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오님께 : 그래도 반기독교적일 수밖에요


제오님께 : 그래도 반기독교적일 수밖에요

※※※ 0 3,136 2003.10.02 10:31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5월01일(수) 07시07분49초 KST
제 목(Title): 제오님께 : 그래도 반기독교적일 수밖에요



사실은 늘 밝혀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제오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는 늦도록 자식을 보지

못하여 남의 딸을 양녀로 들인 분이 계십니다. 그 양녀는 20대 초반의 예쁜

아가씨로 자랐지요. 저는 그 아가씨의 출생의 비밀을 알지만 결코 그것을 누설할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은 - 그것이 아무리 명확한 사실이라 할지라도 - 해당 대상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 때에만 밝혀질 가치를 지닌다."

저는 그것을 이렇게 고쳐 놓고 싶습니다.

"사실은 그것이 해당 대상에게 어떤 피해를 줄 때에만 숨길 가치를 지닌다."

물론 피해의 회피가 곧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명제는 별로 다를 게 없겠지요.


저는 신앙으로부터 정신적인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그 신앙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정신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회에 의해

자행된 이단과 이교도에 대한 야수적인 폭력에 대해 온누리에님께 말씀드린 것을

후회해야 할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저는 끊임없이 기독교를 공격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첫째, 성경이라는 재미있는 텍스트의 분석을 평생의 취미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알아낸 것들을 숨겨둘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기독교를 공격하는 이유는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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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늘날 인류에게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며 적어도 인류의 정신문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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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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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오님께서는 기독교회의 폭력이 이제는 더이상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계신 모양입니다. 제오님께서 말씀하신 '이 시대의 추세'가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독교회의 폭력은 바로 오늘날 바로 이 땅을 비롯한 지구촌에서

엄존하고 있습니다. Convex님께서 올리신 기독교회의 여러 폐해들에 대한 글을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제가 늘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기독교의 기복적인 성격이 강하지요. 열심히 기도한 결과 아들이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다는 류의 간증이 통하는 곳이 이 땅입니다.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누군가 다른 한 사람을 좌절시킴으로써 자신에게 이득을 준 신에게 감사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개인적인 기복 성향은 사회의 차원으로 보면 '집단 이기주의'가

됩니다. 기독교는 집단 이기주의의 가장 전형적이고 부정적인 형태를 보입니다.


더 직접적인 의미의 물리적 폭력이 자행될 여지 또한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시대의 추세'는 다행히 표면적으로 안정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국소적으로나마 불황을 반복해서 맞이하는 자본주의 주도형의 세계 경제와 상존하고

있는 여러가지 갈등 요소들(인종, 계급, 성, 지역, 민족 구도에 의한)은 이 안정을

늘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기독교회의 물리적

폭력이 극에 달했던 시기는 언제나 종교 이외의 원인에 의한 갈등을 배경으로

갖는다는 것을요.


초기 기독교 시대의 무자비한 이단 살륙은 로마의 경제적 배분 문제가 갈등을 겪고

황제의 권위가 도전받던 시기에 자행되었습니다. 십자군 전쟁(을 빙자한 떼강도질)

은 교황 우르바누스를 비롯한 보수 계층의 위기감에서 비롯되었지요. 마녀 사냥은

근대화에 따른 기득권층의 단말마적 반발로부터 시작되어 전 유럽과 미국을 집단

정신병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초기 자본주의 경제의 붕괴 위기가 제국주의 침략을

낳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뿐 아니라 일개 왕실의 갈등이 튜더 왕조의

3대(헨리 5세, 메리 여왕, 엘리자베드 1세)에 걸친 학살극을 벌이는 장면에서도

기독교회는 그 탐욕스러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피를 탐했지요. 카트리느 드 메디치의

혁혁한 공로인 천주교인들에 의한 위그노 학살(천주교사의 가장 부끄러운 장면인

성 바르돌로뮤의 학살)이 카트리느의 독특한 취향 때문에 일어났다고는 생각지

않으시겠지요.


이러한 위기는 언제든 우리를 엄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결핍을 겪으며

그것을 이겨내야 할 시기에 집단 이기주의는 고개를 듭니다. 그 선봉에서 피에

굶주린 깃발을 휘두를 것으로 생각되는 집단은 아무래도 기독교회입니다. "만일

그런 폭력이 일어나면 현재 실권을 잡고 있는 '법'이란 것이 끼어들 것"이라고

낙관적인 예상을 하셨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지금 한국이 법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인 것은 틀림없지만 수시로 그 법을 무색하게 하는 '권위'가 법보다

더 깊숙이 우리 사회를 지배합니다. 더우기 집단 폭력이 자행되는 시기에 법이

얼마나 구실을 할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정된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독일의 통일에 따른 결핍의 분담이

독일인들 사이에 신나치 바람을 일으켰지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결책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도 좀더 성숙하여 유럽에서 이미 구현되고

있는 '기독교 이후 시대(post-christianic age)'를 맞이하는 것이지요. 교회에

다닌다고는 하지만 반신반의하는, 기독교인이면서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신앙이

문화 생활 정도로 약화된 사회를 이 땅에도 실현해야 합니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복음화'되어 있습니다. 신도들이 섬뜩하도록 성령충만되어 있습니다.

땅거미 지는 하늘에 빛나는 붉은 십자가가 너무 많습니다...



기독교 교회의 폭력성과 모순과 부작용을 더 많은 사람이 체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당하게 추구할 수 있는 저의 권리입니다. 그것을

위하여 저는 더 공부할 것이며 더 큰 목소리로 외칠 것입니다. 그러나 기독교회의

상투수단인 물리력에 호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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