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ryuchoi] 십자가 사건과 모순들


[to ryuchoi] 십자가 사건과 모순들

※※※ 0 2,841 2003.09.30 03:40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8년 4월 29일 수요일 오전 01시 47분 00초
제 목(Title): [to ryuchoi] 십자가 사건과 모순들



jhan wrote...
> 십자가사건 역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아마, 상당히 정치범적
> 뉘앙스가 강한, 십자가에서 죽었고 들까마귀들의 먹이가 되었으리라고 보는 것이
> 신학/종교학자들의 생각입니다.  신약 사복음서의 십자가 사건들이 각기 다르다는
> 거 아시죠?  누구에게 나타나고 누구를 믿음없다 질책하고... 예수 사후의 암투
> 냄새가 나는 것 같진 않아요?  아닌게 아니라, 초기 기독교의 권력 암투(leader-
> ship struggle)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and ryuchoi wrote...
> 그리고 십자가 사건에 대한 설명이 머가 어떻게 다르다는 겁니까?
> 사복음서에서 말예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저는 십자가 사건을 비롯한 사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읽으면서
> 예수님이 진짜 하나님 아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더 들었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jhan님이 쓰셔야 할 일이지만 한동안 기다렸음에도 답글이

올라오지 않는 관계로 제가 대신 씁니다. 물론 이 답글은 staire의 독특한 견해가

아니라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견해에 국한해서 썼습니다.


1. 예수가 체포된 날

공관복음서(마태 26:17-27:2, 마가 14:12-15:1, 누가 22:7-23:2)에 의하면 유월절

만찬이 끝난 후 예수가 체포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요한복음서에서는 예수가

체포되었을 때 아직 유월절 만찬이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요한

18:28)


2. 예수와 같이 십자가형을 받은 두 강도

마태 27:44와 마가 15:26-32에는 예수의 좌우에서 같이 십자가형을 받은 강도들이

둘다 예수를 욕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23:39-43에서는 두 강도

중 한 명은 예수를 비난했지만 다른 한 명은 예수에게 구원을 청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요한 19:18에는 간단히 두 강도가 같이 십자가형을 받았다고만 언급하고

있지요.


3. 마지막 말들

마태 27:46-50과 마가 15:34-37에서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말했고 잠시

후에 해면에 적신 포도주를 맛본 후 크게 소리치며 죽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누가

23:34-46에 따르면 제일 먼저 '아버지여 저희를 용서하소서, 저들이 자기의 하는

짓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한 후 신 포도주를 맛보고, 그 다음엔 회개한 강도를

위로하고, 마지막으로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라고 말하며

죽는군요. 요한 19:26-30을 보면 먼저 마리아와 사랑하는 제자(요한?)에게 이야기

하고 그다음에 목마르다며 포도주를 청합니다. 포도주를 맛본 후에는 '다 이루었다'

라고 말하며 죽습니다.


4. 유다의 죽음

마태 27:3-10에 따르면 유다는 은 삼십 세겔을 성소에 던져 넣고 스스로 목매어

죽습니다. 나중에 성소의 은 삼십은 피 값이므로 성소에 두지 못하고 제사장들이

그 돈으로 밭을 사서 묘지로 삼게 됩니다. 그런데 사도행전 1:18-19를 보면 밭을

산 사람은 유다이며 나중에 그 밭에 쓰러져 배가 터져 죽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5. 부활한 예수의 행적

마태 : 막달라 마리아 등 두 여인이 무덤에 왔더니 천사가 돌을 굴려 내고서는

거기 버티고 앉아 예수가 이미 살아났다고 전합니다. 이 여자들이 제자들에게

알리려고 하는데 그때 예수가 여자들 앞에 나타나서는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그래서 열 한 제자는 약속대로 갈릴리의 산 위에서 예수를 만납니다.

물론 일부 의심하는 제자도 있었죠.


마가 : 이번에는 여자가 세 명입니다. 마태가 말한 두 명에 살로메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쯤이야 사소한 것이겠죠? 그 이후는 대체로 마태와

같습니다. 다만 시골로 가던 두 제자 앞에 예수가 한번 더 나타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거야 마태가 어쩌다 빠뜨렸겠지요. 나중에 열 한 제자가 밥 먹을 때에

예수가 그들 앞에 나타나 제자들이 부활을 믿지 않는다고 야단칩니다. 마태에

의하면 제자들은 (일부 회의파도 있었지만) 대체로 약속대로 갈릴리의 산 위로

모여서 예수를 만났다는데 마가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하필 산 위에서

밥을 먹다가 만났는지 모를 일이지만 '약속대로' 모인 것이 아니라 기대도 안

하고 있는데 예수가 느닷없이 나타난 듯한 인상을 줍니다.


누가 : 무덤을 찾아간 여자들이 몇 명인지 말하지 않는 것은 다행입니다만(?)

마태와 마가에서는 한 명이던 천사가 둘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수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예수가 천사로 변장한 것일까요?) 여자들이 천사를

만난 후에야 베드로가 무덤에 가 봅니다만 시체를 쌌던 천 조각을 보았을 뿐,

당연히 마태와 마가가 전한 '갈릴리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누가에는 없습니다.

엠마오 가는 길에 두 제자를 만난 것은 마가와 유사한데... 황당하게도 예수가

열 한 명의 제자들과 다시 만나는 곳은 갈릴리의 산 위가 아니라 예루살렘입니다.


요한 : 막달라 마리아 혼자 무덤에 옵니다. (뭐, 동행한 여인들은 생략했다고

칩시다.) 무덤이 빈 것을 발견했지만 아직 천사는 못 만났습니다. 베드로와 다른

한 제자(요한?)가 무덤에 갔지만 천 조각밖에 못 보았습니다. 누가에 따르면

여자들이 천사를 만난 후에야 베드로가 무덤에 가 보았습니다만 요한에서는

베드로 등이 무덤에 다녀 온 후에 천사가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천사 둘에 예수까지 모두 셋이 무덤에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예수가

천사로 변장한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혹시 천사가 예수로 변장한 것일까요?)

이번에는 예수가 여러 차례 나타납니다. 제자들이 모인 곳(갈릴리의 산인지

예루살렘인지 모르지만)에 나타나는가 하면 그 때 없었던 도마에게는 따로 한 번

나타나고 8일 후 다시 '집 안에서' 다시 도마를 포함한 제자들을 만납니다.

티베리아 호수가에서 또 한 번 고기 잡던 제자들에게 나타나는군요.


사도행전 : 이것은 누가가 기록한 것이라는군요. 그래서인지 예수는 누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예루살렘에서 제자들을 만납니다.


고린도 전서(15:5-8) : 여기는 스케일이 큽니다. 먼저 게바(시몬 베드로)에게

나타났고 다음에는 자그마치 500며 명 앞에 나타납니다. 그 다음엔 야고보에게,

마지막으로 바울 앞에 나타난 것으로 돼 있군요.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장면 한 가지... 사도행전 9:7에서는 예수가 바울 앞에

나타났을 때 동행하던 사람들이 '소리만 듣고 그를 보지는 못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건을 묘사한 사도행전 22:9에서는 반대로 주위 사람들이

'빛은 보았으나 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요. 이런 모순 때문에

NIV 등에서는 '듣지 못했다'라는 동사를 '이해하지 못했다'로 왜곡하고 있지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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