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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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5

몰러 0 4,221 2002.09.04 21:26
○ 인간의 위세로 결정된 교리

“바다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펠라기우스는 교양이 있고 명랑한 사람으로 성직자들 중에서도
당시의 다른 많은 사람들보다 비교적 덜 광신적이었다. 그는 자유의지를 믿고 원죄에 대한 가르침은
의심하여, 인간이 덕을 행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도덕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만일
올바로 행하고, 또 그 행위가 정통적일 경우에는 덕행의 보수로서 천국에 가게 된다고 가르쳤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견해가 매우 평범한 것같이 생각되지만, 당시에는 크게 문제가 되었다.

(중략)

성 어거스틴에 의하면, 아담은 타락하기 전에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었으며, 따라서 죄를 멀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후에 그들이 타락하게 되고, 그것은 모든 후손에게 전해졌다.
그리하여 후손들은 아무도 자기 힘으로 죄에서 떠날 수 없고, 오직 신의 은총만이 인간을 덕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아담의 죄를 상속하고 있었으므로 영원한 멸망을 받기에 합당한
것이다. 그러므로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자들은 누구나, 어린아이들까지도 지옥에 떨어져 끝없는
형벌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하여 불평할 이유를 갖지 못한다. 우리는 저마다 악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백”에서 이 성자는 자기가 요람(또는 어머니 품)에서 저지른 모든 범죄를 들고 있다.
그러나 신의 자유로운 은총으로 말미암아 세례를 받은 사람들 중에서, 어떤 사람은 천국에 들어가도록
선택을 받는 것이다. 이들이 곧 택함을 받은 자들이다. 이들이 천국에 가는 것은 그들 자신이 선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완전히 부패되어 있으므로 오직 신의 특별한 은총이 없이는(이 은총은 오직 택한
자에게만 내리는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길이 없다. 어떤 사람은 구원을 받고 나머지 사람은 멸망당하는
데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다. 멸망은 신의 의로움을
나타낼 뿐이며, 구원은 그의 자비를 나타낼 따름이다. 그 어느 것이나 전부 신의 선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잔인한 교리는 칼벵에 의해 부활되었다. 그러므로 그 이후로 가톨릭 교회에서는 그 교리를 주장하지
않게 되었지만(실은 하느님이 연옥을 하나 더 설치하셨다) 성 바울의 서신에서 그러한 주장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로마서에서 그것이 나타나 있다.

결국 어거스틴의 말빨과 떼거리즘으로 원죄론은 확립되었다. 후에 유사 펠라기우스파가 장기간 활동
했지만 529년에 오렌지 종교회의에서 이단으로 정죄되고 말았다.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이 멸망당한다는 교리가 충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오히려 신의
선함을 증거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하지만 죄에 대한 확신 때문에 어거스틴은 갓 태어난 유아도
사탄의 지체라고 믿게 하였다. 이 보편적인 죄에 대한 음울한 의식은 중세 교회에서 일어난 가장 잔인한 일들의 대부분에 있어서 기원이 되었다.

어거스틴은 여기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영원한 형벌을 받도록 예정되어 있으면 인간 창조가 바로
비참한 일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한 적이 없다. 그의 고민은 다른데 있었다. 원죄가 아담으로부터
유전되는 것이라면, 영혼도 육체와 더불어 부모들로부터 번식되어 왔어야 할 것이다. 죄는 육체(세속)에
속한 것이 아니라 영혼에 속한 것이니 말이다.

어거스틴이 그랬듯 기독교인들은 이 물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그 문제는 성경에 나오지 않으므로 구원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이고, 고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일부 덜떨어진 교인들의 대답은 이것이다.
“몰러님. 성경을 샅샅이 뒤져보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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