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신이라는 가설이 틀린 이유

도킨스-신이라는 가설이 틀린 이유

기록원2 4 4,118 2007.03.12 20:15
안녕하세요?

올리는 영상은 도킨스가 작년 10월 미국 버지니아 Randolph-Macon 여대에서 했던 강연의 일부입니다.
강연의 1부에선 자신의 책 "God Delusion"의 일부를 강독했고, 2부는 질문-답변 시간이었습니다.

이 강연이 관심을 끈 이유는 강연 장소 자체보다
인근에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본산격인 리버티대학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리버티대학에서 많은 이들이 원정와서 도킨스와 공격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 영상의 질문자 두명도 모두 리버티대학의 학생들로 보입니다.

마웋든 도킨스는 '신이라는 가설'이 말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질문자1: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아무개이고 리버티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 중입니다. (청중들 웃음)
(청중들이 웃는 이유는 '리버티 대학'과 '생물학'이 같이 쓰이는 게 모순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진화론을 부정하고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곳에서 어떤 생물학을 배우는 지 이상하기 때문이죠.)

도킨스:
질문이 잘 안 들리는군요. 미안하지만,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질문자1:
;; 제 이름은 아무개입니다. 괜찮으시면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당신은 맹목적 믿음(blind faith)와 이성적 믿음(reasonable faith)을 구별하십니까?

도킨스:
제가 맹목적 믿음과 이성적 믿음을 구별하냐구요? (단호하게) 아니오. (청중들 웃음, 박수)

질문자1:
(약간 당황하며)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흥미롭군요.
전공상 저도 나름대로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 봤거든요.
제 결론은 어떤 사실에 대한 절대적 증명(proof)이란 건 없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맹목적 믿음 혹은 이성적 믿음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공을 공중으로 던지면 그 공은 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게 이성적 믿음입니다.
그걸 '증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마치 당신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 증명할 수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저는 이성적 믿음에 기초해서 당신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제 눈으로 당신을 보고 있고, 당신의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감각이 때때로 허상을 만들어낸다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마약에 중독되면 벌레가 몸 위를 기어다닌다거나 헛것을 보는 증상에 빠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당신이 그 둘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도킨스:
지금 우리가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쓰고 있는 것 같군요.
단지 용어상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당신은 공을 예로 드셨는데,
저는 공이 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걸 '믿음'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믿음'이란 단어는 그런 상황에서 쓰기엔 적당하지 않은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냥 평범한 과학적 사실입니다.
제 말은 이 경우에 당신은 뉴턴법칙, 수 많은 이론들, 과학적 근거 등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당신과 달리 이런 상황에 '믿음'이란 단어를 붙이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말한 이성적 믿음이 이런 근거를 전제로 하는 거라면 우리 사이에 의견 차이는 없는 것입니다.
그냥 용어의 쓰임새가 좀 다를 뿐입니다.

저는 '믿음'이란 단어를 과학적 근거(evidence)가 없이 무언가를 믿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당신의 첫번째 질문에 제가 그렇게 대답한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물론 당신과 나는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 (청중들 웃음)
이 문제에서만큼은 의견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1:
어.. 알겠습니다. 그럼 두번째 질문을 드려야 겠군요. (세번째 질문인데 헷갈리고 있음)
어.. 사실 처음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하실 걸 예상못했기 때문에 좀 당황스럽군요. (청중들 웃음)
매일매일 놀란다니까요 (중얼중얼)

제 질문은 우리가 당연히 이성적으로 사고해야 하고, 이성이란 물론 경험에 기반한다면 ... 맞나요?
그러니까 공의 예로 돌아가면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앞으로도 공을 놓으면 땅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게 이성적 태도겠지요.

근데 우리는 모든 것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우주만은 그냥 저절로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게 어떻게 더 이성적일 수 있는 겁니까?
모든 것은 자연법칙에 따라야 하고 자연법칙은 물질은 스스로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가르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 모순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지요?
결국 시스템의 바깥에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도킨스:
물론 태초에 만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들은 대답하기 아주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주의 경우에는 때로 그 '시작'이라는 것의 의미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과학자 뿐 아니라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어려움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대안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과학자들이 말하는 '빅뱅'이나 '자발적 특이점'같은 이론들을 대신할 설명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지성을 가진 어떤 존재, 즉 신을 그 대안으로 내세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존재가 실재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아주 복잡하고, 생겨날 확률도 그만큼 작은 무엇일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당신의 가설은 당장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 맙니다.
현재의 과학적 이론들이 아무리 이해하기 어렵고 아직 규명하지 못한 점이 많더라도,
'지성을 가진, 아주 복잡한 존재'를 모든 것의 시작에 놓은 건 문제를 한층 더 어렵고 힘들게 만들 뿐입니다.

우리는 다윈의 이론 덕분에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복잡하고 지성이 있는 존재가 나옴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아주 '단순한 그 무엇'으로부터 시작한 존재인 것입니다.
그 '단순한 시작'을 받아들이기 아무리 힘들더라도 '복잡한 시작'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쉽습니다.
왜냐하면 복잡함은 이 우주에서 시간적으로 나중에, 점진적이고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신이 존재한다면 아주 아주 복잡한 존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존재를 모든 것의 시작에 놓은 것, 만물의 기원에 관한 해답으로 제시하는 것은 혹을 떼려다 오히려 훨씬 더 큰 혹을 붙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설명하려고 하는 문제보다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운 새로운 문제를 던져놓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기원'의 문제에 관해 다양한 가설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가설들은 대게 일반인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심지어는 저에게도, 것들이 많습니다.
어떤 가설은 우리 우주는 수없이 많은 우주로 구성된 거품들 중 한 방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다중우주'(multiverse)라고 부르는 이 거품을 이루는 개별 우주는 서로 다른 값을 가진 기본 물리상수들을 부여받습니다.
마침 우리 우주의 경우 생명이 생겨나고 진화하기에 적합한 물리상수를 가졌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까요.

이런 이론을 처음 듣는다면, 누구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다윈의 학설이 단순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운 가설이라도
태초에 신이라는 존재를 놓아두는 가설보다는 몇백,몇천,몇만배 더 설득력이 있고, 과학적으로 그럴듯 합니다.

물질이 스스로를 만들 수 없다고 하셨죠?
그걸 인정한다면 무한히 복잡하고, 게다가 지성을 갖춘 어떤 존재가 무에서 갑자기 생겨났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이해하려는 어떤 과학적 이론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질문자2:
앞에서 질문자1이 했던 질문에 이어지는 내용을 여쭤봐야겠습니다.
교수님이 답변에서 '신'에 대해 자연법칙을 적용하시는 게 이상합니다.
신은 그 자연법칙의 바깥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 아닌가요?

도킨스:
그건 너무 쉽고 뻔한 변명이 아닙니까? (청중들 웃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해답을 내놓는 대신 형이상학적인 선언으로 빠져나갈 수는 없습니다.
신이 스스로 '나는 당신이 말하는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면,
근데 그런 주장에 당신이 아무 문제점도 느끼지 못한다면, 좋습니다... (화면이 끊김)
[이 게시물은 반기련님에 의해 2007-03-15 01:03:37 자유 게시판에서 이동 됨]

Comments

이재수 2007.03.12 21:34
기록원2님깨서 직접 리스닝하시고 한글로 옮겨 주신거 같으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다음부분이 많이 궁금합니다..

가능하시다면 다음부분도 부탁드립니다..^^
억...4월 1일이라면 누가 믿을까요오오오
지식의과학 2007.03.12 23:22
버트란드 러셀 翁 께서도 어제밤 제 꿈에 나타나셔서 4월 1일자로 반기련에 가입할 의사를 피력하셧습니다.
이곳에 자신의 글들이 많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며 저를 통해 더 많은 글을 남기시겠다고 말하셧습니다.
자호 2007.03.13 09:59
제가 얼마 전에 도킨스의 "신이라는 망상(The god delusion)"을 구입하여 아직 서문 밖에는 읽지 못 했습니다.
거기에 도킨스의 사이트(richarddawkins.net)이 실려 있어서 회원 가입을 하고 반기련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랬더니 메일로 반기련과 한국의 안티기독교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 왔습니다.
제가 반기련에 대해 대표성이 없고 또 영작문에도 서툴러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어느 분이든 가능하신 분이 연락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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