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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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11

몰러 0 4,336 2002.09.18 19:20
○ 예정설의 난점엔 답이 없다?

아퀴나스의 죄와 예정과 신의 선택에 대한 견해는 대체로 어거스틴의 그것과 같다. 인간은 도덕적인
범죄로 말미암아 영원한 축복에 머무를 최고의 목적을 상실하게 되며, 따라서 영원한 형벌이 응보로
내려지게 된다. 은총에 의하지 않으면 아무도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죄인이 회개하지 않으면,
책임추궁을 받게 된다. 선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는, 은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자기의 가치로
말미암아 신의 도움을 받기에 합당할 수는 없다. 신은 범죄의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신은 어떤 사람은
죄 가운데 내버려두고, 어떤 사람은 죄에서 구해낸다.
예정설에 대하여 성 토마스는 성 어거스틴처럼 어찌하여 누구는 죄 가운데 내버려두고, 누구는 택함을
받아 천국에 가게 되는가 하는 물음에 이유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또 아무도
세례를 받지 않고서는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진리는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
단독적으로 논증하려는 이성의 힘으로 입증될 수 있는 그런 진리들이 아니다. 이 진리는 요한복음 3장
5절에 계시되어 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요한복음 3장 5절은 그 동안 예정설의 난점을 내세운 이교도들에 대한 반박으로 제시되어왔다.
하지만 누가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며, 누가 그냥 지옥의 형벌을 받을 것인지에 대하여 예정설은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한다. 택함을 받지 않도록 예정된 사람은 회개와 기도와 믿음과 세례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아퀴나스나 어거스틴은 예정설에 손대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아도 하나님은
일찌기 세상일에서 손을 떼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천국과 지옥에는 정원이 설정되어 있으며,
이 정원이 차게 되면 전능하신 하나님은 천국과 지옥 각각의 정원을 늘리거나, 아니면 새로운 천국
또는 지옥을 만드셔야 한다. 정원늘리기나 새로운 천국/지옥 창조는 하나님이 예비하고 계셨는가?
예비하셨다면 어느 것인가?
정원이 무한하기 때문이 그런 일은 필요없다고? 그럼 하나님도 정원을 결정하시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 육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교도를 논박하는 대전’ 4권에서 성 토마스가 논의하고 있는 마지막 문제는 육신의 부활에 대한 것이다.
그는 여기서도 다른 데서와 마찬가지로 정통적인 주장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 공평하게 다루고 있다.
이 반대 주장 중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다.  즉 만일 누군가가 그의 평생에 사람의 고기만
먹고살고 그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고 하자. 그러면 부활하는 날에 어떻게 될 것인가? 그 고기를 제공한
사람들은 부활하는 날에 다시 그 육신을 빼앗기게 된다면 이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그것은 그 사람의
살을 먹는 사람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희생자의 살을 보존하려고 하면,
그 살을 먹은 사람은 무엇으로 그 몸을 만들 수 있겠는가?

나는 처음에 얼핏 볼 때는 극복하기 힘든 것처럼 보였던 이 어려움이 승리로 끝났다고 기꺼이 말하겠다.
성 토마스는 육신의 동일성(the identity of the body)은 같은 물질적인 분자들의 유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에 먹고 소화하는 사이에 육신을 구성하는 물질은 끊임
없이 변화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식인종이라도 부활하는 날에 그의 육신 안에 있던 것과 같은 질료는
아니더라도 동일한 육신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위로가 되는 생각으로 우리는 ‘이교도를 논박하는 대전’의
요약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러셀의 이 비아냥에 대한 몇몇 사제의 변명은 ‘식인한 사람의 육신은 부활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잠깐 동안의 치열한 논쟁 끝에 다른 가톨릭 주교들에 의해 거부당했다.
이 동안에도 심판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는 한번도 행하여진 적이 없다. 원론적인 문제는 젖혀 두고
교황청의 회의결과는 결국 구원과 심판을 모두 관념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지옥은 육신이나
영혼이 벌을 받는 실재적인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 결여된 상태 자체라는 것으로 말이다.
엄청나게 합리적으로 발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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