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저자들도 창조신화를 믿지 않았다.


창세기 저자들도 창조신화를 믿지 않았다.

※※※ 0 3,243 2003.09.27 12:29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9월18일(월) 15시25분05초 KDT
제 목(Title): 창세기 저자들도 창조신화를 믿지 않았다.



구약학을 공부하신 분이면 누구나 잘 아실 테지만 모세 오경을 구성하는

문서는 그 기원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눕니다. 즉, J(야훼) 자료, E(엘로힘)

자료, D(신명기) 자료, P(사제) 자료, H(성결 법전) 자료 등입니다.

(각 자료의 특징이나 자료들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논의할 기회가

있을 듯해서 지금은 언급 안 하겠습니다.)


모세 5경의 틀을 짠 것은 P 자료를 정리했던 사제 그룹입니다. 5가지 자료

중에서 가장 배타적이고 선민주의적이죠. 대개 'P 그룹'이라고 부릅니다.


창세기 1장에서 2장 4절 전반부까지는 P 자료에서 온 것입니다. 2장 4절

후반부 이하 2장 25절까지는 J 자료에 속합니다. 이 두 자료를 P 그룹이 편

집하여 결합시킨 것입니다. 두 자료의 이야기는 서로 별개의 전승으로부터

온 것이며 호교론적인 구약학자들도 두 자료의 내용이 서로 모순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든다면 P 자료에서는 생물의 창조 순서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열매 맺는 나무' --> '큰 물고기와 물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과

날개 있는 모든 새' --> '육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 --> 사람... 의

순서입니다. (창세기 1장)


반면에 2장 이후의 J 자료측 문서에 따르면 '여호와 하나님이 땅에 비를 내

리지 아니하였고 경작할 사람도 없었으므로 들에는 초목이 없었고 밭에는

채소가 아직 나지 아니하였음' -->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코에 생기를

불어 넣음' --> '에덴에 동산을 지으시고 사람을 거기에 둠' --> '그 땅에

아름답고 먹기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심' --> 네 개의 강을 만듦(하나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 선악과에 대한 경고 -->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어 아담에게 데려옴' --> '아담이

모든 육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지어 줌' --> '아담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듦'... 이런 순서입니다.


물론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이 모순을 무마하려고 창세기 2장 5절(J 자료)의

'초목'과 '채소'는 모든 식물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식용 작물을 말하는

것이라는 등 억지를 쓰고 있지만 '성경에 씌어진 대로 믿는다'는 그들의

교조에 대한 명백한 모순이죠. 1장 11절에 따르면 분명히 식용 식물까지를

포함하는 모든 식물이 사람에 앞서 창조되었거든요. 또한 사람이 먼저냐 동

물이 먼저냐 하는 모순에 대해서는 아예 속수무책이고...


그렇다면 P 그룹은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렇게 명백한 모순을 제거하지

않은 채 성경에 남겨 두었을까요? 자신들이 정리한 P 자료를 창세기의

첫머리에 두었으면 그것과 모순되는 J 자료는 삭제하거나 수정을 가했음직

한데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대한 신학 대학교 교수님이었던 김정오씨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P 그룹, 즉 편집자의 의도는 창조 설화 자체를 믿어야 할 대상으로 삼는

데에 있지 않다. 그들의 의도는 신학적인 이야기를 표현 수단으로 하여

자신들의 주장이나 사상을 전달하려는 데에 있었다. 그들이 창세기 1장과 2장의

모순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달리 설명되지 않는다..."

저의 견해로도 이것이 가장 무리없는 결론인 듯합니다.


창세기 1장과 2장의 모순에 대해 석연히 설명해 주실 분 계십니까?

(그냥 믿읍시다... 기도나 합시다... 같은 대답 말고)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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