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비형식적 오류-언어적 오류(1)

4.비형식적 오류-언어적 오류(1)

가로수 0 5,633 2006.03.23 08:26
다. 언어적 오류

   언어를 잘못 사용하는 데서 빚어지는 오류이다.
심리적 동요나 지식의 결함으로 인한 오류가 아니라, 
언어의 구조나 기능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오류이다. 언어적 오류를 범한 추리는

   - 피상적으로 보면, 연역적으로 타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 전제들 중 언어의 구조나 기능을 잘못 파악한 것이 있다.
   - 잘못 파악된 언어의 구조나 기능을 바로 잡으면 논증은 부당하다.

   따라서  언어적 오류의 분석을 이러한 점들, 특히 나를 꼬집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41) 애매어의 오류(fallacy of equivocation)

  많은 말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사용된다.
이 경우 어떤 의미가 사용되었는가는  문맥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단어 또는 표현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경우, 한 문맥에서 사용된 의미와 다른 문맥에서 사용된 의미가 다를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하면 애매어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모든 죄인은 감옥에 가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죄인이다.
따라서 인간은 사실 모두 감옥에 가야 한다.
사법적 의미와 종교적 의미의  두 가지 다른 뜻으로 쓰인 죄인이라는 말을 하나의 뜻을 가진 것으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감옥에 가야 한다는 해괴한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죄인이라는 말을 하나의 뜻으로 해석할 경우 이 논증은 타당하다.
그러나 애매어인 죄인을 애매하지 않은 표현으로 대치할 경우 다음과 같이 이 논증의 부당함이 즉각 드러남을 알 수 있다.

      가. 법에 저촉되는 일을 저지를 모든 죄인은 감옥에 가야 한다.
      나. 인간은 모두 원초적으로 신 앞에서 죄인이다.
    ∴다. 인간은 모두 감옥에 가야 한다.

  42)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fallacy of illicit redefinition)

   어떤 말이나 고정 불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언어의 가변성)
그러나 이러한 의미의 가변성이 어떤 말의 의미든지 자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히 어떤 과정에서 어떤 말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변화시키는 오류를 범한다.

"미친 사람은 정신병원에 수용되어야 해. 요즘 세상에 뇌물 주는 것을 물리치다니, 미치지 않고서 그럴 수 있어? 
그 친구 정신병원에 보내버려야겠어." 미친 사람이라는 표현이 뇌물을 거절하는 사람으로 은밀하게 재정의 되어,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애매어의 오류가 사전상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애매하게 된 말에 의한 것이라 한다면,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는 사전상의 의미에 자의적 의미를 은밀하게 덧붙임으로 인하여 애매하게 된  말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43) 애매문의 오류(fallacy of amphiboly)
   어떤 문장은 그 문법적 구조 때문에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경우 대개는 전후 문장들의 맥락 속에서 그 의미가 밝혀진다. 
전후 문장들의 맥락 속에서 그 의미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에는,  문장의 의미를 어느 하나로 추정하지 말고 어떤 의미인지 물어야 한다. 

그가 너의 숭배자라고 하는데 너를 숭배하는 자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논증에서 그가 너의 숭배자이다라는 문장은, 그는 너를 숭배한다와 너는 그를 숭배한다의 두 가지로 해석 될 수 있는 애매문인데도, 그 애매성을 간과하고  전자의  의미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44) 정의(正義)에 의한 존재 강요의 오류(fallacy of substantiating a word by definition)
  존재하는 것들은 언어에 의해서 표상될 수는 있지만,  언어로 인해 존재의 양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반면,
어떤 것이 아름답다고 묘사됨으로 인하여 아름답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존재가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데서 이 오류가 발생한다.

  아브라함 링컨이 사람들에게 물었다.
"만일 내가 말의 꼬리를 다리라 부른다면, 그 말은 몇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까?" 
"다섯이오"라고 사람들은 응답하였다. 
링컨이 대답하였다. 
"아니오.  말의 꼬리를 다리라 부른다고 해서  꼬리가 다리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링컨은 정의에 의한 존재 강요의 오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황지우는 『詩의 얼룩』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는데,
그도 정의에 의한 존재 강요의 오류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앞서,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써놓고서 다시 나는 행복하다로 고쳤다.
그래도 나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45) 실재화(實在化)의 오류(fallacy of hypostatization)
  말과 실재(實在)가 대응한다고 생각하는 오류이다.
화성군 관내는 특히 밤이 되면 전경들로 꽉 차다시피 경비가 삼엄해진다.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서다. 

  그래서 가끔 용의자가 잡힌다.
그러나 번번이 연쇄 살인과 관계가 없다고 밝혀져 수사 당국뿐만 아니라 국민을 실망시킨다.
그런데 사실 이 실망은 실재화의 오류를 범한 결과이다. 

우리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표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표현에 대응하는 사람이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실 이 연쇄 살인사건에는 여러 범인이 관련될 수 있다.
그래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같은 것은 애초에 없고,
단지 여러 범인이 화성에서 연쇄적으로 살인사건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자연스럽게 하고 또 이해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과학은 인간의 생활에 놀라운 발전을 가져왔다.
          국가는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된다.
          지진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진리라는 말에 대응하는 것은 무엇인가?
과학에 대응하는 것은? 국가는? 지진은? 
이러한 명사적 표현들에 대응하는 실체(實體)가 과연 있는가 하는 문제는 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명사적 표현들에 대응하는 실체들이, 비록 존재한다 할지라도,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실체들이 아님은 분명하다.

행위는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명사적 표현들이 마치 생각하는 실체와 대응하는 것처럼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을 사용하는 가운데 우리는  인간이 아닌 것을 의인화(擬人化)함으로써 실재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표현들을 다음과 같이 새겨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진리로 인하여 너희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인간은 과학을 응용하여 인간의 생활에 놀라운 발전을 가져왔다.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는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된다.
          지진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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