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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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3

몰러 0 3,993 2002.09.03 20:37
○ 이교도의 사원을 불태우는 것은 정당하다?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치세할 때 유태교회 하나가 불탔는데, 이것은 그 지방 주교의 선동으로 일어
났다는 보고가 동방주재 지사로부터 들어왔다. 황제는 그 방화범을 처벌하고, 한편 이를 사촉한
주교에게 유태 교회 하나를 새로 세우라고 명령하였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사건에 대한 그 주교의
관련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오직 황제가 기독교를 반대하고 유태교에 가담하는 듯한 처사에
대하여 분개하였다.
이 주교가 황제에게 불복할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가 불복한다면 그는 순교자가 될 것이며,
순종한다면 배교자가 될 것이다. 그러면 지사 자신이 기독교의 자금으로 유태 교회를 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되면 황제는 배교자의 지사를 갖게 될 것이며, 기독교인의 돈이 불신자를 위해
사용될 것이다.
성 암브로시우스의 견해에 의하면, 유태 교회를 파괴하는 행위는 어떤 모양으로든지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가 나중에 권력을 잡고 나서 반셈주의(anti-Semitism)를
촉진하기 시작하였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짐작케 하는 하나의 예이다.

어떤 종교가 상징물 또는 문화자산을 파괴했을 때 이것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처벌은 사실
변상받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방식으로 그 종교의 자산을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법은 그런
행위를 불합리하다고 정의 내렸다. 기독교인이 불교 사찰을 방화한 것에 대해 그 교인의 교회를 방화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다. 타종교를 공격하는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법이 효과보다는 합리를 채택한 것을 말이다.




○ 기독교는 죄의식에 근거한 종교

기독교 신학은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하나는 교회에 대한 것이고, 하나는 개인의 영혼에
관한 것이다. 나중에 가톨릭 교회에서는 전자만을 강조하였으며, 프로테스탄트에서는 후자만을 강조
하였다. 그러나 성 어거스틴에게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똑같이 내포되어 있으며, 그 양자 사이에 아무런
조화도 느끼지 않고 있다. 이것은 영혼과 신의 직접적인 관계이다. 그러나 아무도 세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세례를 받아야만 교회의 일원이 된다. 그리하여 교회는 영혼과 신 사이의
중계자가 되는 것이다.

죄는 이 직접적인 관계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죄만이 자비로운 신이, 인간으로 하여금
고통을 당하도록 버려 둔 까닭을 설명할 수 있으며,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영혼이 창조된
만물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교개혁의 신학이 정상적이
아닌 죄의식을 가진 사람들에 근거하고 있는 것도 이상할 것이 못된다.

어거스틴까지만 해도 죄는 그가 언급했던 것들을 살펴 볼 때 지극히 세속적인 것이었다.
크게 보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정욕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속적 학문에 물든 청년 시절을
후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후자에는 그가 마니교에 심취한 점도 포함된다. 이러한 죄의 유형은
신의 징벌을 완전하게 합리화하지 못했다. 세상에는 그러한 죄를 한번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기독교인들과 어거스틴이 찾아낸 방법은 죄는 영혼으로 유전된다는 것이고, 그 죄는 바로 최초의
인간이 불순종을 범한 것이었다.
“죄를 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고, 다른 어떤 본성이 우리 안에서 죄를 범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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