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sca - 예수를 도용한다는 것은...

to sca - 예수를 도용한다는 것은...

※※※ 0 2,990 2003.09.30 05:08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9년 7월 15일 목요일 오전 01시 20분 41초
제 목(Title): to sca - 예수를 도용한다는 것은...



사실은 이 답글을 진작에 썼어야 하는데 미루고 있었습니다. 민중신학이 예수의

이름을 도용한다고 생각하는 저의 '느낌'은 느낌일 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제오님께서 갖고 계신 막연한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알기 쉽게 간단히 쓰겠습니다. 예수가 행동하는 지식인이라고 하셨지요? '예수

르네상스'라는 책을 읽고난 감상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논문의 저자들은 예수를 짝사랑하고 있다. 이 저자들의 생각을

예수가 들으면 공감할지는 모르지만 예수 사상을 제멋대로 빚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중 신학과 기성 신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는 예수가 그다지 행동적이었거나 참여적이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가이사의

것'에 대한 구절을 예로 든다면 그는 가시돋친 야유를 던지는 선에서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더우기 지식인이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합당한지 어떤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예수의 정치/경제/사회/과학에

대한 식견은 고작해야 시만두 목사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만두식의 기묘한 관점과 예수의 관점이 비슷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단지 '지식의 깊이'라는 면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밀알이 죽어야 싹이 튼다'는 예수의 발언과 '사리는

결석'이라는 시만두의 발언을 비슷한 선에 놓고 생각합니다. 그 견해 자체가

틀렸다는 것은 크게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틀린 게 사실이니까요. 논쟁거리가

될만한 구석은 없지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발언 이면에 있는 시만두의 세계관과

예수의 세계관입니다. 물론 이 점에서 그들은 전혀 닮지 않았지요. :)


요약하면... 저는 민중 신학 진영에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예수에게는 물어 보셨는지요?"

예수의 언행들 중에서 맘에 드는 구석만을 인용한다는 점에서 저는 민중 신학을

창조 과학(?)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생각합니다. 예수를 언급하거나 성경을

인용함으로써 오히려 민중신학의 빛나는 면이 손상되고 희석되고 있지나 않은지

우려됩니다. 제오님께서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것도 이런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우기 위험한 것은... 예수에 대한 신앙 자체가 붕괴될 경우 - 저는 머지 않은

장래에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만 - 민중 신학의 미덕에 해당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업적마저도 도매금으로 매도되어버리지나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P.S. 위에서 '예수에 대한 신앙 자체가 붕괴한다'는 것은 기독교의 멸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대다수가 예수에 대한 신앙을 전제하지

않는 세계관을 갖게 되는 시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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