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elcom] 정리합니다...


[To elcom] 정리합니다...

※※※ 0 2,965 2003.09.30 14:50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4월06일(토) 10시00분44초 KST
제 목(Title): [To elcom] 정리합니다...



처음의 쟁점은 온누리님께서 제기하신 '과학은 영원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는

명제였으며 저는 그것을 수긍하는 글을 썼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종교의 잔혹성을 인간성에 전적으로 돌릴 수 없다'라는 면을

제가 말씀드렸고 온누리님은 그것을 수긍하셨지요.


세번째는 온누리님의 글 중 '기독교인보다 무슬림이 더 배타적이다'라고 말씀

하셨으며 저는 무슬림이 결코 '더' 배타적이 아님을 보이고자 했습니다. 그 글에

대한 온누리님의 답글은 저로서는 의문입니다. 무슬림이 손목을 자르는 것은

그 사회의 rule입니다. 그 율법은 엄하기도 하고 너그럽기도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박해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둑질한 인간을 감옥에

집어넣는 사회와 벌금을 받아내는 사회, 길거리에 세워놓고 창피를 주는 사회와

묶어놓고 때리는 사회, 손목을 자르는 사회는 각자 그 형벌이 '원칙에 따라'

집행되는 한 대등한 사회입니다. 처벌하는 자의 입맛대로 한 대 더 때리거나 한 군데

더 자르거나 한없이 가두어 두는 것은 원칙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박해의 빛깔을

띠는 것이지요. (이런 걸 '죄형 법정주의'라던가요?) 도둑질을 했을 때 1년을

가두어 두는 형법과 10년을 가두어 두는 형법은 단지 그 사회의 '기강'이 얼마나

엄한가의 차이를 반영할 뿐입니다. 10년을 가두어 둔다 해서 박해가 되고 형량이

단 1년이라 해서 처벌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더우기 무슬림들이 손목자르기를

택한 이유는 그들의 '율법'을 따른 것일 뿐입니다. 그것은 부정한 여성을 돌로

쳐죽이는 등 일견 잔인해보이지만 고대의 어느 사회에서나 있던 정도의 처벌일

뿐입니다. 무슬림들은 그 율법을 지키는 데에 있어서 독실했을 뿐입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렇다고 손목 자르는 율법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독실한 신앙보다는 당신이 그렇게도 싫어하시는 '인본주의'를 따르는

사람이니까요.)


중세나 근세의 기독교회에 의해 자행된 이교도 탄압이나 마녀 사냥의 과정에

'어떻게 하면 저 못된 인간에게 좀더 짜릿짜릿한 고통을 줄 수 있을까'라는 기본

발상이 숨어 있다는 저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저는 온누리님께서 기독교회가 자행한

고문에 대한 기록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으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 즉, 기독교회측의 고문의 참상을 알면서도 그것이 '고통을 주기 위해서'

라고 인정하지 않으신다면 - 언젠가 기독교회가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다시

우리 사회를 장악하는 경우 저를 묶어놓고 고문하면서 "이것은 스테어님께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입니다"라고 말하는 자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가 좀 희화화되긴 했지만

이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온누리님께서 이러한 비유를 부정하시려면 기독교측에

의해 저질러진 고문의 실상을 모르신다고 주장하시거나 또는 그것의 목적이 고통을

주려는 발상이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철회하셔야 합니다. (또한 이것이

저의 '두려움'의 바탕입니다. 반감이라고 부르고 싶으시면 그렇게 부르십시오.)


마지막으로, 사소한 것이지만 '기독교인들이 로마 제국으로부터 당한 박해는

정당하다고 보느냐'라는 말씀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의 쟁점이 기독교인과 무슬림 중 어느 편이 더 잔혹한가 하는 것이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로마 제국을 이끌어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로마에

의해 자행된 폭력을 기독교회에 의한 폭력과 '똑같이 혐오합니다'. 로마 제국이

기독교인을 핍박한 것은 그 사회의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핍박의

형태가 그토록 잔혹한 고문으로 얼룩진 것은 혐오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회가 그들이 당한 대로 이교도들을 고문한 것이 정당화되지는 못합니다.

기독교회가 가이사의 검을 획득한 이후 교회는 로마제국과 똑같은 모습을 띠게

된 것입니다. 온누리님께서 '기독교인이 로마 제국으로부터 당한 박해는 정당하다고

보느냐'고 질문하신 의도는 저로서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군요. 중세나

근세의 이교도들이 기독교회를 핍박했던 거대한 권력이었다면 최소한 '보복'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이해할 뿐입니다. 잘하는 짓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힘 없는 인간들에 대한 무자비함은 로마에 의한 피압박의 역사를 아무리

내세우셔도 정당화되지 못합니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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