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을 주는 예


'나쁜 것'을 주는 예

※※※ 0 2,473 2003.09.29 20:08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7년06월19일(목) 07시07분40초 KDT
제 목(Title): '나쁜 것'을 주는 예



이 글은 기독교 보드에 실렸던 다음 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6380  staire  ( 강 민 형 ) 8.23  188 [R] 몇가지 더 궁금


-------------------------------(여기부터)------------------------------------

(전략)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동기'로 인해 기독교를 혐오하는가...

저에게 이렇다할 동기는 없습니다. 기독교를 알고 싶었고 그래서 교회를 다녔지요.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읽고 토론하고 때로는 가르치기도 하며

느꼈을 따름입니다. 어느날 돌아보았더니 저는 기독교를 혐오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문은 '기독교의 무엇을 싫어하는가'라는 질문이겠지요.

'동기'라는 어휘를 빌어 부적절하게 표현되긴 했지만 Gatsbi님께서 진정으로

의문스러워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의 권력 지향이 싫습니다. 2000년의 역사 속에서 늘 힘 있는 자의

편에 서서 힘 없는 자를 핍박해 온 교회가 싫습니다. 그것에 대한 진지한 반성으로

일어난 민중신학마저 사갈시하는 그들의 '이기는 편이 우리편' 식의 처세술이

싫습니다.


(중략).


저는 기독교의 인간 모독이 싫습니다. 신의 영광을 더해주기 위한 존재로서의

가치부터 생각하는 인간관, 옹기장이의 변덕에 의해 맥없이 깨뜨려져야만 하는

질그릇 인간관, 그러면서도 '너희들은 애초에 죄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내게

손을 내밀지 않으면 어디에도 구원은 없어'라고 말하는 오만방자한 신과 그의

아들, 그로 인해 질박하게 살아가는 뭇 인간들에게 참아서 해결될 수 없는

죄의식을 덮어씌우는 인간관이 싫습니다. 인간은 신 없이도 존엄하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은 기독교의 '본질적인 해악'입니다. 저는 결코 기독교의 주변적인
 
해악을 때리지 않습니다. 기독교 보드에서건 어디에서건 저는 목사의 아들이

행패를 부렸다고 해서, 성직자가 부정 축재를 한다고 해서, 교황이 마약 장사를

한다고 해서... 그것을 이유로 기독교의 멸절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기독교의 테두리 밖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기독교의 일부의 흠'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기독교를 경계하는 이유는 그것이 '확신'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깊은 숙고 없이도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는 그 무서운 마력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내 편에 있다고 하는 근거 박약한 확신이 신앙인의 그릇됨을 부채질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선하고 또 어느 정도 악합니다. 모두가 지고지선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으며 또한 그것을

감싸고 어루만지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약하면서도 존엄한 존재입니다.

'나는 이미 정결하니 이제 너희를 정결하게 해 주마'라는 식의 세례 요한적인

오만한 확신이 우리를 불행하게 합니다.


인간은 '확신'을 감히 내릴 역량이 없는, 불완전한 지성과 불완전한 덕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존엄합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끊임없이 반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반성'의 능력마저 앗아가는 확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사소한 예를 보여드리지요. 십자군 전쟁에서 연전연패하던 교황

이노센트 3세는 창 끝을 돌려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 지방의 이단을 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이단'들이란 지상의 성 유물과 유적에 무관심하며 따라서

살육과 약탈로 점철되던 부도덕한 십자군 전쟁을 혐오하던 '카타리 파'입니다.

1209년 시토 대수도원의 아르노 아말릭 수도원장은 카타리 파의 도시 베지르를
 
침공했습니다. 베지르 시는 약탈을 피하기 위해 십자군에게 항복하고 말았지요.

군인들은 자신들의 주목적인 약탈을 못 하게 되었고 아말릭 수도원장은 그들에게

무언가 보상하기 위해 '항복했다고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 숨어 있을

이교도를 색출하여 죽여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군인들이 참된 기독교인과 이단을

구별하는 방법을 묻자 아말릭은 오늘날까지도 명성을 잃지 않고 있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모두 죽여라. 참된 기독교인은 하느님께서 알아보실 것이다."


(이하 생략)


-------------------------------(여기까지)------------------------------------


답변이 되었겠지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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