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마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 0 2,700 2003.09.27 12:52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10월29일(일) 07시52분17초 KST
제 목(Title): 마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 제목에 대해 두 가지 오해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첫째, 여기에서 말하는 마가란

 김마가님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제 2 복음서의 저자라고 알려진 마가입니다.

 둘째, 저는 마가 복음서의 저자명이 정말 '마가'였다고는 생각지 않으므로

 '마가' 대신 '마가 복음서의 저자'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자주

 거론되는 이름을 일일이 그렇게 길게 쓸 수 없으므로 편의상 그냥 '마가'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이것은 '마태', '누가', '요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제가 '마태'라고 썼을 때에는 '마태 복음서의 저자'라는 의미이며 실제로

 마태를 지칭할 때에는 '사도 마태'라고 씁니다. *


나는 마가를 좋아한다. 이방인에 대한 열린 태도가 마음에 들고 그의 소박한

문체가 사랑스럽다. 유대 민족주의에 물들어 있는 배타적이고 위압적인 마태나

답답한 도덕주의자 누가, 현학적인 헬라식 정서를 가진 요한은 마가에 비하면

한참 처지는 작가들이다. 또한 마가는 '대중'과 '민중'이란 단어를 굳이 구별하여

억압받는 민중들을 늘 염두에 두고 저술한 흔적이 보인다.


물론 다른 복음서 저자들이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태는 랍비식 교리 문답에

능하여 예수의 발언을 가장 정확하게 기록하는 재주를 가졌으며 누가는 온화한

눈길로 가난한 자를 돌아보는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요한은 헬라화된 지식인의

강점을 갖고 있어 역사 기술의 정확성에 있어서 다른 이들을 압도한다. 예를 들어

예수 당시의 갖가지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하고 싶다면 요한을 따르는 편이

가장 정확하다.


마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4편의 복음서 중에 시간적으로 가장 빠른(따라서 예수

시대에 가장 가까운) 기록을 남긴 마가는 기성 교회에서 대체로 요한 마가 또는

요한이라고 불리는 시몬 베드로의 제자라고 보고 있다. 사도 행전 12:25, 13:5,

13:13, 15:36-39, 골로새 4:10, 빌레몬 24, 디모데 후서 4:11등에 그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으며 베드로 전서 5:13에서 시몬 베드로가 그를 아들이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staire는 시몬 베드로를 베드로 전후서의 저자로 인정하지

않지만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을 즐겨 3인칭으로 등장시키는 다른 복음사가들의 예에 따라 마가 역시

자신의 모습을 마가 복음서에 남기고 있다고 한다. 마가 14:13의 '물동이 지고

가는 사람', 즉 최후의 만찬 장소를 제공한 사람이나 14:51의 홑이불을 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난 청년이 곧 마가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연유로 혹자는 그를

'예루살렘의 마가'라고도 부른다. 예수 당시의 팔레스타인 사회와 풍물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그가 오랜 기간 유대의 중심부에 거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staire는 유감스럽게도 이 가설을 인정할 수 없다.

다음의 글은 작년 봄에 서울대 보드에 올린 '헤로디아를 위하여'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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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잠시 마가복음서의 저자의 신빙성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마가복음은 이방인 전도를 목적으로 씌어진 글이다. 마가복음서의 저자는 구약을

적게 인용하고 아람어(예수가 사용한 언어)나 히브리어를 거의 언제나 희랍어로

번역해주고 있다.(달니다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리고 이방인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는 유대인의 관습을 설명해주고 있으며 이방인의 습관을 고려하여

로마의 관례에 따라 밤을 4등분하고(6:48, 13:35) 그리이스 동전을 로마 동전으로
                                                   
환산하는(12:42) 등의 친절을 베풀고 있다. 그러나 사실 마가복음서의 저자도

유대의 풍속에 대해서는 들은 풍월일 뿐이었다.

>바리새인과 모든 유대인들은 조상의 전통에 따라 손을 잘 씻지 않으면 먹지 않았고
>시장에서 돌아와서는 물을 뿌리지 않으면 먹지 않았으며 그 외에도 여러가지
>지켜오는 관습이 있었으니 예를 들면 잔과 단지와 놋그릇등을 잘 씻어야 했다.

마가 7:3-4의 윗문장은 연구가들 사이에 악명높은 문장이다. 실제로 당시의

유대인들은 이런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 이런 율법은 사제에게만 주어진 규정이며

이것을 평민들까지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일부 극렬한 바리새인들뿐이었던

것이다. 마가복음서의 저자는 유대의 풍속을 알지 못했으므로 요란하게 유포된

바리새인의 생활 규약이 곧 모든 유대인의 습속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이것은 또한
                                                   
마가복음서의 저자가 최후의 만찬 장소를 제공한 시몬 베드로의 제자 마가가

아니라는 증거도 된다. 그는 이방인이었거나 유대에서 생활한 적이 없는

유대인이었다. 이 글에서 '마가'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굳이 '마가복음서의

저자'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부족한 정보와 자료에 의한 오류는

'성령의 손을 빌어 저술한' 책에서도 피할 수 없었으니... 마가복음서의 저자에게

필요한 것은 성령이 아니라 도서관이었던 셈이다.


어쨌든 이런 초보적인 분석만으로도 복음서의 역사적 신빙성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복음서에서 낭만적으로 채색된 왕실 야사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불쌍한

여인 헤로디아를 악녀로 몰고가는 것은 역사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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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staire만의 사견이 아닙니다.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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