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어록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10

버트란드러셀의 글 모음입니다.
(몰러님이 정리하셨습니다)

러셀 어록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10

몰러 0 4,855 2002.10.27 19:58
○ 지적 설계론에 의한 영혼존재설의 헛점

영생에 대한 믿음을 조장하는 또 다른 감정은 인간의 탁월함에 대한 감탄이다.

“사람의 지력은 앞서 등장한 모든 것을 능가하는 정교한 도구이다. 왜냐하면 그는 옳고 그름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지을 수도 있고 비행기를 만들고 태양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가 죽는다고 해서 완전히 사멸할 수 있겠는가? 이 비길데 없는 도구인 그의 지력이 생명이 멈춘다고 해서 사라질 수 있겠는가?”

버밍엄의 주교가 한 얘기이다.
주교는 계속해서, ‘우주는 지적 목적에 의해 빚어지고 다스려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을 만들어 놓고 나서 사멸시킨다면 지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인다.(몰러 주 : 육체적으로는 인간이 사멸되겠지만 영혼이라는 것으로써 신은 인간과 그의 지력을 존속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선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연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데 도덕적 가치나 미적 가치를 강요할 경우, 이것은 언제나 발견에 장애가 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의 생각들은 어떠했던가. 가장 완전한 곡선은 원이니까 천체들도 원운동을 할 것이다. 하나님은 완전한 것만, 즉 더 나아질 필요가 없는 것만 창조했을 것이므로 종은 불변일 것이다. 역병은 죄에 대한 벌로 보내진 것이므로 회개나 해야지 병과 맞서 싸우려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등등...... 그러나 우리가 발견한 바로는 자연은 인간의 가치와 무관하며 따라서 우리의 선악 관념을 무시할 때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주에도 목적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목적이 인간의 목적과 어떤 유사성이 있다고 볼 근거는 우리가 아는 바로는 전혀 없다. [인간은 죽은 뒤에도 존재하는가? 중에서]

이와는 반대로 세상은 완전하지 않고 또 불의에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내세에서 영혼이 보상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창조주가 완벽하게 만든 세상을 인간이 타락하여 불완전하게 변모시켰다는 주장을 전제로 한다. 이 주장이 옳다고 한다면 기존의 주장들을 부정해야 할 것이나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 옳고 그름과 영생

‘인간은 옳고 그름을 안다’고 반스 박사(주교)는 말한다. 그러나 인류학이 보여 주듯, 인류는 옳고 그름에 대한 관점은 변하지 않은 조항이 단 한 가지도 없을 정도로 끝없이 변화해왔다. 그러므로 인간이 옳고 그름을 안다고 할 수는 없으며 일부 인간들이나 안다고 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니체는 예수의 윤리와는 아주 다른 윤리를 옹호했는데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강력한 정부도 몇몇 있었다. 옳고 그름을 안다는 것이 영생론의 논거가 될 수 있다면 우리로선 먼저, 예수를 믿을 것인가 니체를 믿을 것인가 부터 결정해야 하며, 기독교인들은 영생하지만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그렇지 않다 혹은 그 반대다 따위 얘기는 그 다음에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 결정은 분명, 서재가 아닌 싸움터에서 내려질 것이다. 결국 최고 성능의 독가스를 보유한 자들이 미래의 윤리를 장악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그들이 영생하는 자들일 것이다. [인간은 죽은 뒤에도 존재하는가? 중에서]

야훼도 자신의 권능을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피조물들끼리 싸움을 붙임으로써 증명한 적이 더 많다. 기독교에게 있어서 옳고 그름이란 야훼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 외에는 없다. 이런 자들에 의해 윤리와 도덕이 정해진다면 극악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독교는 결국 현자를 생성케 하지 않고 바보와 협잡꾼을 생성케 하며, 협잡꾼에 의해 바보들이 움직일 때 피의 학살이 있을 것이다.



○ 세상은 목적이 없다

도덕적 열정에 고무된 행위들의 그 긴 역사를 생각해 보라. 산 사람을 제물로 삼고, 이단자를 박해하며, 마녀 사냥을 감행하고, 유대인을 학살하고 하더니, 마침내 독가스에 의한 대량박멸에까지 이르렀다. 반스 박사의 동료 감독(주: 영국 국교회 계열 감독파의 성직명)들 중 적어도 한 사람은 이런 것들에 찬성하고 있으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사람은 평화주의를 반기독교적이라고 생각하니까.
이같은 혐오스러운 행위들과 그들을 자극하는 윤리론들이 과연 지적인 창조주의 증거일 수 있을까? 또한 우리는, 이런 짓을 한 사람들이 영원히 살기를 진심으로 바랄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혼돈과 우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인간 세상이 세심한 목적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한다면 그 목적은 아마도 악마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나로서는 우연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덜 고통스러우며 보다 그럴 듯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죽은 뒤에도 존재하는가? 중에서]

악마의 행위들에 대해 하나님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의 말이 맞다면 아마도 하나님은 전능을 포기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님 자신이 악마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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