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께


마리아님께

※※※ 0 2,838 2003.09.30 04:34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8년 11월 11일 수요일 오전 12시 21분 59초
제 목(Title): 마리아님께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학회 발표 자료를 준비하느라 글을

읽고 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마리아님께 드리는 글을 쓸 때에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휙 써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을 느꼈습니다.


>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없다'라는 당신의 가정과 '생각하는 사람은 주체이다'라는
> 이 전의 당신의 주장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습니까? 또, 여기서 '주체'라는 말은
> 마리아님이 뜻하시는 '주체'와는 다른 의미로서, 그저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일
> 뿐이라고 말씀하실 건가요?

그렇습니다.


> 당신의 견해에 따르면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란 없습니다. 그렇죠? 당신이
> 지금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다 과거의 어떤 원인에 의해서
>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모든 상황에 의해서 미래도 이미
> 결정이 돼 있다고 볼 수 있죠. 과거에 누군가가 당신을 향해서 한 번 덜 웃어준
> 것이나, 당신의 조상 중 누군가가 밥 한 숫가락 덜 먹은 것도 지금의 당신을 결정
> 하는 원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과 관계의 꼬리를  계속해서
> 추적했을 때, 모든 사건의 궁극적인 원인에 대한 물음에, 당신이 저에게 주는
> 대답은 '모른다'입니다. 그 인과 관계가 순환적인지, 아니면 그 시작점이
>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건은 어떤 형태며,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당신은
> 그저 '모른다' 일관할 뿐입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시겠습니까?

모릅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요? 다만 물질주의적

세계관을 결정론과 혼동하지 말아 주십사는 부탁을 두번째로 드립니다. 물질주의적

세계관은 당연히 불확정성을 고려합니다.


> 당신이 지금 하고 계신 생각이 결국 '무엇인지 정체 모를 것에 의한 것'이라고
> 스스로 주장하고 계신 당신을, 그리고 당신이 하는 말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 나의 생각은, 당신의 인간관과 세계관을 진지하게 치밀히 검토해 봤을때, 그저
> 나의 강렬한 느낌이겠습니까, 아니면 이성적인 판단이겠습니까?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십시오. 이성적인 판단이라면 저에게 설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설명하실 수 없다면 '스테어는 신뢰할 만하지 않다'라는 판단은 당신의

느낌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아니면 제가 몰상식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아니면 제가 세계를, 그리고 우리의 삶을 불성실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토론 상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저도

더이상 답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제 글이 비록 졸렬하긴 하나 적어도 불성실한

태도로 글을 쓰지는 않는단 말씀입니다.


> 당신의 세게관에 따르면 당신은 자율적으로 생각할 수 없겠지요. 당신은 주체가
> 아닙니다. 책임도 없지요. 그저 이제까지의 수많은 조건들이 원인이 되어 "당신과
> 당신의 '관'"이라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조건들(유전인자든,
> 당신의 성장 환경이든, 혹은 몇 천년 전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이든...)이 당신을
> 바르게 생각하도록 통제했다고는 도저히 가정할 수가 없습니다. staire님은
> 어떠십니까?

어떤 의미인지요? 그러니까 'staire는 바르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는 의미인가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단지

하나뿐입니다. '선언'을 하지 마시고 '설명'을 해주십시오.


> staire님의 세게관을 논리적으로 철저히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인간관과
> 세게관에 대해서 정말 정직하시다면, 저에게는 물질적인 인간관과 세계관이 일단
> 타당해 보입니다 라고 말하기 보다는 실험적으로 죽어보기라도 해야 하는 거
> 아닙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얼마나 큰 실례인지 아시죠? 저는 당연히 저의 세계관을

가능한 한 엄혹하게 검토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검토 작업에는 '검토 끝'이란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검토하고 또 반성하며 허술한 부분을 손질하지 않으면

안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저의 세계관이 당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저의 세계관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시는군요. 더우기, 죽어봐야 할 사람은 저만이 아닙니다. 당신의 세계관은

당신이 저에게 요구하시는 만큼의 엄밀한 검토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인지요?

죽어보셨습니까? 당신의 세계관은 당신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자명해서 죽어보기는

커녕 재검토해볼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저의 사유 과정이 허점과

오류로 점철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저는 스스로의 인간관과 세계관에

대해서 정직합니다. 저는 제가 말하는 것을 믿고 제가 믿는 그대로를 말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신께 죽어보라는 식의 망발은 하지 않습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저는 토론 상대로서의 당신의 성실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주장이 비록 제 입장에서 보기엔 황당해 보였어도 당신이 그것을 검토하여 자신의

세계관으로 삼기까지의 과정이 불성실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제게 와 닿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는 정성을 다해서 당신의

세계관을 - 가능하면 당신의 입장이 되어 - 재검토하고자 하였으며 이런 작업을

위해 업무에 쫓기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당신의 글을 프린트하여 밤이 이슥하도록

읽고 또 읽었습니다. 욕설과 어거지가 난무하는 기독교 보드에서 모처럼 읽을만한

글을 대하는 기쁨에 밤깊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글은 솔직이 말해서

실망스럽습니다.


당신의 글을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당신의 세계관이 그런 것이라니 황당하다.

당신은 스스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가? 당신은 당신의 세계관을

진실로 신뢰하는가? 나는 도저히 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 이러한 나의 생각이

단지 느낌일 뿐이라고, 이성적이지 않다고 보는가?" 단지 그뿐입니다. 그 말을

표현만 이리저리 바꾸어 되풀이할 뿐 어째서 저의 세계관이 황당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일언반구 없습니다. 제가 여기에 대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 그렇다면 애초부터 왜 토론을 시작하셨나요?(저야 물론 설득하기 위해서였지만)

마리아님의 최초의 글인 '참 궁금합니다'를 기억하시겠지요? 저는 그 글에 대한

답을 드린 것입니다. 당신의 세계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세계를, 그리고

인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애초에

요청한 것은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당신의

세계관과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진지하게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일 따름입니다. 당신의 세계관이 틀렸음을 '논증'

함으로써 당신을 저의 동조자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생각 따위는 애초부터 하고

있지 않습니다.


> 마지막에 한 말은 결코 staire님께  죽으라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순간
> 죽을려고 했었던 제 친구가 생각나서.. 암툰 오히려 뜻을 돌이키기를 촉구(?)
> 하느라 좀 말이 과격해졌네요. 기분 나빠하시지 않길 바라지만, 고치진
> 않겠어요.

과격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서운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의 뜻을 돌이키고자

하는 것이 마리아님의 의도라면 무작정 '촉구'하지 마시고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주시기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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