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1 : 생태학과 도덕의 관계


report 1 : 생태학과 도덕의 관계

※※※ 0 2,732 2003.09.30 02:30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7년10월29일(수) 07시32분34초 ROK
제 목(Title): report 1 : 생태학과 도덕의 관계



1. 생태학과 도덕의 관계


저의 짧은 식견으로는 이 둘 사이에 도무지 어떤 관계가 있을 법하지

않았습니다. 세 가지 문제 중 가장 어려운 문제였으며 지금도 제가

드리는 답이 질문하신 zeo님의 핵심을 비껴나 있는 것이 아닌지 솔직이

염려스럽습니다.


저의 경우에 도덕의 원리는 '존엄'의 관념에 크게 의존합니다. 존엄한

것을 존엄하게 여기는 것은 도덕이며 존엄한 것을 존엄하지 않은 것처럼

함부로 다루는 것은 부도덕입니다. 어째서 그러냐고는 묻지 마십시오.

설득력 있는 답변은 불가능합니다. 칸트조차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한 끝에 '신'에게 떠넘기고 말았지 않습니까.


그 다음으로 제기되는 질문은 '무엇이 존엄하고 무엇이 존엄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과 '어떤 것이 존엄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이 두 질문은 기실 같은 질문입니다. 무엇이

존엄하고 무엇이 존엄하지 않은지를 말하기 위해서는 그 분별 기준, 즉

그 이유를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의 세계관 안에서는 만유가 존엄합니다. 존엄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만유(萬有)의 '유'라는 글자를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실체가 있는 것을 '존엄한 것'의 범주에 넣습니다. 관념이나 사유,

정서 등은 '존엄한 것'에 속하지 아니합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도 나름대로

소중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체가 없는 사유나 정서를 존중하지

않는 것을 저는 부도덕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사람은 존귀한 것이므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도덕이지만 그 사람의 사고 체계를 논박하는 것은

사람 자체에 대한 공격이 아닌 한 부도덕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약점을 고백해야 할 것같습니다. 저는 관념이나 사유를 사람으로

부터 분리하여 그것을 공격하면서도 사람의 존엄을 해치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반면 '정서'에 대해서도 그런 분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가능한 예와 불가능한 예를 (저의 시각에서 볼 때)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관념과 사유를 사람 그 자체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는 예로서 나치스트의

존엄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저는 나치즘을 혐오하며 나치즘에 대한 저의

혐오가 부도덕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나치스트의 존엄을

인정합니다. 그들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기

변호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치스트로부터 극심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2차대전 직후

유럽 곳곳에서 자행된 나치스에 대한 잔혹한 린치에 대해 이해는 합니다만

그것이 도덕적이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밝혀

둡니다만 저는 인간이 반드시 도덕적이어야만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인간의 자기 통제 능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저는 정신과 실습을 통해

이 점을 뼈저리게 느꼈으며 가혹한 상황은 인간의 일시적인 부도덕을

용서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어째서 만유가 존엄한가'를 밝힐 차례인 것같습니다. 실망하실지

모르지만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제게는 모든 것이 '당연히' 존귀하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저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사람이 존엄하다면 사자는

어째서 존엄하지 않은가?' '머릿돌이 존엄하다면 길바닥에 버려져 있는 돌은

어째서 존엄하지 않은가?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말은 그다지 정확한 기술은 아닙니다. 저는 저 자신을

존엄하다고 여깁니다. 여기까지는 논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 자신의 존엄

문제는 저의 개인적인 가치철학이며 이것은 논리의 비호를 받지 않고서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staire는 존엄하다'라는 명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staire는 staire가 존엄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명제는 논박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유추됩니다. 저는 staire의 존엄을 전제한 이상

staire와 다를바 없는 다른 인간의 존엄을 당연시합니다. 또한 인류 전체를

존엄시하는 이상 인간과 특별히 다른 입장에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동물들의

존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식물도 무생물도 자연스럽게

존엄성을 확보합니다.


'자연스럽게'라고 표현했지만 이러한 유추 과정이 누구에게나 자명하고 또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유의 과정이

저에게 당연한 것은 저의 기계론적 인간관 때문입니다. 저는 인간을 물질의

덩어리라고 생각하며 사고 작용은 그 물질 덩어리의 전기화학적 현상의 반영

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기계론은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믿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 당당하게 반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기계이기 때문에 존엄하지 않다' 라는 결론으로 향하지 않는 기계론도 얼마든지

있으며 이 경우 '인간만이 존엄한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이 기계론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제가 zeo님과 RNB님의 '인간에게 영혼이 있는가'라는

논쟁에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그 추이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보고서도 이제 막바지에 도달한 것같습니다. 생태학과 도덕에 관한 저의

견해를 정리한다면 '만유는 존엄하다'라는 것이며 그 근거는 '나 자신은

존엄하다'라는 명제를 출발점으로, 기계론적 세계관을 추론 절차의 바탕으로

삼았음을 이 글에서 밝혔습니다. 일전에 송성대님께서 '사자가 당신에게

덤벼들어도 당신은 그것을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하셨습니다. 저의 답은 yes입니다. 다만, 제가 그 사자로부터

달아나는 것도, 그 이전에 그런 사자 근처에 접근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도

모두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밝혀 둡니다. 저의 답변을 정확히 예측하신

송성대님의 혜안에 찬탄을 금할 수 없군요.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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