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난


오난

※※※ 0 3,514 2003.09.30 04:52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9년 6월 14일 월요일 오전 04시 53분 34초
제 목(Title): 오난



sca님의 설명으로 충분할 듯. 굳이 제가 '검증'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게다가

저는 감히 검증 같은 것을 할 역량이 도저히...)

좀더 상세하게 보충하자면 이렇습니다.


> 유다는 맏아들 에르에게 아내를 얻어 주었는데 그의 이름은 다말이었다.
> 유다의 맏아들 에르는 야훼의 눈 밖에 나서 죽었다.
> 유다는 오난에게 이르기를 형수에게 장가들어 시동생으로서 할 일을 하여 형의
> 후손을 남기라고 하였다.
> 그러나 그 씨가 자기 것이 되지 않을 줄 알고 오난은 형수와 한 자리에 들었을 때
> 정액을 바닥에 흘려 형에게 후손을 남겨 주지 않으려 하였다.
> 그가 한 이런 짓은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일이었으므로 야훼께서는 그도 죽이셨다

(공동번역 창세기 38:6-10)

그 씨가 자기 것이 되지 않을 줄 알고... 라는 부분이 핵심이죠. 형사취수란 단순히

형수를 취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정당한 상속권자인 '장손'을 낳는

절차입니다. 씨족 사회에서 늘 날카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죠. 그래서

구약에는 에서와 야곱, 베레스와 제라 등 장자권을 다투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죠. 오난이 제대로 거사(?)를 치르고 그 결과 다말이 아들을

낳으면 장자 상속권은 그 아들에게 돌아갑니다. 오난과 그의 가솔들은 그로 인해

크게 피해를 입는 셈이죠. 그러므로 이 구절을 두고 질외사정을 기독교회에서

죄악시 한다느니 하는 해석은 그야말로 넌센스입니다.

한 가지 더 보충한다면 이 이야기는 당시 여성들이 얼마나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말은 결국 친정으로 돌아갑니다. 그 이유는

유다의 궁색한 변명처럼 막내아들이 성숙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막내가 자랄

때까지 같이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아들을 낳지 못하면 다말은 그 씨족

사회에서 버림받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남편도 아들도 없는 여인 다말은 그 씨족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 씨족과 다말을 연결해주는 피붙이가 없기 때문이죠. 요컨대

다말은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 도리가 없는 겁니다. 성경은 완곡히

그 사실을 숨기고 있습니다만 유다가 다말을 내쫓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이죠.

그런데 친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쫓겨난 여인들을 반기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복잡해집니다.

실제로 신구약 시대를 통해서 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자들이 '과부'입니다.

과부는 씨족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거지나 문둥병자와 마찬가지로

마을에서 내몰리다시피하여 살아가는 극빈 계층에 속해 있었던 것입니다.

십일조를 거두면 고아와 과부를 비롯한 빈민들을 구호하라는 신명기 14:29는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던 과부들이 당시의 사회문제가 될만큼 많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겨우 동전 두 닢밖에 바치지 못했지만 예수에게 칭찬을 들은,

신약 시대의 빈민을 대표하는 사람 역시 과부입니다.

결국 다말은 호구지책을 위해 창녀로 가장하고 시아버지인 유다의 아들을 낳는

기상천외의 계교를 통해 간신히 그 씨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습니다. 창세기 저자는

이 장면에서도 그 절박한 사연에 대해서는 모른체 넘어가고 있지만 오늘날 성경을

읽는 이들은 기독교인이든 반기독교인이든 그 행간에서 짓밟히며 살아가다 끝내

극단적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여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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