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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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10

몰러 0 3,992 2002.09.18 19:15

점성술은 거부되어야 한다.

성 토마스에 의하면 점성술은 거부되어야 한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서이다.
성 토마스는
숙명이란 있을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대한 답변으로서 아래와 같이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섭리에 따라 이루어진 질서에 대하여 숙명(fate)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숙명이란 이교도들이 잘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일어난다. 그것은
섭리는 변하지 않는데, 기도가 유용하냐?하는 문제이다.
(
나는 이 논변을 따를 수 없다. 몰러도 마찬가지다) 신은 가끔 기적을 행한다. 다른 아무도 그것을 할 수 없다.
마술은 악신의 도움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술은 진정한 기적이 아니며, 또한 별들의 도움을
받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주나 별자리가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면 인간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아퀴나스는 운명과
기적과 마술을 구별함으로써, 예정설의 헛점인 기도무용론을 피하려고 했지만 또 다른 난점이 발생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기적이라는 것이 신이 세운 섭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가 아닌가 말이다.
결국 기적을 일으키기로 한 것도 이미 예정되어 있어야 하며, 인간들의 기도는 여전히 무용하다.




아퀴나스의 결혼관

신의 율법이 우리로 하여금 신을 사랑하게 한다. 그리고 신을 사랑하는 것과 동등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이웃을 사랑하게 한다.
신의 율법은 간음을 금한다. 그것은 우리들을 기르는 동안에 부모가 함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 율법은 산아제한을 금한다. 그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말미암아 일생을 독신으로 보내는 것을 금하지 않는다.
이혼을 해서는 아니 된다. 왜냐하면 자식들을 기르려면, 아버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어머니
보다 이성적이며, 처벌을 할 때에 필요한 육체적 힘이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성교는 죄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금욕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요비니아누스의 이단(the heresy of Jovinian)에 빠지는 것이다.
결혼은 엄격히 일부일처라야 한다. 일부다처 제도는 여인들에게 불공평하고, 일부다처 제도는 부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근친결혼을 금해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가정생활에 혼란을 가져오게 되기 때문이다.
아퀴나스는 형제자매 사이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로 괴상한 주장을 하고있다. 만일 남편과 아내의
사랑이 형제와 자매들 사이의 관계로 얽히게 되면, 피차에 끄는 힘이 너무 강하여 지나치게 자주
성교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퀴나스의 주장들은 성경의 계명이나 금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 단지 이성적인 고찰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찰 결과 성경에 부합되더라는 것이다. 이 주장이 어떻게 순환논리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몰러는 알지 못하겠다.

자녀훈육에 아버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의문이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이혼을 금지하는 것도
우리를 웃게 만든다. 자녀양육 문제가 이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직까지 여성의 사회진출이 용이
하지 않고, 또한 이에 앞서 이혼 후에 자녀는 어머니가 맡아야 한다는 출처불분명한 관념 때문이다.
사실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이성적이라고 할 만한 근거가 없는데다가 육체의 힘으로 자녀를 처벌한다는
것은 이제 죄악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퀴나스의 주장은 당시에 국한하여 정당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나마 그 평가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근친결혼 금지는 그 근거가 무엇이든 간에 아퀴나스가 잘 제기한 것 같다. 과학적으로 부적절한 것이라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은 불경스러운 유전학의 연구결과보다는 자신들의 도덕관으로써
근친결혼에 반대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새로운 증명

지성의 관점에서 볼 때, 철학에 잘못 부과된 도덕적 검토의 결과는 철학의 발전에 심각한

방해가 되어 왔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철학이 종교적 교의의 진리를 증명하거나 반대증명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플라톤 이후에 나온 거의 모든 철학자들은 영혼의 불멸이라든지

신의 존재 같은 것을 증명하는 일이 그들의 임무 중의 일부라고 여겨왔다.

그들은 전대의 철학자들이 제시한 증명을 비판해왔다.. 즉 성 토마스는 성 안셀무스의 증명을

비판했고, 칸트는 데카르트의 증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증명들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그들은 그 증명을 타당한 것처럼 보이기 위하여 논리학을 훼손하고

수학을 신비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했으며, 자신의 뿌리 깊은 편견을 마치 하늘이 보내 준

직관인 것처럼 위장해야만 했다.


근대와 현대의 소위 진보신학자들은 지금도 유신론적 전제 아래에서 철학을 종교 교리의 입증작업에<?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사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작업들은 대개 아퀴나스나 칸트와 같은 실책을 낳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작업이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여전히

어느 누구도 확고한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즉 유신론자들의 딜레마는

신의 실존을 말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성격(신을 말하는 순간

신이 아니게 되는 것을 초월하는)을 가진 신은 말 그대로의 완벽함과 말 그대로의 전지전능성을 갖고

있는 신을 말하고자 할 때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이고 보편적 의미의 신을 상상하는 일도

사실은 무척이나 버거운 작업이 됨을 알아야 한다. 결국 유신론자들은 인간을 초월하는 정도의 신만

상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논리학을 무시하고 자신의 주관적 견해를 절대적 직관인 것으로

착각하거나 아니면 우기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논의가 무신론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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