합니다. 저는 헤로디아가 도덕적으로 완전하다거나 하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 역시 죄인이지요. 그러나 신약 시대의 대표적

악녀의 archetype으로서의 죄인은 아닙니다. 또한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그녀는

죄인이면서도 소중한 사랑을 지킬 줄 알았던 것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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