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젖가슴에 대한 잡생각(?)


하나님의 젖가슴에 대한 잡생각(?)

※※※ 0 4,068 2003.10.01 17:57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2000년 1월  9일 일요일 오전 04시 31분 01초
제 목(Title): 하나님의 젖가슴에 대한 잡생각(?)



불가사리님께서 지적하신 하느님의 젖 얘기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아무런 언급 없이 넘어갈 경우 또 누군가 '이런 해괴망칙한...'이라고 할까봐

약간의 자료를 덧붙입니다.


엘 샤다이(El Shaddai)는 아시다시피 '전능하신 엘'입니다. 모세 이후 야훼가

그 이름을 도용하여 '내가 바로 네 조상들이 알고 있는 그 엘이니라' 어쩌구

하면서 엘을 자칭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야훼와 동일시되고 있는

신이죠.


신의 명칭에 대한 논의는 이곳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으므로 여기서 다시 한번

'엘 샤다이 = 전능한 엘'이라는 초보적인 사항을 길게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런 해석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70인역 희랍어판 성경이나 라틴어판 Vulgate

성경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며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다야 랍비들의 미드라쉬

해석에서 '샤다이 = self-sufficiency'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KJV 영문성경에서

'샤다이'를 'almighty'로 번역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통을 따른 것이며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천주교 + 개신교) 교회가 채택하고 있는 해석입니다.


그렇지만 그것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우선 '산에 거하는 신'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죠. '산에 사는 자'라는 의미로 쓰이는 sadda'u' 또는 saddu'a'가

샤다이의 어원이라는 얘깁니다. W. F. Albright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엘 샤다이, 즉 산의 신은 시리아에 전래된 아모리인의 신으로 나중에 가나안의

바알-하닷이 된다. 그런데 야훼가 비록 산(시내, 호렙, 시온, 모리아 등)과

연관되어 계속 나타나고 있지만 산신은 아니다. 다만 산에서 즐겨 나타났다는

야훼의 속성이 아모리-가나안의 엘 샤다이와 유사한 관계로 두 신이 혼동되어

하나의 신으로 동화되고 말았다." (W. F. Albright, "The names of Shaddai and

Abram",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54) 저는 올브라이트의 생각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 신의 동일시가 먼저 시도되고 그 다음에 야훼의 산 현현

전승이 꾸며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너무 자잘한 얘기가 되므로 생략합니다.


'엘 샤다이 = 평원의 신'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후기 청동기 시대 가나안어로

평야를 뜻하는 단어인 Shada, 우가리트 텍스트의 sd, 악카드어 sa-de-e 등에서

히브리어로 들판, 밭, 흙, 땅 등을 의미하는 saday(또는 sadeh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가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아모리족의 조상신인 Amurru가 평원의

신이었으므로 아모리 문화의 영향권 내에 있었던 족장(아브라함 등등...)들이

조상신으로 평원의 신을 모시게 되었다는 얘깁니다.  Roland de Vaux('롤랑 드 보'

라고 읽어야겠죠?)의 책 "The early history of Israel"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웨스터민스터에서 영문 번역판이 나와 있습니다.)


'엘 샤다이 = 달의 신'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L. Bailey 등의 주장에 따르면 엘

샤다이는 아모리족의 달의 신 Bel Shade에서 파생되었다는 겁니다. 이 신은 한때

폭풍과 전쟁의 신이었으며 산의 신이었다는 얘긴데 이들 논문도 꽤나 설득력 있고

재미있습니다. (L. Bailey, "Israelite El Shaddai and Amorite Bel Shade",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87; J. Ouellette, "More on El Shaddai and

Bel Shade",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88)


도대체 젖가슴 얘긴 언제 할거냐 싶으시겠지만 다 왔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엘 샤다이 = 젖가슴 달린 신'이라는 해석입니다. 히브리어에서 젖가슴을 뜻하는

단어는 shaddayim이므로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거죠. 앞에서 소개한 올브라이트

('엘 샤다이 = 산의 신'이라고 주장한 사람이죠)의 논문을 보면 악카드어 shadu의

원래 의미는 젖가슴이었는데 나중에 산을 의미하게 되었다는 논증이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Biale는 이집트어로 '젖을 먹이다'라는 동사 sadi로부터 유추하여

'엘 샤다이 = 젖을 먹이는 신'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D. Biale, "The god with

breasts : El Shaddai in the bible", History of Religions, Vol. 20) 경건하신

분들은 이 무슨 해괴망칙한 해석이냐 싶으시겠지만 창세기의 족장 설화에서 거듭

강조되는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는' 신으로서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해석입니다.

불가사리님께서 지적하셨듯이 호세아가 그런 표현을 썼으며 이사야 60:16에 나오는

"네가 이방 나라의 젖을 빨며, 뭇 왕의 젖을 빨아 먹을 것이니, 이것으로써, 너는

나 주가 너의 구원자이며, 너의 속량자요, 야곱의 전능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에서도 이스라엘 족속이 결국 '야훼의 가슴'으로 돌아올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나안의 번성의 여신 아세라, 번성의 신과 전쟁신을 겸하고 있는 가나안

여신 아나트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젖가슴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나안의 토착신 '엘'을 젖가슴 달린 엘, 즉 '엘 샤다임'이라 불렀다고 해서 그다지

이상할 것 없으며 전쟁신 야훼의 이미지가 도입되면서 shadad(굵고 튼튼한, 강력한

등의 의미)에서 파생된 shaddai - 공교롭게도 비슷하게 생긴 단어이므로 - 를 붙여

강력한 신, 전능한 신의 의미를 갖는 '엘 샤다이'가 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젖가슴 신'(여신)의 남신화에 등장하는 단어가 '굵고 튼튼한'이라는 점은

프로이트 학파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지도 모르지요. :)  아무튼 '엘'의 성전환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으나 2세기의 영지주의자들은 여전히 야훼를 남성과 여성이

혼합된 신으로 파악하였으며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는 'Paidagogs'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찾는 어린아이들에게 성부의 사랑스런 가슴은 젖을 공급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Convex님께서 알려주신 E. Pagel의 'The Gnostic Gospels'에도

이 구절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지금 책을 갖고 있지 않은 관계로...)


끝으로 저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젖가슴은

저의 관심사도 아닐 뿐더러 기독교인의 관심사도 비기독교인의 관심사도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할 공부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굳이 히브리어 단어 중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내자면 El Shadad(약탈의 신, 멸절의 신)이나 El Shod(폭력의 신), 혹은

El Shed(마귀의 신)도 가능하지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면 김집사님 류의 한문공부

비슷한 꼴이 될 것 같아서... :d


성경 교사로서 일할 때에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대충 이렇게 얼버무립니다.

"하나님의 성? 그건 수천년 전에 이미 나온 해묵은 얘기라구. 남녀 평등에 갖다

붙이려는 시도는 더더욱 시대착오적이고... 남녀 평등에 하나님의 성이 도대체 왜

거론된단 말야? 가나안식의 신 개념은 인간의 한계 안에서 신을 바라본, 지극히

인간적인 논리야. 하지만 신은 그런 식으로 파악될 수 있는 분이 아니라 성의 구별

따위는 초월하신 분이라구..."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젖가슴 달린 하나님을 상상하며 쿡쿡 웃고 있지만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 또 누가 '극소수 변태적인 사람들만이 주장하는 해괴망칙한 소리'라고 매도할 것

  같아서 번거롭지만 참고문헌을 붙였습니다. 여기에 인용된 학자들은 호교론적인

  신학자들도 즐겨 인용하는 진지한 분들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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