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tle에게 : 귀걸이와 코걸이


Gentle에게 : 귀걸이와 코걸이

※※※ 0 3,213 2003.09.30 02:27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7년10월28일(화) 05시18분50초 ROK
제 목(Title): Gentle에게 : 귀걸이와 코걸이



오랜만이군. 네 자취집에서 신명기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지난 겨울이었으니

벌써 반 년 이상 지나도록 만나지 못한 셈이야. 그런 중에도 내 흔적이

어디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니 젠틀이다운 일이야.  :)


보고서와 논문 때문에 한동안 글을 쓸 여유가 없어서 (요즘이 프로젝트

마감철이라...) 일찍 답글을 쓰지 못했어. 지난주에 세번째 보고서와

두번째 논문, 그리고 extended abstract 하나를 탈고한 후 기독교 보드를

들렀지만 그동안 밀린 글을 읽는 데만도 이틀이 훌쩍 지나가는군.


내가 이 보드에 '귀걸이와 코걸이'이야기를 꺼낸 의도가 '성경에는 이런

모순이 있다'라는 것을 보이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일세. 성경에

오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이런 지면에서 몇 마디 말로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일전에 이곳에서 '성경의 버그'라는

제하의 글을 몇 편 올린 적이 있지만 그것은 누군가 이곳에서 '성경은

버그 투성이'라는 글을 올린 후 또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말고 버그의 예를 올려 보라'는 요구를 했기 때문에 그 예를

몇 가지 제시한 것뿐이야. 누가 그런 것을 읽고서 성경에 버그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소신이 바뀔 거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다네. 더우기 성경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나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오류를 제시했을 거야.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지.


[열왕기상 4:26] 솔로몬의 병거의 말의 외양간이 사만이요 마병이 일만 이천이라

[역대하 9:25] 솔로몬의 병거 메는 말의 외양간이 사천이요 마병이 일만 이천이라


물론 '병거의 말은 외양간이 4만이지만 그중 병거 메는 말의 외양간은 4천이었다'
                                              ~~~~
라는 식의 어거지를 만나기도 했지만...


내가 귀걸이와 코걸이에 대한 글을 쓴 이유는 그 직전에 본 어떤 광경 때문이야.

천주교를 음녀의 종교라고 공박하던 어떤 사람이 자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다른 기독교인을 향해 바로 그 '코걸이'를 인용한 것이지. 아마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은 '기독교인이면 다 구원받는 줄 아느냐. 너같은 사이비는 어림없다'

라는 정도였겠지.


짐작하겠지만 나는 이런 류의 인용을 극히 혐오한다네. 머리도 꼬리도 떼어내고

치졸하게도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뽑아다가 인용하면서 구차하게 그 뒤에

'무슨 복음 몇 장 몇 절'을 붙이기만 하면 대단한 권위를 업게 된다고 착각하는

바리새적 인용법이지.


다시 한 번 제목을 읽어보게. '귀걸이와 코걸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속담은 하나의 실체가 귀걸이와 코걸이의

두 모습으로 오용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지. 그렇지만 내가 제시한 두 구절은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명백한 두 실체일세.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 둘은

각각이 귀걸이일 수도 있고 코걸이일 수도 있다는 것이야. 그 코걸이를 이용하여

다른 기독교인을 저주한 자는 자신이 인용한 구절이 값없는 코걸이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끝내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떤 이가 그 글 전체를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여 '젠틀의 설명 덕분에 성경을 의도적으로 오용한 스테어의 의도는

깨어지고 말았다'고 말하는 희극까지도 등장했지만...


마지막으로 사소한 것 한 가지, 내가 비록 성경을 많이 읽어 본 사람은 아니지만

'문맥을 잊지 마시오'라는 충고를 들어야 할 만큼 무지렁이는 아닐세. 다만

'믿는' 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문맥이 있어서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해석을

'문맥도 모르는 근시안적 해석'으로 쉽게 매도한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겠지. 실제로 나는 그 '귀걸이'와 '코걸이'가 엄밀한 의미에서 서로

모순되어 있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그 문제를 여기에서 길게 논의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아.


스테어와 친한 적하면 색깔을 의심받는 이 곳에서 서로 아는 체하는 것이

젠틀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이담에 좀더 편안한 자리를 기약하기로

하지. 훈훈한 잔을 기울일 날을 기다리겠네.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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