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께


마리아님께

※※※ 0 2,291 2003.09.30 04:36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8년 11월 17일 화요일 오전 04시 41분 48초
제 목(Title): 마리아님께


답변을 드리기에 편리하도록 마리아님의 글을 편집하여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맥을 왜곡하지는 않았습니다. :)


> 물질적 세계관은 '결정론'과는 다르며, '불확정성'을 고려한다고 하셨는데,
> 그것은 '우연'의 개입을 고려한다는 의미인가요?  즉, 물질계 안에 선행되는
> 원인이 존재하지 않는 돌발적 사건이 존재한다는 뜻입니까? 물질계 안에,
> 인과 관계의 사슬에 독립적인, 그런 돌발 사태가 존재한다고, staire님께서
> 생각하실 것 같지는 않은데요. (맞죠>) 기껏해야 우리의 능력으로 그 원인을
> 알 수 없어서, 우연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겠죠...? 그렇다면 모든 것이 인과
> 관계의 사슬의 부분에 속해서 연결된 이 거대한 '물질계'는 이미 모든 것이
> 결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물질계 안에 있는 어떤 존재도,
> 그 사슬에서 빠져 나와, 독자적으로, 그 사슬을 끊어 버린다거나, 변형시킬
>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기 놓인 저 화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자리에
> 있을 수 밖에 없음이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몇 백년 전, 몇 천년 전에도
> 정해져 있었다는 (다소 이상한?) 결론이 논리적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 인과 관계의 속성 상, 물질적 세계관은 곧 결정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 생각합니다.

물질적 세계관이 곧 결정론이라고 하는 견해는 양자론적인 불확정성의 존재를

무시할 때에나 가능합니다. 이러한 불확정성은 단순히 우리가 관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물질계의 모든 거동은 미시적으로는

확률론적일 뿐이며 거시적으로만 결정론을 적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여기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Lennon님을 비롯한 이 분야의 전문가들께서 보충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요컨대 '결정론이 아닌 물질주의적 세계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상상력의 한계일 뿐입니다. 미시적으로는 인과 관계를 설정할 수 없는 돌발적인

사건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더우기, 제오님처럼 '인과'라는 개념 자체를 근본적인

재검토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사정은 좀더 미묘해집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관측

불가능을 설명하는 방편에 불과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신다면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물질론은 결정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논의에서

그다지 중요한 점은 아니니까요. 다만, '모든 물질적 현상은 엄격한 인과의 사슬에

묶여 있다'는 전제가 마리아님께는 자명할 수 있지만 모든 이에게 자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 정도에서 그칠까 합니다. 또한, 백 보 양보해서 마리아님께서

주장하시는 대로 "물질주의적 세계관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작용은 결정론적이다"

라고 해도 그것이 문제시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마리아님의 다음 글에서는 이 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마리아님의 지난번 글이 그토록 격앙되어 있던 이유가 바로 이 논점에 집중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도 이번 글에서는 이 점에 대한 논의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음으로, 이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만...

> 그러므로, 우리가 '바르게' 사고하고 있는 지를 아는 데 있어서, 혹은 적어도
> 그 사고의 '속성'을 아는 데 있어서, (적어도 물질주의적인 세계관에 따르면)
> '근원'이 되는 물질 작용의 양상에 대한 고민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 여기서 저는 staire님께서 근원에 대한 '왜', '어떻게' 하는 물음에 대답을
> 못하신다는 사실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대답을 할 수
> 없음에 대해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 겁니다.(^^;) ...(중략)...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고, 별로 알 필요가 없다고
> 생각하는 그 '최초'가 인간의 '사고'에 대한 설명이 되기 때문에, 일단 사고를
> 하고 있는 이상,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사고의 기원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없으며 거기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가 곧 '더 이상 탐구할 가치가 없음'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인간의 사고작용의 근본을 탐구하는 신경생리학적, 심리학적 연구에 관심을 가질

테지만 그 이유는 단순히 '모르는 것을 더 알고 싶다'는 정도입니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사고 과정의 모든 비밀이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사고 과정뿐 아니라 물질계의 어떤 현상도 '완벽하게' 밝혀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더우기, 저 역시 사고의 근원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물질적인 탐구를 궁극까지 추구한다 해서 그것이 '바르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으로라도 근원을 밝혀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사고 과정이 물질적인 이상 여타의 물질적인

현상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낱낱이 밝히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어째서 불가능한가 하는 이유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물질계에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불확정성이 내재하기 때문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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