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낙태. 안락사. 사형...죽음..뒷북 몇자.


Re: 낙태. 안락사. 사형...죽음..뒷북 몇자.

※※※ 0 3,042 2003.10.06 02:08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2000년 8월  4일 금요일 오전 04시 44분 24초
제 목(Title): Re: 낙태. 안락사. 사형...죽음..뒷북 몇자.


'인간의 존엄'과 '낙태 지지'는 당연히 모순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순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존엄하지만 '절대적으로' 존엄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간'의 존엄과 '인간의 생명'의 존엄이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절대적 진리의 존재를 인정하는 세계관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절대적 진리

따위가 통하지 않는 모순 상황으로 가득하며 낙태 문제는 그 일례에 불과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쁘게 창조하신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요. 생명을

태산같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전쟁터에 사병으로 끌려가게 되면 총을

쏘아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모순투성이 세상입니다. ^^


작년 여름에 있었던 낙태 논쟁에 이러한 저의 입장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유가

있으시면 다음 글부터 시작해서...

 16467  RNB    (RoseBlossm) 6.23  141 Re: 욥의 자녀/옹기장이/낙태/애굽의 장
 16468  RNB    (RoseBlossm) 6.23  130 Re: 욥의 자녀/옹기장이/낙태/애굽의 장
>16469  staire  (강 민 형  ) 6.23  205 낙태
 16470  RNB    (RoseBlossm) 6.23  121 Re: 욥의 자녀/옹기장이/낙태/애굽의 장
 16471  RNB    (RoseBlossm) 6.23  175 Re: 낙태

아래의 글까지를 읽어보시면 될 듯합니다.

 16584  parsec  (無言笑流  ) 6.27  183 Leningrad Codex
 16585  staire  (강 민 형  ) 6.27  163 Re: Leningrad Codex
>16586  staire  (강 민 형  ) 6.27  150 to RNB : 몇 가지 잡다한 문제
 16587  greenie (푸르니    ) 6.27  114 Re: Leningrad Codex
 16588  Gatsbi  (궁금이    ) 6.27  115 Re: 낙태와 사형

이 많은 걸 언제 다 읽으란 말이냐... 라고 생각하신다면 그중 하나의 글에서

인용한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에 표시된

글에서 따온 부분입니다. (글 중에서 > 가 붙은 인용문은 RNB님께서 쓰셨습니다.)

 16472  doni    (+ 도 니 + ) 6.23  173 종교인과 비종교인.
 16473  doni    (+ 도 니 + ) 6.23  124 sca 님에게 드리는 답변.
>16474  staire  (강 민 형  ) 6.23  194 [R] Re: 낙태
 16475  child  (:: 아리 ::) 6.23  111 Re: 종교인과 비종교인.
 16476  luvhurtz(  송 훈  ) 6.23  90 TBA님께: 성경에서의 하나님과 인간...

-----(인용 시작)-------------------------------------------------------------

>  산모는 전 우주에서 유일한 아기의 실존을 마음대로 '지울' 권리가
> 있다는 것인가요? 부모가 불행해지거나 애기가 불행한 일생을 살 것이
> 뻔 하더래도, 애기에게 자신의 일생을 살 기회를 허락해주어야 하지
> 않나요? 누구 마음대로 한 영혼의 인생을 초기단계에서 abort하나요?
>
> 위의 유일한 실존은 도데체 어떤 의미이고 유일하다는 의미는 뭔가요?
> 그냥 문학적인 카타르시스입니까?

그렇다면 낙태에 대한 당신의 글은, 그리고 교회의 입장은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고 있는가요? 애초에 사고를 치지 말아야 한다... 혼외 출산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미혼모를 정죄하지는 말자... 전부 좋은 얘기이며 원칙론적인

얘기들입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는 생각합니다. 아니, 누구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낙태에 관한 여러가지 갈등

상황을 겪으면서 이것은 '여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미해결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것이 그냥 '미해결'임을 인정하는 선에서의

타협책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사자도 얼룩말도 존엄합니다. 그리고 사자는 생존을 위해 얼룩말을 잡아먹습니다.

얼룩말의 존엄이 희생당하는 것을 슬퍼해야 마땅하지만 마찬가지로 얼룩말의

존엄을 위해 사자의 존엄을 해치는 것도 명분이 서지 않습니다. 사자와 새끼양이

뒤섞여 뛰노는 것을 꿈꾸던 이사야에게는 사자와 얼룩말의 문제가 하나님의

애초의 설계로부터 한참 빗나간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쳤겠지만 실상 그것이

자연계의 정상적인 모습인 것입니다.

(중략)

어느 경우에나 모두 만족할 방법은 없습니다. 저도 태아의 생명과 실존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사자와 얼룩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만족할

해결책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굳이 따지고 싶으면 세상을 이렇게

만든 신에게나 따지셔야 할 겁니다.

-----(인용 끝)---------------------------------------------------------------

사자와 얼룩말의 존엄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parsec님께서 노자에서 인용한

'天地不仁'이라는 구절로 멋지게 요약해 주셨습니다. ^^  이 글에 대한 근거라고

할 만한 것은 다음의 글입니다.

 16540  guest  (sowhat? ?) 6.25  94 Re: to sca
 16541  staire  (강 민 형  ) 6.25  180 아기를 안아보면...
>16542  staire  (강 민 형  ) 6.25  193 결국 낙태는...
 16543  staire  (강 민 형  ) 6.25  168 찬송가
 16544  staire  (강 민 형  ) 6.25  173 [C & R] Re: 아기를 안아보면...

그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여기에 다시 옮기자면...

-----(인용 시작)-------------------------------------------------------------

대체로 모든 문제는 하나하나 나름의 고민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모든 실존은

자기 나름의 독특한 경험을 겪게 마련이며 이러한 실존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해답이 '없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언제나 정답이 있다'라는 태도에는 결코 동의하지 못합니다. 더우기 '교회가

그 해답을 쥐고 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말씀하신다면 "그런 얘?교회에서나 하십시오"라고 말씀드릴 수밖에요.

'그렇다면 당신의 해결책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만 저로서는

'아직 정답같은 것은 모른다'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정답을 알고 있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분들이 부럽지는 않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확신도 없으면서 감히 낙태를 지지할 수 있는가'라고 말씀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고민해도 정답은 얻기 힘들 것이 분명한데 낙태에

대한 태도를 죽을 때까지 유보 상태로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낙태수술 보조를 서 보기도 했고 제손으로 안락사를 시킨 적도 있습니다.

결코 맘 편히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런 모순들이 늘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것입니다.

-----(인용 끝)---------------------------------------------------------------

이만하면 충분한 답변이 되었을지 모르겠군요. 저의 상대주의적인 세계관은 '세상의

모든 모순과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줄 끝내주는 원리'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재할 수 '없다'가 아닙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산낙지 이야기를 꺼낸 의도는 산낙지 따위는 죽여도 좋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낙태절대반대론자들이 그 영상의 실제 정황을 무시한 채 너무

선정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내막은 이렇다'라는 차원에서 쓴 글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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