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Re: [R] 답글> staire(강민형)님의 글


[R] Re: [R] 답글> staire(강민형)님의 글

※※※ 0 3,164 2003.09.30 04:21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8년 10월 23일 금요일 오전 03시 01분 27초
제 목(Title): [R] Re: [R] 답글> staire(강민형)님의 글




우선, 마리아님께 드리는 답글입니다.


> 몸 속의 여러가지 물질이 복잡하게 작용해서 하게 된 생각은, 그것이 아무리
> 무엇인가 있어 보이고, 세련된 듯해도, 새가 날아가거나, 개가 침을 흘리거나,
> 심지어는 번개가 치고, 천둥 치는 것과 아무 것도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 (이것이 저의 비약입니까?)

여기까지는 전혀 비약이 아닙니다. 당신의 논의 과정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물질적인 것은 '있어 보이거나 세련된' 것이 아니라는, 그리고 무엇인가

대단해 보이고 세련된 것이 따로 존재하며 인간의 사고 작용이 그런 부류에

속할 것이라는 전제가 언뜻 비치는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저와 당신의 '감각' 또는

'취향'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습니다.


> 사고 활동은 철저히 환경에 묶여서, '일어나고, 발생하는 사건, 현상'일
> 뿐이죠. 그것에 대해 무엇인가를 논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 진화론(유물론도 이 부분에서는 마찬가지겠죠?)은 그 자체로서 이미 이론에
> 대한 근거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사고 활동은 환경에 묶여서 일어나고 발생하는 사건, 현상'이라는 견해는 저의

관점을 대체로 적절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에 대해 논하는

것이 어째서 불필요한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이성(사고 활동)이 자연적 선택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고, 물질의 작용에
>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주장은, '이성' 자체를 자연계에 묶어 버림으로써,
> 자신의 주장을 포함하여 인간의 사고 활동에 대해서 할 말을 잃어 버릴 수
> 밖에 없다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성'을 자연계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 이성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성'이란 것이 '있어

보이고 세련된'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저는 별로 공감하지 못합니다만,

그것이 가볍지 않은 의의를 갖는 이유가 고작 '자연계에 속하지 않기 때문'

이라거나 '자연계를 넘어서는 대단한 그 무엇으로부터 유래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는 결국 자연계(정확히 말한다면 '물질계'겠지요?)라는 것을 '이성'이

속한 범주에 비해 대단치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만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 다음은 RNB님께 드리는 답글입니다.


> 인간에게 미움, 시기, 질투 그리고 사랑, 관용, 자비 등이 있습니다.
> 진화론이 함의하는 인간에대한 이해 방식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 자연선택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들어진 반응들입니다.
> 목적은 종 차원에서의 번식이겠죠.

제가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이 진화론으로부터 근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다만... 진화론적 인간관과 저의 인간관은 '공통의 조상'을 가진

것 같습니다.) 위의 견해가 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인간의

미움, 시기, 질투, 사랑, 관용, 자비 등의 근원은 거의 같다고 봅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저는 그 목적을 '종 차원의 번식'이라기보다는 '개인

차원의 쾌락(행복)'이라고 생각한다는 정도일까요.


> 번식을 위해 때로는 미워하고 살인도 하고 때로는 사랑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 이런 환원론적인 이해는 궁극적으로 선악과 미추의 구분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 살인이나 이타심이나 종의 번식을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별 차이가 없는
> 것입니다.

'선악이나 미추의 구분'이라는 용어의 사용에 주의를 요합니다. 선악과 미추에

대한 '절대적' 구분을 저는 인정하지 않습니다만 개개인에게 있어서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선악과 미추의 구별 기준이 존재합니다. '궁극적'이라는 표현은

절대주의적 입장에서 상대주의적 선악관이나 미학관이 궁극적이지 못하다고

본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환원주의자이며 상대주의자인 저에게는 절대주의적

선악관이나 미학관이 더 궁극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좀더 '사변적'

이라고 생각될 뿐입니다.


> 이런 인간관으로부터 인격의 다양성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인가요?
> 의미란 것은 애초부터 환상이라고 하는 것이 정직한 입장이 아닌가요?

이제까지의 논의를 잘 이해하셨다면 제가 굳이 여기에 답변할 필요는 없겠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답을 달아 드립니다. :) 당신이 보시기에 진화론적인 세계관

(또는 인간관)을 받아들인다면 인격의 다양성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공허한

환상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당신이 진화론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입니다. 저는 인간의 사고 작용을 전적으로

물질적이라고 봅니다만 그것이 인격의 다양성의 의미를 깎아내린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당신은 기계론적인 인간관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기계론적 인간관

특유의 방식으로 인격의 다양성이나 인간 이성의 가치를 부여하는 저의 태도가

공허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환상이 아니며 전혀 공허하지

않습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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